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는 1급수, 송영길은 5급수다."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일 오전 11시, 인천 청천동 영아다방 사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특유의 비유를 들며 안상수 인천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마이크를 잡은 정 대표는 "상대 후보(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한 기업에게서 받아서는 안 될 돈을 받는 등 비리와 추문으로 얼룩져 있다"며 "바로 마실 수 있는 '상수', 1급수를 선택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유세장에는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합류했다. 하지만 유세장의 열기는 생각만큼 뜨겁지 않았다. 사거리에 서 있는 인파의 절반 이상이 한나라당 구청장, 시의원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었다. 유세 차량이 나타나기 전에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이 드문드문 있을 정도로 유동인구가 적었던 탓이다.
유세장에서는 안 후보보다 나경원 의원이 더 인기를 끌었다. 유세차량 뒤에서 나 의원을 불러 악수를 청한 배아무개(40)씨 등은 "사실 나경원씨 팬"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배씨는 "부평에 공원이 하나도 없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공원이 많이 생겨서 살기 좋아졌다"며 "일 잘하고 사생활이 깨끗한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영아다방 사거리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김민혁(45)씨는 "이 일대 상인들은 모두 '구관이 명관'이라며 안 후보를 지지한다"며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서민이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아무래도 하던 사람이 계속 하는 게 경제 흐름상 좋지 않겠느냐"고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지하철 안 "시정 잘해서 고마워요" - 지하철 밖 "택시 기사들 별로 안 좋아해"
안 후보는 이날 오전 6시 30분 인천 동암역 출근 인사로 선거운동 마지막 날 유세 일정을 시작했다. 지하철을 바삐 돌아다니는 안 후보에게 다가온 한 시민은 "시장님 건강하세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또 다른 여성은 "시정을 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하철역 밖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안 후보가 지하철역에 줄지어 서 있던 택시의 기사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지만, 택시 기사 10여 명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일부는 웃으며 안 후보와 악수를 나눴지만, 나머지는 아예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손만 내밀었다.
15년 동안 인천에서 택시를 몰았다는 이목희(45)씨는 "택시 기사들은 거의 다 안 후보를 안 좋아한다"며 "택시기사 수를 엄청 늘려 놓은 것도 있지만, 자전거 도로를 x판으로 해놨다, 이러니 누가 지지하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여론조사를 보니 아직 안 후보가 이기고 있던데, 나는 꼭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새벽부터 길을 나선 안 후보는 이날 지하철 유세 뒤 부광교회 무료급식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구월동 농산물시장과 남동구 구도심 골목 유세 등 취약지역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이어 계양구를 누비며 표밭을 일군 뒤 작전역 사거리를 거쳐 오후 7시 부평역 유세를 마지막으로 공식 선거운동을 마무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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