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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충남 연기에 위치한 행정도시건설청
충남 연기에 위치한 행정도시건설청 ⓒ 심규상

충남 연기에 있는 행정도시건설 예정지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정도시건설청, 청장 정진철)이 자리 잡고 있다. 행정도시건설청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사업을 총괄·조정하고, 예정지역 안에서의 도시계획 수립 등에 관한 제반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2006년 1월 출범한 국토해양부 산하 중앙 행정기관이다.

하지만 행정도시건설청이 드러내놓고 이중행각을 하고 있다. 부여된 업무는 행정중심도시 건설 업무인데 실제로는 세종시수정안 홍보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행정도시건설청' 홈페이지는 정부의 세종시수정안을 홍보하는 창으로 슬그머니 바뀌었다. 홈페이지 머리에는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 세종 새로운 세종시, 충청의 희망 대한민국이 미래입니다!'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팝업창에는 '세종시 이렇게 좋아집니다'라는 제목 아래 원안과 수정안을 비교해 놓고 세종시를 수정안으로 '제대로 만들겠다'는 동영상까지 올려놓았다. 동영상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을 "미래를 위한 큰 결단"으로 평가해 놓고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도 더 나은 선택이 있다면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도 더 나은 선택 있다면 바꿔야"

 지난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세종시건설사업단 직원들이 최근 충남 연기군 남면 송담리 도로변에 마지막 남아 있던 '중심행정타운' 입간판을 철거하고 있다.
지난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세종시건설사업단 직원들이 최근 충남 연기군 남면 송담리 도로변에 마지막 남아 있던 '중심행정타운' 입간판을 철거하고 있다. ⓒ 김소라

또 다른  팝업창에는 '제13차 민관합동위원회 국무총리 인사말씀'을 수록해 놓았다. 여기에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최대 10∼15%까지 지지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 충청권이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발전안에는 균형발전과 국가 미래를 위한 올바른 해법이 담겨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정보'와 '유치업종'란을 통해서는 첨단지식기능기반과 의료복지기능 상업업무기능 등에 관한 주요유치시설을 나열하고 투자를 손짓하고 있다. 물론 건설청이 밝힌 세종시 청사진은 기존의 행정중심도시가 아닌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다. 

분명한 사실은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는 아직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도시건설청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사업에 매진하는 게 옳다. 적어도 행정도시건설청이 법적 근거 없이 행정중심도시를 내팽개치고 교육과학도시건설청 홍보 업무를 하는 것은 직무남용이고 직권남용이라 할 수 있다.

이름은 행정도시건설청이면서 교육과학경제중심를 홍보하는 이중 행각은 행정도시건설청 고위직에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서종대(49) 행정도시건설청 차장은 지난해부터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및 기획단 부단장을 맡아 세종시 원안에 문제가 있다며 수정안 관철을 위해 일해 왔다.

'행정도시건설청' 포기하고 '세종시수정안 홍보청' 자청

 세종시 수정안을 집중 홍보하고 있는 행정도시건설청 홈페이지
세종시 수정안을 집중 홍보하고 있는 행정도시건설청 홈페이지 ⓒ 심규상

급기야 국무총리실 세종시기획단은  6일 오후 2시 연기군민회관에서 연기군 이장 150여 명을 대상으로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비교설명과 함께 토론회를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세종시기획단은 4일 연기경찰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설명회를 벌였다. 서종대 부단장(행정도시건설청 차장)은 이 자리에서도 '정부가 내놓은 발전방안(수정안)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입장에서 세종시 수정안 홍보를 위해 서종대 부단장이 꼭 필요하다면 행정도시건설청 차장직에서는 물러나게 해야 하거늘, 오히려 일 잘한다고 두둔하고 '겸직'을 허용하고 있으니 행정도시건설청은 세종시수정안 홍보청이요, 엄연히 살아 있는 특별법은 있으나 마나다.

눈치 9단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세종시건설사업단 직원들은 최근 충남 연기군 남면 송담리 도로변에 마지막 남아 있던 '중심행정타운' 입간판을 철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도시 수정안을 발표하고 난 이후 세종시예정시에서 행정도시를 알리는 안내판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이마저 철거한 것이다.

너도 나도 대통령 권한 행세...법 어겨도 왜 처벌 안하나

 행정도시건설청이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홍보하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
행정도시건설청이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홍보하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 ⓒ 심규상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4대강 사업과 무상급식 등 '선거쟁점과 관련한 시민종교단체, 정부 및 정당 활동의 허용금지 사례'를 발표했다. 선관위는 "4대강 사업과 무상급식은 각 정당과 입후보 예정자들이 6월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채택하고, 정치논란이 계속되는 '선거쟁점'인 만큼 이와 관련한 정부 정당 단체의 활동이 선거법 적용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선관위 논리대로라면 세종시 또한 각 정당과 입후보 예정자들이 6월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채택하고, 정치논란이 뜨거운 '선거쟁점'이다. 행정도시건설청의 세종시 수정안 홍보를 비롯 수정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공직자들의 행보는 관권선거에 해당한다. 선거법이 아니더라도 행정도시건설청 직원이 행정도시건설특별법을 무시한 언행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내란죄 또는 외환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뿐만 아니라, 국가원수 또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광범한 권한이 주어진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행정중심도시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해도 형사상 소추를 면할 수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 국토해양부장관에 심지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과 차장까지도 대통령과 같은 특권을 누리고 있으니 이것이 문제다.


#행정도시건설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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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세종시 수정 파문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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