무상급식, 교육비리, 일제고사, 두발규제, 자율형사립고, 특목고, 교장공모제….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에 산적한 과제들입니다. 오는 6월 2일은 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각 시도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들을 만나 최근 교육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모든 후보의 인터뷰에는 학생복지(무상급식), 교육계 비리근절대책, 사교육비 절감, 학생인권, 학력 평가 및 신장 등 5개 항의 공통질문이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말] |
"42년 동안 교육계에 몸담아온 사람으로서 교육계의 백화점식 부정부패 모습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서울교육행정에 참여해온 모든 사람들은 자숙했으면 한다. 내가 출마하게 된 것은 비리를 일소하기 위해서다."김호성(63·서울교육대 교수) 예비후보는 '교육부패일소론'을 들고 나왔다. "모든 교육기관과 교장실, 행정실 문을 열어놓고 행정을 공개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초등교사와 고교교사, 그리고 초등교사를 길러내는 서울교육대학교 총장을 거친 김 후보는 "30년 동안 교대 교수를 하면서 머리보다는 가슴이 있는 교사가 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만이 아니라 가슴으로 교육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감 후보로서도 가슴으로 소통하는 일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이미 김 후보에겐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를 내건 바른교육국민연합 참여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태다. 그는 "반전교조란 구호에 동의하기보다는 후보통합을 위한 참여"라면서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 갈 것"이라고 말해 완주 의지를 분명하게 나타내기도 했다.
전주고와 서울교육대, 성균관대(법학사), 서울대 대학원(교육학 석사), 한양대 대학원(정치학 박사)을 졸업한 김 후보는 신정초, 숭덕초 등에서 초등교사로 근무하다 문일고 교사 등을 거쳐 서울교육대 교수(윤리교육과)로 근무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교육대 총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5월엔 '자랑스러운 서울교대인상'을 받기도 했다.
김 후보와 인터뷰는 지난 4월 5일 오후 5시부터 서울 관악구에 있는 선거사무실에서 진행한 데 이어, 지난 3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서울교육행정에 관련 있는 분들, 자숙해야"
- 서울시교육감에 왜 나오셨나? "42년 동안 교육계에서 몸 담아온 사람으로서 부정부패 비리온상을 남 일처럼 지켜볼 수는 없었다. 깨끗한 서울교육을 만들겠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다. 교육행정이 밀실에서 진행되는 게 문제가 있다. 나는 서울교육대 총장시절 핸드폰을 24시간 열어놓고 교수와 직원, 학생, 주민, 동창들의 의견을 들었다. 서울교육대처럼만 인사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 서울시교육감은 대학 총장과는 다를 것 같은데. "서울시교육청이 비리온상이 된 것이 창피하다. 근본적으로 밀실에서 하는 게 없어져야 한다. 나는 민주주의론을 강의하는 사람이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는데 그냥 꽃이 아니라 돈꽃이다. 나 같이 돈 없는 사람 버텨내기 어렵다. 다만 깨끗하게 선거운동하는 것 모범으로 보여주겠다."
- 공정택 전 교육감 체제에 대한 평가부터 해 달라. "부정부패 비리 온상인 줄 생각도 못했다. 창피한 일이다. 서울 교육행정에 관련성이 있는 분들은 참회하고 자숙해야 한다. 나는 이 모든 걸 청소하고 나갈 것이다."
- 어떻게 청소할 것인가?"한두 학기만 지나도 완전히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 운영위원회와 함께 학교경영위원회를 만들어서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을 폭넓게 참여시키겠다. 이런 내용을 지침으로 만들 것이다. 학교와 교육청 인사위원회도 교육구성원들이 참여하도록 열어놓겠다."
"보수? 한쪽만 편들려면 뭐하러 교육감 하나"- 서울시교육청이 교장 자격증을 가진 이들로 응모 자격을 제한한 초빙형 교장공모제 100% 도입해 비리를 잡겠다고 하고 있다. "어떤 것이든 교육에서는 한 번에 하면 안 된다. 시범 운영을 한 뒤에 해야 한다. 공모제 확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어떻게 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관건이다. 일정 경력을 가진 교사들도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도 같이 해나가야 한다. 다만 이런 내부형은 실험을 좀 더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 '서울교육을 바로 세울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김호성'이란 기치를 내걸었는데. "나는 진실은 통한다고 보기 때문에 진실 하나 믿고 살아왔다. 교육감의 제일 중요한 자질은 도덕성과 전문성이다. 책임감 있는 도덕성이 중요하다. 초등에서 7년 교사 하고 고교에서 3년 반 교사했다. 서울교육대에 81년 7월 1일 발령받은 뒤 줄곧 윤리교육과 교수 일을 해왔다. 나는 40년 넘게 교육현장에 있었다. 교육은 이론이 아니고 현장이고 현실이다. 전문성은 자신이 있다. 13명 후보들 중에서 제일 높다고 생각한다."
- 교육계에만 있다 보니 정치력이 떨어진다는 말도 있다. "내 전공이 정치학이다. 정치란 말의 정자는 '바를 정'자다. 가장 올바르게 정도의 행정을 하는 것이다. 권모술수는 정치가 아니다. 올바르게 교육행정을 펼치는 힘을 나만큼 갖춘 사람은 없다고 본다."
