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는 유명한 게장골목이 있다. 일명 '밥도둑의 거리(?)'다. 이 거리 좌우에는 게장백반집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그중 '여수돌게식당'을 찾았다. 무더위로 입맛을 잃은 요즘에도 이 녀석만 있으면 밥 한두 공기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뚝딱 사라진다. 오죽했으면 간장게장을 밥도둑이라고 했을까.
게장정식은 1인분에 6천원이다. 단돈 6천원에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 있다. 이른바 무한리필이다. 가격대비 밑반찬도 푸짐하다. 한 마디로 짱이다. 음식이 너무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도니 말이다. 식당내부의 대들보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에는 이곳을 오간 손님들의 글씨가 빼곡하다. 유명 연예인들의 친필 서명도 보인다.
"여수 돌게장 짱!"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이거 진짜 별미네! 입맛 싹 돌아왔어~"
상차림이 푸짐하다. 갓 지어 손님상에 내놓는다는 밥은 윤기가 자르르하다. 게딱지에 밥을 넣어 쓱쓱 비볐더니 이게 웬걸, 진짜 별미다 별미. 이 맛에 식객들이 그리도 간장게장을 찾는가보구나 싶다. 삼삼한 게장 맛에 푹 빠진 젓가락도 신이 났다. 가위 안쪽으로 톡톡 깨뜨려 발라먹는 게살의 맛은 감미롭다.
이내 밥맛이 살아난다. 순식간에 밥 한공기가 동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밥도둑의 특성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픈 맛돌이인데 이 녀석(간장게장) 누가 안 잡아가나?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갈치조림, 돼지고기 수육, 문어초무침, 새우장, 가지나물 등 모든 찬이 다 입맛을 사로잡는다. 장어조림에 도라지무침까지도.
돌게장,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여수돌게식당의 주인장(39, 김소희)에게 물었다. '돌게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체면 차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돌게를 손으로 덥썩 들고 양념을 손에 묻혀가면서 먹어야 제맛이죠."
게 하면 식객들은 통상 꽃게를 떠올리지만 여수 돌게는 값이 저렴하고 푸짐한데다 맛 또한 별미다. 올 여름 무더위에는 먹을수록 땡기는 맛, 여수 돌게로 복달임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