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익2동 안쪽 골목에서 꽃나라를 이루고 있는 아주머니 한 분은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하면서 당신과 이웃사람이 함께 돌보는 꽃밭에 무슨 꽃이 있는지 하나씩 가리키며 알려주었습니다.
꽃잔치를 이루는 골목동네 마실을 하며 마주하는 골목꽃을 보는 동안 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느끼는 한편, 골목집 아주머니 말씀을 듣는 동안에도 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느낍니다. 꽃은 꽃대로 어여쁘고, 꽃을 돌보는 분들 마음은 당신들 마음 그대로 어여쁩니다. 꽃이 아름다우니 이 아름다운 꽃을 돌보며 우리 마음을 다스린다고 하는데, 어쩌면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우리들이 아름다움을 느낀다기보다 꽃 한 송이 돌보고자 씨앗을 받아 심어 가꾸는 동안 내 매무새가 흙을 닮고 흙을 아끼며 흙하고 하나가 되기 때문이 아니랴 싶습니다.
퍽 오래도록 가물던 날씨였는데 비가 쏟아집니다. 드디어 비가 쏟아져서 참 반갑습니다. 자동차를 끌고 다니는 분들은 비 때문에 길이 막힌다든지 힘들다든지 투정을 부립니다. 그러나 우리가 탓해야 한다면 비오는 날에도 자동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을 탓해야지, 가문 땅에 촉촉한 기쁨을 선사하는 날씨를 탓해서는 안 됩니다. 고마운 빗줄기임을 헤아리고 반가운 빗방울임을 느끼며 즐거운 빗길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빗줄기 떨어지는 소리 가득한 골목을 거닙니다. 빗방울 아롱다롱 매달려 있는 꽃잎을 마주합니다. 빗길에 가만히 서서 바닥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느낍니다.
맑은 날에는 맑은 대로 해사하며, 궂은 날에는 궂은 대로 해맑은 날씨란 우리한테 얼마나 기쁨을 베풀어 주는가 하고 새삼 돌아봅니다. 피어나는 꽃은 피어나는 대로 곱고, 지는 꽃은 지는 대로 얼마나 즐거움을 나누어 주는가 하고 거듭 되뇌입니다.
봄에는 맑고 옅은 꽃들이었고, 여름에는 빛나며 알록달록한 꽃들입니다. 이 빗물 듬뿍 받아마시며 무럭무럭 자라나며 꽃내음 나누던 꽃들이 지고 가을을 맞이할 때에는 또 어떤 빛깔 어떤 느낌 어떤 내음으로 우리 보금자리를 골고루 어루만질까 궁금하고, 손꼽아 기다리며 마음이 들뜹니다.
101. 인천 중구 내동. 2010.6.12.15:19 + F6, 1/80초
골목 한켠에 흐드러져 있는 장미꽃에 빗물이 매달립니다. 골목장미는 오랜만에 빗물을 받아 마시며 목을 축입니다.
102. 인천 중구 내동. 2010.6.12.15:21 + F5.6, 1/60초
골목집 앞마당 바지랑대와 빨래줄에 빗방울이 맺힙니다. 땅바닥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빨래줄에 나란히 매달린 빗방울을 바라보며 한여름 더위를 식힙니다.
103. 인천 중구 내동. 2010.6.12.15:22 + F5.6, 1/60초
푸른 잎사귀에 장미 꽃송이 하나 떨어져 앉습니다. 비바람에 따라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습입니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삶이든, 있는 그대로 어우러지며 손을 맞잡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아름답지 않느냐 싶습니다.
104. 인천 중구 내동. 2010.6.12.15:22 + F5.6, 1/60초
길가 틈바구니에서는 애기똥풀이 고개를 내밉니다. 골목집 사람들은 꽃밭을 마련하고 장미를 심어 꽃을 즐깁니다. 비를 맞으며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꽃송이는 골목 꽃밭 앞자락에 꽃길을 만듭니다.
105. 인천 중구 신포동. 2010.6.12.16:12 + F7, 1/40초
신포시장 한켠에는 온갖 꽃을 소담스레 가꾸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꽃 가저가지 마세요"라든지 "꽃 같이 봅시다" 같은 글월을 플라스틱 팻말에 적어서 곳곳에 달아 놓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팻말을 달아 놓아도 꽃그릇을 훔치거나 꽃을 파 간다든지 꺾어 가는 사람이 어김없이 있습니다. 꽃을 같이 보기 그리 싫기 때문일까요. 예쁜 꽃은 몰래 훔쳐서 혼자만 보아야 제맛이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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