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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따라갈까?〉
책겉그림〈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따라갈까?〉 ⓒ 지식채널
아동범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성범죄는 물론이고 폭력과 학대 그리고 사체유기도 늘고 있다. 그것은 그 죄를 저지른 어른들에게 책임이 있다.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성적 대상자로 삼거나 폭력의 대상물로 여긴 까닭이다. 그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에 겪은 애정결핍을 범죄행각으로 드러낸다고 한다.

헌데 놀라운 게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아동범죄 가운데 도구나 폭력으로 인한 직접 범죄보다 유인 범죄가 70%나 차지한다는 거다. 크고 작은 길목이나 범죄자의 집에서 직접적인 폭행을 당하는 경우는 적다는 뜻이다. 오히려 그들이 꼬드기는 덫에 아이들이 걸려드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EBS다큐프라임 <아동범죄 미스터리의 과학> 제작팀이 지은 <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따라 갈까?>에서는 아이들이 그 덫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유를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 다시 말해 어떻게 하는 것이 아동 유인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인지 그 방법을 제시해 준다.

"유괴범이 아이들에게 잘 모르겠다면서 알려달라고 묻는 것은 똑똑한 척하고, 우쭐거리고 싶은 아이들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전술이다. '너는 똑똑하니까 잘 알고 있지? 내게도 좀 알려 줄래?'라는 질문은 아이들로 하여금 '그렇게 쉬운 걸 모르다니. 불쌍하다. 가르쳐줘야 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유도하는 수법인 것이다. 2007년 제주도에서 희생당한 10세의 지승이도 글을 가르쳐달라는 40대 이웃집 아저씨에게 유인을 당했다."(55쪽)

아이들이 유인 범죄에 빠져드는 게 바로 그 때문이라는 거다. 똑똑한 아이들에게는 똑똑한 것으로 걸고 넘어지고, 소심한 아이들은 또 사랑과 선물공세로 덫을 친다는 것이다. 길을 모르는데 길을 가르쳐달라고 한다든지, 강아지가 아픈 데 도와달라고 한다든지, 공짜로 선물을 준다고 하여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든지. 어른들은 절대로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지만, 아동범죄자들은 그걸 역이용한다는 거다.

놀라운 건 그런 요청에 아이들이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들을 멀리하라는 교육을 받았어도 그렇게 덫을 치고 달려드는 그들을 물리칠 수 없다는 거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부모와 선생님으로부터 착한 아이들이 되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란다. 동네 어른에겐 인사를 잘 하고, 결코 무례해선 안된다는 가르침이다. 그런 전통교육으로는 양의 탈을 쓴 이리들을 분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흉악한 얼굴로 다가오는 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EBS팀은 미국의 어린이유괴 예방기구 대표로 있는 '켄 우든'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우든은 그렇게 충고한다. 어떤 어른이 나타나서 사물이나 길에 대한 도움을 호소해오면 아이들이 직접 나서거나 다가서지 말고, 대신 동네에 있는 다른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찾아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것보다 더 좋은 방비책도 없을 듯하다.

"자신을 쓸모없고 무가치하며 약하다고 생각해 스스로 학대하고 열등감을 갖는 아이들, 부모에게 지나치게 순종적인 아이들, 혼자서 판단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결국 가해자의 폭력을 무방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136쪽)

이는 위에서 말한 방비책보다 더 근본적인 예방책을 말하는 거다. 아이의 방어력을 높여주는 자존감 교육이 그것이다. 아동범죄에 노출되는 아이들 가운데에는 똑똑하거나 착한 아이들도 있지만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이 더 많다고 한다. 물론 부모의 사랑과 칭찬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들이 던지는 미끼를 뿌리치는 능력이 훨씬 더 높다고 한다. 애정과 사랑은 그래서 모든 예방 교육의 특효약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EBS팀은 아동범죄가 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온 사회가 함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한다. 이른바 회사에서는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등교시키고 출근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주도록 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학부모가 아이들의 등하교를 직접 인계받도록 하고, 대형할인마트나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실종되면 즉시 모든 출입문을 봉쇄하고 그 아이를 찾는데 힘을 모으는 게 그것이란다.

내 기억으론 작년 6월 5일인 것 같다. 그날 오후 우리 집 둘째 아이를 잃은 적이 있다. 오후 6시 무렵엔 놀이터에 있어야 할 아이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었다. 그때 나와 아내는 녀석이 갈 만한 곳들을 찾아다니며 세 차례나 동네 한 바퀴를 훑고 다녔다. 하지만 녀석은 보이지 않았고, 급기야 7시경 파출소에 신고했다.

제발 무슨 일이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랐는데,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나서 아이는 집에 나타났다.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친구 녀석의 집에 놀러 갔던 것이고, 밤이 깊어 그 엄마가 우리 아이를 집에까지 데려다 준 것이다. 그날 얼마나 놀랐는지, 또 얼마나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때 느낀 게 그것이었다. 내 아이도 그렇고 동네 아이들도 그렇고, 한 동네에 사는 부모들이 동네 아이들과 절친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어디에서 놀고 있고, 누구를 따라갔고, 또 누구 집에 놀고 있는지 환히 알 수 있는 까닭에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동범죄 예방책이란 것도 바로 그러한 사회적 연대와 맞닿아 있다.


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따라갈까?

, 지식채널(2010)


#아동 유인 범죄#아동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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