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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부터의 달러 송금, GDP의 11% 넘어

 

아시아개발은행(Asia Development Bank, ADB)과 필리핀 국가통계청(National Statistics Office, NSO)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필리핀에서 해외로부터 송금을 받는 가계는 2000년에 18.05%에서 2003년에 20.72%, 2006년도에는 23.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더 많은 가계가 해외로부터의 송금에 가계 수입을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4집 중 한 집이 해외로부터 달러를 송금 받는다는 말이자 가족 중 한 명은 해외에 나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해외로부터의 송금액은 필리핀 중앙은행(BSP)에 의하면, 2009년말 기준 173억 달러(2010.2.15 발표 자료)로 2008년도의 164억 대비 5.6% 성장했고, GDP 대비 11~12%, 외환보유고 대비 약 60%에 이르는 등 필리핀은 해외 이주 정책이 국가 주요 정책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해외로부터의 송금은, 일정 기간 동안 단기 체류를 하는 이주노동자와 해외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교민 등 다양한 모습으로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필리핀인들이 고국에 남아있는 가족을 위해 보내는 돈을 말한다.

 

간과할 수 없는 이주 정책

 

1986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독재정부를 몰아냈던 필리핀 '피플 파워' 당시 그 중심에 있었던 고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의 아들 베니그노 노노이 아키노가 지난 7월 1일 필리핀 대통령에 취임했다. 신임 노노이 아키노 대통령은 앞으로 6년간, 9천만이 넘는 인구 중 국내 일자리가 없어 전체 인구 10% 이상이 해외 이주를 떠나는 필리핀을 이끌어야 하는 중임을 떠맡게 되었다.

 

신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대통령 직속 기관이었던 CFO(해외이주위원회, Commission on Filipinos Overseas)는 외교부 산하로 편성되면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cfo 30주년 기념  30주년을 기념하는 펼침막이 cfo 입구에 걸려 있다.
cfo 30주년 기념 30주년을 기념하는 펼침막이 cfo 입구에 걸려 있다. ⓒ 고기복

CFO는 국내 거주 필리핀인들과 해외거주 필리핀인들(영주, 귀화자 포함)의 정치, 경제, 문화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해외 거주 819만(2008년 12월말 기준) 필리핀인들과 그 가족을 위한 정책 제안과 각종 자료, 통계들을 대통령과 국회에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해외 필리핀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프로그램이나 생활 조건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혹은 개발된 프로그램 향상을 도모하고, 해외 거주 이주민과 모국과의 사회, 경제, 문화적 연관성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정부 혹은 개인과 해외 필리핀인간의 국내사업 혹은 유사한 벤처 사업 진행을 위한 연락 업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중국의 화상 네트워크, 우리나라로 치면 최근 조직화 노력을 하고 있는 한상 네트워크와 같은 조직을 구성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CFO의 주 업무 대상은 363만에 해당하는 해외 이주노동자, 391만 명의 해외영주권자 혹은 타국가로의 귀화자와 결혼이주민, 65만명의 비정규 체류자 외에 필리핀계 후손들과 필리핀계 젊은이들이다.

 

해외 거주 필리핀인들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9개국 41개교를 운영하고 있고, 교육 관련 자료들을 편찬하고 제공하는 업무를 하기도 한다. 우리로 치면 '한인학교'와 같은 기능을 하는 41개 필리핀인 국제학교는 해외 거주 필리핀인들의 요구와 재정적 지원이 맞아떨어질 때 개교하고 있다. 한국에는 아직까지 설립돼 있지 않으나, 필리핀 출신 결혼 이주여성들의 증가와 이주노동자의 증가에 따라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CFO는 경제 개발을 위한 노력도 도모한다. 국내적으로는 해외이주 필리핀인들의 송금을 통해 필리핀 지역 공동체 개발과 단결을 도모하고, 해외 이주를 계획하는 이들을 대상으로는 해외 이주와 관련한 사전 준비를 통하여 사회 경제적 조속한 통합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출국 전 교육은 국가별, 연령별로 이뤄진다.

 

해외 결혼 이주를 준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는, 출국전 교육을 통하여 출국 전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출국 목표 국가에 대한 언어와 문화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9년 말까지 총 6208명의 결혼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 소개 외에 법률지원 등에 대한 안내가 이뤄졌다.

