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신도시 개발, 즉 서남부권(도안지구) 2·3단계 개발을 놓고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서로 헐뜯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공방은 지난 12일 TV토론회에서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가 자유선진당 염홍철 후보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박 후보는 염 후보에게 "서남부권 2·3단계 개발을 조기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저는 이를 2016년까지 연기해야 한다고 본다"고 의견을 물었다. 이에 염 후보는 "조기추진에 대한 당위성이 있다, 지역주민들의 재산권행사가 어려움이 많다"고 발언했고, 이때부터 양측의 공방이 시작됐다.
다음날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서남부권 신도시 개발을 추진할 경우 원도심재생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면서 "원도심활성화에 관심도 없고,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염 후보는 시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염홍철 "박 후보가 사실 왜곡... 4년 동안 무엇했나?"
이에 대해 염 후보는 19일 오전 동구와 중구지역 지방선거 출마자 및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박 후보를 강력히 비난했다. 박 후보가 사실을 왜곡하고 정략적으로 정치선동을 하고 있다는 것.
염 후보는 "박 후보는 마치 제가 원도심활성화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 호도하고 있다"면서 "원도심활성화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한나라당 현 시장과 현 구청장들은 지난 4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염 후보는 "사실을 왜곡하면서 저에게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던데, 과연 지난 4년 간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고통과 불만을 외면해 온 현 시장이 사퇴해야 하는지, 원도심 재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동구지역 제1순위 공약으로 내건 제가 사퇴해야 하는지 시민들에게 물어보라"고 반격했다.
그는 또 박 후보가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역점으로 추진해 온 정책을 거론하면서 "원도심활성화에 그렇게 많은 관심이 있었다면, 지난 4년간 쓸데없이 낭비한 나무심기 예산이나 자전거 도로 예산, 과도한 축제 예산 등 전시성·소모성 예산을 대폭 삭감해 원도심에 투자하지 그랬느냐"고 꼬집었다.
박성효, 염홍철 겨냥 "그 분은 필요한 대로 얘기하는 분"
이쯤 되자 이번에는 다시 박성효 후보가 반격에 나섰다. 이번에는 좀 더 격앙된 어조로 염 후보를 강하게 밀어 붙였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 나선 박 후보는 '염 후보가 오늘 기자회견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쓸데없이 난개발 하지 말자고 하는 게 제 주장이다, 그래서 서남부권 연기하자는 것이고, 원도심 활성화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라면서 "그런데 그 쪽은 다른 방향에서만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TV토론에서 염 후보의 답변은 서남부권 2·3단계 조기추진은 원론적인 측면에서의 답변이었다고 하는데…'라는 질문을 받고 "그 분은 필요한대로 얘기하고, 또 필요하면 바꾸는 그런 분이다, 존경하는 염 후보님께서 그동안 어떻게 말을 바꿨는지 여러분이 잘 알 것이다, 또 어떤 말이 진짜인지 지나보면 알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그는 "그 분은 마치 자신이 모든 일을 다 한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한 가지만 얘기하겠다, 지난번 방송토론회에서 정부청사를 자신이 유치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이미 그 분이 시장을 하기도 전에 결정이 끝난 일이었다, 그런데도 본인이 했다고 자랑하는 것에 고개가 갸우뚱해 진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더욱 공세를 강화했다. 그는 "시중에는 지금 네 동생이 나무장사를 한다느니, 제 사위가 나무장사를 한다느니 하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루머가 2년 전부터 택시기사와 찜질방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루머가 사실이면 수사를 정식으로 요청한다, 그게 사실이면 제가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한 악성루머를 만들어서 선거판에서 득을 보려는 세력이 누구인지 추정은 되지만 확증은 없다"며 "그러한 치졸한 작태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원웅 "박성효·염홍철, 둘 다 책임질 사람들... 볼썽사납다"
이러한 서남부 신도시 개발을 놓고 벌이는 공방에 민주당 김원웅 후보도 가세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야4당 선거연합 선거대책협의회 출범식에서 "박성효·염홍철, 두 후보가 서로 논의도 하고, 결제도 하고서 세운 대전도시계획을 두고 싸우는 모습이 한마디로 볼썽사납다"고 두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그 두 후보들이 세운 계획에 따르면 2020년 대전의 인구를 2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 예상은 158만 명으로 무려 40만 명 차이가 난다"며 "이러한 잘못된 인구예측을 가지고 세운 대전의 도시계획, 즉 '서남부 신도시 개발'과 '구도시 재개발정책'으로 지금 대전은 구도시 공동화와 신도시 미분양이라는 심각한 사태를 맞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따라서 그 분들 모두 책임을 져야 할 분들인데, 선거가 다가오니까 이제 와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참 웃기는 일이다"면서 "제가 시장이 되면 두 전직 시장이 벌여놓은 방만한 도시계획을 전면 수정하여 도시가 밖으로 확산하는 대신 안으로 옹골차지도록 구도시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