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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대학생들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기각돼, 경찰이 '과도한 법집행'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은 '천안함 유인물'을 나눠준 대학생 두 명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체포했다. '천안함 유언비어'가 6·2 지방선거에 악용됐다는 이유다.

 

"천안함 유언비어가 지방선거 악용됐다"

 

지난달 31일, 대학 2학년생인 현아무개(21)씨과 서아무개(21)씨가 나눠준 유인물에는 개가 입을 가리고 웃는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천안함 증거조작,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

'1번 찍으면 전쟁난다, 6월 2일 투표하자.'

 

이후 서울 성동경찰서는 왕십리 민자역사에서 천안함 관련 유인물을 배포하는 20대 남녀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입수했다. 신원을 확보한 경찰은 지난 22일 오후 10시경 두 대학생을 체포했다. 이들의 집 앞에서다.

 

24일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찰은 "이들 외에도 유인물 배포자가 더 있으며,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한 세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추적수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검거해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합조단 발표 믿을 수 없어, 학생들 문제제기 당연"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다함께·인권운동사랑방 등 시민단체들은 25일 성동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과도한 법집행'을 규탄하고, 연행학생 석방을 촉구했다.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 후원회 명예회장은 "경찰이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회장은 "천안함에 대해 매일매일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뿐만 아니라 국민대다수가 합조단의 발표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학생들의 문제제기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권 회장은 유인물 배포를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 앞에서 보수단체들이 며칠째 난동을 부려도 (경찰은)가만히 있으면서, 다른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하거나 구호만 외쳐도 연행을 하거나 입건을 한다"며 "경찰이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아무개씨가 재학중인 성신여대의 부총학생회장 김미희씨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씨는 "나이지리아전을 보다가 서아무개가 체포되어 경찰서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분노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잠시 숨을 골랐다.

 

이어서 김씨는 "경찰이 서씨를 10일정도 미행해서 서씨의 집과 동태를 파악했고, 면회를 다녀온 사람들에 따르면 5명의 경찰이 CCTV로 녹화가 되는 조사실에서 서씨를 둘러싸고 협박과 회유를 했다"며 검거·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씨는 "그렇게 어린 학생을 데리고 겁을 주면서 회유를 할 필요가 있냐"며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의 몽둥이"라고 맹비난했다.

 

"경찰 인력 부족해 미행·불심검문할 시간 없다"

 

이에 대해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요즘처럼 경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행하거나 불심검문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부인했다. 하지만 '천안함 유인물'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지난 6월초 경찰은 '천안함 사건 짜맞추기 조사 결과 믿을 수 없다'는 제목의 유인물을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뿌린 일을 조사하면서 광운대 앞에서 불심검문을 해 논란이 됐다. 이후 12일에는 천안함 관련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던 대학생들을 연행하기도 했다. 13일에는 '불온유인물을 배포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달리던 시내버스를 세우고 대학생들을 불심검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지혜 한국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은 "구속까지 할 사안이 아닌데 (경찰이) 사안을 확대해서 유인물을 배포한 사람들을 모두 연행하려 하는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천안함 #천안함 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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