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계속돼 짜증과 무기력함이 함께 오는 오후. 따가운 햇살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던 어제(13일)도 금강은 여전히 공사중이었다. 매번 공사장에 갈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정부의 거짓말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 자체가 끔찍한 일이다.
토목강국의 힘을 보여주며 강을 훼손시키는 모습은 정말이지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심각하게 훼손돼가는 강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숨이 턱턱 막혀온다. 얼마 전까지 녹색의 싹이 움트던 모래톱과 습지는 하루아침에 사라졌고, 백제의 역사숨결이 고스란히 묻어있던 곰나루의 고운 모래사장은 이제 볼 수 없게 되었다.
현장에 가면 정부가 이야기하는 거짓말을 깊은 지식이 없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물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수질개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데 모이는 물이 깨끗해야 이것도 가능한 일이다. 어제 금강에서 본 옥룡보(공주지역) 물은 정말 한치 앞도 볼수 없는 탁수였다. 쓰레기까지 둥둥떠다니고 있었다.
보통 보를 통과한 물들은 상류보다 맑아지기 마련인데, 옥룡보 하류를 보면 상류의 수질이 어떤지 잘 알 수 있다. 하수도인지 강인지 알수 없었다. 금강 수질의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옥룡보, 여기 1km아래 금강보가 생길 예정이다. 이렇게 더러운 물을 보로 가두어 놓으면 정말 수질이 깨끗해질까? 악취와 썩은 물 때문에 물을 가두면 분명 물은 썩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금강 상류에는 대전과 청주, 공주 등의 대도시가 위치하고 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비점원오염원이 유입되기 때문에 계곡수같은 1급수의 물이 흐를 수 없는 조건이다. 따라서 이런 물을 가두면 당연히 썩기 마련이다. 그대로 흐르게 하는 것이 강의 수질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현실에서도 이런 상황은 입증되고 있다. 2008년 설치된 유등천의 가동보를 보면 알 수 있다. 2급수로 유지되고 있는 유등천에 가동보의 오니와 저니 때문에 매년 준설을 진행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금강에 보가 생기면 매년 준설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에 따른 비용 수반은 말할 것도 없다.
천변에 쌓여진 엄청난 양의 준설토는 시공사 사업몫이 아니다. 지자체에서 처리해야 한단다. 지자체가 비용이나 처리능력이 없으면 방치되어야 할 판이다.
더욱이, 홍수예방을 위해 준설한 준설토들은 분명 제방 밖에 쌓아 놓아야 한다. 그래야 통수단면(물그릇)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강에는 제방 안쪽에 쌓아 놓았다. 적당한 임시적치장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홍수가 난다면 분명 홍수유발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공사들은 지자체 책임이라고만 주장하는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급하게 추진한 사업이 가져오는 한계가 여기서도 드러난 것이다.
생물들이 죽어나고 습지는 깡그리 사라져가고 있다. 바위구비늪만이 문제가 아니다. 금강 역시 습지들은 사라지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유지되었던 하중도와 습지는 옛 이야기로만 전해들어야 한다. 하중도는 생멸들이 서식할 수 있는 산란처이자 휴식처다. 사람들이 손길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하중도가 사라지는 것은 하천생태계의 심각한 교란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4대강사업은 살아있는 강을 죽이는 대표적인 공사다.
백제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공주 곰나루의 넓은 모래사장은 사라져버렸다. 역사전문가들은 이곳이 백제의 역사가 담겨있는 곳이기 때문에 문화재발굴이 반드시 필요한 지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문화재발굴조사도 제대로하지 않은 채 모래사장은 사라졌고, 7m높이의 대형 공주보가 완공되면 역사적인 장소는 수몰된다.
이렇게 현장에 가면 무척 많은 문제점들이 보인다. 정부의 발표가 거짓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한 번이라도 금강에 가 본 사람이라면, 4대강사업이 금강살리기가 아니라 금강죽이기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가슴이 아프고 아려오는 느낌을 경험 할 수 있다. 그러나, MB는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자기가 만든 청계천의 함정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 가엽게만 느껴진다. 이제라도 청계천의 함정에서 빠져나와 국민과 강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