- 김 후보는 언론에 의해 보수주의자로 규정됐다. 찬성하는가. "나는 반대한다. 나는 중도입장이다. 교육은 중도에 서서 양쪽을 다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내 몸은 작아도 가슴이 굉장히 크다. 교육은 학생이 주인인데 다양성을 다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 편을 들려면 뭐하러 교육감 하나. 모든 가치관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하나 마음을 줘야 한다."
"교사 인권도 중요하지만 학부모 알 권리가 더 중요"
- 지금 말씀과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를 내세운 바른교육국민연합 참여는 상반되는 일 아닌가.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 가입 단체를 놓고 나눠놓으면 안 되는 것이다. 원래 여러 차례 반전교조란 말을 빼자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후보들 사이에 통합을 위한 과정이라는 데 중점을 두고 참여하고 있다."
- 당장 오는 6일 보수후보 단일화가 된다. 떨어지면 후보를 사퇴할 것인가? "계속 가야지.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와도 계속 갈 것이다. 정말 교육감은 누가 하더라도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인사비리에 책임 있는 사람은 나오면 안 된다."
- 교원단체 명단 공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학부모 알권리 차원에서 찬성한다. 교사 인권도 중요하지만 학부모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얘기해 달라. "무상급식은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그게 급한 게 아니다. 결식아동이 얼마나 많이 늘었나. 실업자 많이 생기지, 이혼가정 늘어나니까 결식아동도 많이 늘어났다. 우선 결식아동 전일급식부터 해야 한다. 그것이 급하다. 그런데 이런 얘기는 별로 없더라."
- 그렇다면 단계적인 무상급식을 하자는 얘기라고 봐도 되겠나. "무상급식은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단칼에 다 할 것이 아니고 초등, 중등, 고등으로 올라가면서 단계적으로 할 것이다. 임기 내에는 초중등 다 하겠다. 결식아동은 100% 아침과 저녁까지 제공할 것이다. 민간 기업이 참여하면 된다. 세금 감해 주면 참여할 기업 많을 것이다. 당장 굶는 애들은 없게 하겠다. 내가 가난하게 살아서 결식아동의 아픔을 안다."
- 무상급식을 놓고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유주의 체제라고 평등이 없느냐. 그것을 이데올로기로 규정하면 안 된다. 사회주의식이면 어떤가? 자유와 평등은 함께 가는 것인데. 동전의 양면이다. 빨갱이다 뭐다. 잘못된 생각이다."
"서울에도 기숙형고교 도입, 8학군만 찾지 말라"-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두발자유는 학교에 맡겨야 한다.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 것 결정할 때는 학교경영위원회 등에서 논의를 해서 결정하면 된다. 학생도 참여시킬 것이다. 법 좋아하면 안 된다. 최고 좋은 도덕적 가치가 자율이다. 선생님들을 믿어야 한다."
김호성(1947년생) |
전주고, 서울교육대 졸업 신정초, 숭덕초, 문일고 교사 동남보건전문대학 전임강사 서울교육대 총장 역임 한국윤리학회 회장 역임, 현 고문 면암 최익현 선생 학회 현 회장 한국민주시민교육학회 회장 역임 한국정치학회,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역임 서울교육대 윤리교육과 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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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맞고 자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때린다. 체벌은 절대 반대하지만 학교경영위에서 그것도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 어린 학생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겠다는 말이 솔깃하다. "어리기는 왜 어린가. 학생들도 자기들 문제에 대해 다 안다. 초등학생들도 당연히 참여시킬 것이다. 참여해서 큰일 날 일이 있는가. 서울교육대 총장 시절에도 학생대표들 30명 와서 다 얘기하라고 했다."
- 학업성취도 평가와 진단평가 등 일제고사 실시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학업성취도평가 찬성한다. 피드백을 잘하면 좋다고 본다. 원칙은 학교장, 수석교사, 주임교사, 담임이 협의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별 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하면 좋을 것이다."
- 자율형사립고 늘려서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와 같은 특목고는 분명히 잘못 가고 있다. 특목고 자사고 자율고 편입생 모집이 정말 문제가 많다. 이들 학교는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하는지 철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설립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할 경우 개편을 추진할 것이다. 자율형사립고도 무작정 늘리면 안 된다. 귀족학교가 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일반고에도 투자를 해야 한다. 특수한 고교들이 설립목적에 어긋나게 교육과정을 운영하니까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것이다."
- 공교육 강화를 위한 생각이 남다를 것 같은데. "나는 '1교실 2교사제'로 수월성과 평등성이라는 두 요소를 모두 잡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가운데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배가 넘는다. 한 교실에 교사를 두 명씩 넣어주면 된다. 중등도 마찬가지다. 이러면 학생 수준에 따른 지도도 할 수 있고 6만5000명 정도의 실업자도 구제할 수 있다. 이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교육시스템이다. 잡무 전담교사도 둘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되면 공교육이 강화된다. 서울에도 기숙형고등학교를 도입할 것이다. 8학군만 찾을 것이 아니라 일반고를 강화시키라는 게 내 주장이다. 그렇게 하면 자사고 자율고 갖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