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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매년 떠나는 여름 휴가는 은근한 고민거리다. 아이가 어리면 휴양지의 안전성을 꼼꼼히 따져야 하고,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가 있는 집은 가족 전원이 만족하는 곳을 고르기 어려워 가족 중 누구 하나는 스트레스 받기 일쑤다.

요즘 대도시에 거주하는 가족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름휴가 여행지는 어딜까. 지난 1월,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009년 4월부터 10월 사이 실제 가족여행을 다녀온 전국 6대 광역시 성인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방문희망지역 1위는 제주도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제주올레가 관광지 선호도 1위로 조사됐다.

제주올레의 특징은 제주의 빼어난 자연을 감상하며 직접 걷는다는 것. 부모들은 걷기 여행으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제주올레에 열광하지만 오래 걸어본 경험이 없는 도시 아이들에게 올레길은 결코 만만치 않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사단법인 제주올레 홈페이지의 '올레꾼 게시판'에는 제주올레 가족 여행을 앞둔 가족들의 문의가 잇따른다.

<호진이와 시로미의 좌충우돌 제주올레(이하 좌충우돌 제주올레)>는 이렇게 최근 급증한 '어린이 올레꾼'들을 겨냥해 만들어진 여행서다. 이번에 출간된 1부 '깜상, 큰생이와 친구가 되다'는 만화 형식을 빌려 제주올레길과 제주의 문화를 설명하고 도시 아이들이 낯선 '걷기 여행'에 대한 동기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호진이와 시로미의 좌충우돌 제주올레>
 <호진이와 시로미의 좌충우돌 제주올레>
ⓒ 시사IN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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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아이 호진이의 제주도 체험기

"호진이는 도시에 삽니다. 부모님은 모두 일을 합니다. 막상 방학이 되었는데도 갈 곳이 학원뿐입니다. 집에서 내내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학원도 빼먹었습니다. 그런 호진이를 보다 못한 부모님이 호진이를 이모 할머니가 사는 제주도로 보냅니다. 제주도에 도착한 호진이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컴퓨터도 없는 할머니 집에서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책 내용 중에서)

만화는 컴퓨터 게임이 유일한 즐거움이던 도시 아이 호진이가 부모님에 의해 강제로 제주의 이모 할머니 집으로 보내지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다. 호진이는 컴퓨터와 패스트푸드가 없는 이모 할머니 집에서 불편함을 느끼지만 항상 함께하는 깜상(개)과 제주 친구 시로미를 사귀면서 적응하게 된다.

우연히 집으로 날아든 날개 다친 꿩 큰생이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큰생이가 살던 오름으로 향하는 호진이. 호진이와 친구들의 뒷배경으로 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 해변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 1코스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제주올레 1코스는 가장 먼저 생긴 올레 코스이자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길이다. 시흥초등학교에서 출발해 말미오름에 오르면 성산 일출봉과 우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만화 속에 실제 제주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시로미가 키우던 사슴벌레를 놓아주는 장면에 배경으로 쓰인 오름 입구나, 호진이와 시로미가 오른 말미오름 정상 풍경은 실제 현장에 가 본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수준. 곧이어 출간될 '만화 제주올레' 2권과 3권에서는 각각 제주 서귀포와 중간산 일대를 만화로 만나볼 수 있다.

제주에만 있는 특이한 문화들이 만화 속에 녹아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제사 후 남은 음식인 '식게퉤물'을 이웃과 나눠 먹는 풍습이나 제주 전통 가옥의 대문 역할을 하는 '정낭', 무덤 바깥에 돌을 쌓아 짐승의 접근을 저지한 '산담' 등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성산 일출봉과 관련한 설문대 할망 설화에 대한 소개나 장마다 별도로 표기된 제주도 사투리 뜻 풀이 역시 책을 읽는 어린이의 제주 이해를 돕는 요소들이다.

 지난달 30일, 사단법인 제주올레 사무국에서 열린 사인회 및 캐리커쳐 증정 행사에서 <호진이와 시로미의 좌충우돌 제주올레>를 지은 김경수 화백이 한 올레꾼에게 캐리커쳐를 그려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사단법인 제주올레 사무국에서 열린 사인회 및 캐리커쳐 증정 행사에서 <호진이와 시로미의 좌충우돌 제주올레>를 지은 김경수 화백이 한 올레꾼에게 캐리커쳐를 그려주고 있다.
ⓒ 사단법인 제주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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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는 제주올레 지침서

<좌충우돌 제주올레>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면 부록인 <제주올레 가이드북>은 부모들을 위한 여행 안내서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좌충우돌 제주올레>의 부록으로 특별 제작한 이 책은 현재 제주올레를 구성하는 21개 코스 중 먼저 개장된 16개 코스의 먹을거리, 볼거리, 숙소와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상세하게 담고 있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추천도서로 인증하는 등 제주 현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올레를 고안한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은 "이 책은 오랜 고민과 치열한 작업의 산물"이라며 "승진 경쟁과 일상의 무게에 치이고 지친 40대, 50대 샐러리맨에서 동급생과 우정을 나눌 새도 없이 방과 후 학원으로 내몰리고 게임으로만 세상과 소통하는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이 책이 수많은 독자들과 만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좌충우돌 제주올레>을 지은 김경수 화백은 <매일신문>, <내일신문>, <시사IN> 등에서 시사만평을 그려왔다. 우연히 제주에 들렀다가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된 이후 '제주 예찬론자'가 된 김 화백은 현재 인터넷 신문 <제주의소리>에서 '나의 벗 나의 제주'라는 시사 웹툰을 연재중이다.

김 화백은 책의 발간을 맞아 지난 7월 30일부터 오는 8일까지 2주에 걸쳐 매주 금·토·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올레꾼들을 위한 사인회 및 캐리커처 증정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는 제주올레 6코스 위에 있는 사단법인 제주올레 사무국에서 열리며 문의는 전화 (064)762-2190번으로 할 수 있다.


호진이와 시로미의 좌충우돌 제주올레 1 - 깜상, 큰생이와 친구가 되다

김경수 글.그림, 시사IN북(2010)


#좌충우돌 제주올레#제주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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