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서울환경운동연합, 서울시민네트워크, 좋은예산센터, 한국여성단체연합. 지난 8년간 서울시의회를 '규탄'하는 데 더 익숙했던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28일 서울시의회를 찾았다. 민주당 서울시의원 당선자 대표자들과의 간담회를 위해서다.
이들은 이날 김명수 민주당 서울시의회 원내대표 내정자, 조규영 서울시의회 의정개원준비위원회 대변인, 이창섭·한명희 당선자 그리고 마재광 민주당 서울시당 정책실장을 만나 각자의 분야에 대한 정책을 제안했다. 긴 테이블 주위로 둘러앉은 시민사회 대표자들은 '차기 서울시의회에 바라는 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감시와 견제, '기본'에 충실해달라"
하승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오세훈 시장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하 소장은 "오세훈 시장과 관련해서 각종 홍보비나 한강르네상스와 같은 현안들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주로 해 왔는데 시민단체가 감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는 의회가 바뀌었으니 의회가 적극적으로 감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대표가 "'친환경무상급식실현'을 위해 기초단체장과 시교육감 그리고 시의회가 전략적으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대표는 "늦어도 2012년 이전에는 학부모들이나 시민들에게 무상급식과 친환경 급식에 대한 신뢰 있는 내용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역시 "친환경 무상급식은 진보진영의 최대공약이었다"며 "이 부분의 성패가 가장 중요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올해 서울시 여성정책을 분석해본 결과 여성이나 아동에 대한 정책이 거의 없고 있어도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처장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성폭력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여성안전조례'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도시계획을 여성 친화적이고 안전하게 하는 것과 함께, 지역공동체 활동을 통해 우범지역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등·학교 도우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선자 중 정책 집행능력 갖춘 인물 얼마나 되나 자문해야"
한편,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는 "잘 되면 다 오세훈 시장 공으로 가는 게 아닌가"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자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이 말을 받으면서 "(오 시장을) 더 압박하고 압박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얻어내면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정 소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 비해) 3.9%가 더 투표했을 뿐인데 이 정도 변화가 온다면 (시민들이) 5%, 10% 더 투표하게 하는 건 투명성에서 나온다"며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 시기에 (시) 가용예산에 대한 재정분석을 해서 (시민들에게) 알려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뼈아픈' 이야기도 나왔다. 이태수 교수는 "현재 당선자 중 정책 집행능력을 갖춘 인물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2 선거혁명은 'MB 심판'이라는 거대한 쓰나미로 민주당, 진보진영의 후보자가 무조건 발탁되는 결과로 이어졌기에, 이들의 진정한 능력과 도덕성 등이 엄밀히 평가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존의 단체장이나 의회의원으로 활동한 민주당의 적지 않은 인사들이 한나라당 등의 보수·부패세력과 크게 차별성 없이 활동한 사례가 있다"며 "향후 활동할 당선자들에게는 준엄한 윤리의식과 냉철한 개혁정책 수행능력을 요구하고 이를 지원하면서도 동시에 견제하는 기구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오늘, 내일 일할 게 아니라 1490일을 일해야 한다"
이 교수의 지적에 한명희 당선자는 "시의회에 민주당 다수가 들어갔어도 이태수 교수가 우려하는 지점이 있다"며 강한 공감을 표시했다. 한 당선자는 "서울시 공무원이 5000명이 넘고, 지난 8년간의 뿌리 깊은 관행도 있을 것"이라며 "이는 만만치 않은 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어서 한 당선자는 "진보진영의 발전과 서민들의 삶을 위해서 서울시의회 79명에게 대단히 무거운 역사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향해 "(민주당이) 소리만 요란하지 않게 전문성과 패기를 가지고 협력체계를 구축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제안을 유심히 들은 김명수 원내대표 내정자는 "우리가 오늘, 내일 일할 게 아니라 1490일을 일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이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하면 좋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김 내정자는 "(서울시의회가) 하고자 하는 일도, 해야 하는 일도 많지만 예산이 동반되지 않으면 공수표"라며 "기초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해서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예산마련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사실 우리가 내놓은 제안의 90%가 중앙정부의 법과 예산과 연관되어있다"며 "무조건 지방의회가 못한다고 타박하지는 않겠다"고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중앙정부가 외면한다해도 우리(지방의회) 안에서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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