 

결혼이민과 같이 해외 영구 체류를 목적으로 출국하는 모든 필리핀인들은 CFO에 사전 등록을 하게 된다. 이는 필리핀 이민자에 대한 통계 확보와 이민자를 위한  좀 더 정확한 정책 입안과 정책 개발을 위한 자료로 쓰인다고 한다.

 

2009년의 경우 7만9764명의 해외 이주자 등록이 이뤄졌다. 누적 통계로 미국의 경우, 112만3345명(전체 66.59%)로 가장 많고, 6208명인 한국은 전체의 0.37%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증가 추세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주 문제는 노동 문제를 동반

 

CFO는 해외 이주 전반에 대한 정책을 입안, 개발 혹은 대통령과 국회 등에 자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필리핀 전체 해외 이주자 중 44%에 해당하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전체 이민자의 82%를 상회하는 미국, 캐나다의 경우 간호 등의 의료분야 출신들로 출국 후 영주권 취득자가 많다는 점에서 해외 이주노동 문제가 깊이 다뤄지고 있고, 단기 순환 이주노동자정책을 쓰는 국가에서도 장기 체류자가 많이 발생하고, 해외 출생 아동들이 다수 발생하면서 정책 개발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면, 여기 노동자 이주노동자, '여기서 일하면 여기 노동자' 홍보물
여기서 일하면, 여기 노동자이주노동자, '여기서 일하면 여기 노동자' 홍보물 ⓒ 고기복

CFO 사무처장인 민다 I. 까빌라오 발렌시아(Minda I. Cabilao-Valencia)는 "한국으로의 고용허가제를 통한 이주노동자와 관련해서는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결혼이주민들의 경우 출국 전 반드시 CFO에서 지정한 기관에서 사전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결혼이주민들의 경우 입국 후 상당수가 노동을 하기를 희망하고, 실질적으로도 노동자로 살기 때문에 CFO 출국 전 교육에서 이주노동 문제가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무처장은 "CFO는 영구 체류를 목적으로 한 이민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기관이긴 하지만, 이주 과정 전반을 다루는 기관이다. 이주의 문제는 결국 노동 문제와 연관되기 때문에 이주노동을 간과하기 어렵다. 결혼이주자도 노동을 하고, 의사, 간호사와 같은 전문직도 노동을 하고, 비숙련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이들도 노동을 하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의 이주민 지원 단체에 대한 연락망 등의 자료가 있다면 이를 사전 교육에 활용해서, 그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주노동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되는 해외 이주는 필리핀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2008년과 2009년, BSP(필리핀 중앙은행) 보고에 따르면, 필리핀 해외이주노동자(OFW) 가족에 의한 은행,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구입을 위한 저축과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OFW 가족들이 '비생산적인 지출'에 상당한 부분의 돈을 사용했다는 과거 보고들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BSP에 의하면, 이주노동자 가족들이 2008년도 1/4분기 조사에서는 외환 수령액 중 35.8%만을 저축하였으나, 2009년도 1/4분기에는 전체 수령액의 40%를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투자를 위해 따로 돈을 모아두는 OFW 가족들의 전체 수에 있어서도 증가를 보였는데, 2009년도에는 전년 대비 4.7%에서 5.9%였다.

 

이처럼 저축과 투자가 늘고 있는 부분들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향후 이주노동자들 혹은 그 가족들이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BSP 부총재 디와 구이니군도(Diwa Guinigundo)는 "외환 수령자의 저축과 투자액의 큰 증가는, 경제 발전에 큰 유익이 된다. 왜냐하면 저축과 투자의 증가는 가계 자원을 활용하는 데 유용하고, 그 돈을 빌리는 이들에게도 유익이 된다.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을 돕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정부가 OFW와 그 가족을 위한 정부 서비스, 즉 이주노동자들이 힘들게 번 돈을 가장 유용하게 만들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이를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개인 영역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덧붙이는 글 | -2010.6.14-25일까지 필리핀 이주과정 전반에 관한, 한국으로의 이주노동을 중심으로 한 실태 조사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은 단순히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주와 관련하여 출국 전, 이주노동 현장, 귀국 후까지 이주과정 전반을 살펴보고, 아시아에서 이주노동이 차지하는 위치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향후 어떤 정책이 개발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담아보고자 한다.

이번 실태 조사는 기자 외에 아산외국인노동자센터 우삼열 소장, 박종우 활동가, 결혼이주여성인 안나, 의정부 엑소더스 이인화 간사가 동행했다. 


#해외이주노동#필리핀#OFW#이주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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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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