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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해·공 합동 서해 해상기동훈련이 시작된 5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사적 충돌을 부르는 도발적 대북 군사훈련"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육·해·공 합동 서해 해상기동훈련이 시작된 5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사적 충돌을 부르는 도발적 대북 군사훈련"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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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 훈련? 거짓말!

육·해·공군 해상 합동훈련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훈련이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시작됐다. 5일부터 9일까지 실시되는 이 훈련에 대해 군 당국은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기 위한 방어적 훈련"이라고 주장한다.

방어훈련? 많이 들어본 얘기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를 작전목적으로 하는 전쟁연습을 벌이면서도 매번 연례적인 방어연습이라고 주장해왔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나 공격연습이라고 공표하고 전쟁연습을 벌이는 군대가 있다는 애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

그렇다고 모든 전쟁연습이 공격연습은 아닐 터. 훈련의 양상을 여러 모로 살펴봐야 그 훈련이 공격적인 것인지, 방어적인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분쟁 수역서 무력시위하면서 방어훈련이라고?

이번 훈련은 남측이 주장하는 해상 경계선인 북방한계선(NLL) 남쪽이자 북측이 주장하는 해상군사분계선 북쪽에서 실시된다. 백령도 등 서해 5도를 둘러싸고 있는 이 수역은 남북이 각기 자기 수역이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즉, 남북 사이의 분쟁수역이다. 다만 남측이 우월한 해상 무력으로 이 수역을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남측의 김경식 합동참모본부 작전참모부장은 "서해 우리 작전해역 내에서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하고, 북한군 전선서부지구사령부는 "신성한 우리 공화국 영해에 대한 노골적인 군사적 침공행위"라고 서로 달리 말하는 것은 이곳이 분쟁수역임을 말해준다. 바로 이곳에서 1999년, 2002년, 2009년 3차례의 남북 간 교전이 있었고 쌍방이 인명과 선박 피해가 발생했다. 천안함 사고도 바로 이 수역 안에서 일어났다.

이처럼 이미 여러 차례 남북 사이에 교전이 일어났고 쌍방이 서로 자기 수역이라고 주장하는 분쟁수역 안에서 상대방이 강력히 반발하는 전쟁연습을 벌이면서 방어연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만약 북측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해상분계선 앞까지 내려와 남측을 향한 전쟁연습을 벌인다면 남측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당장 전쟁이 날 것이다.

대규모 훈련 자체가 무력시위 

이번 훈련에는 육·해·공 병력 4500명과 아시아 최대 상륙함인 독도함(1만4천톤급)과 4천500톤급 구축함(KDX-Ⅱ), 1800톤급 잠수함 등 29척의 함선, F-15K, KF-16, 링스헬기, 코브라헬기 등 항공기 50여대, K-9자주포 등 대북 공세적 전력이 다수 동원된다. 이 훈련은 육·해·공군 해상 합동훈련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런 대규모 훈련은 그 자체로 북에 대한 무력시위다. 대규모 전력을 동원하여 북한 턱 밑에서 잠수함 추격전을 벌이고 대함·대공사격훈련을 하면서 방어훈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일이다.

북한 영토 선제타격 계획

이번 훈련의 대북 도발적 성격은 우선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K-9자주포로 북 지대함 미사일기지를 타격하겠다는 훈련 시나리오에서 확인된다. K-9 자주포의 사거리는 40Km로, 북 해안포 사거리(12~27Km)에 보다 훨씬 길며, 북방한계선 이북 지역의 북한 함선은 물론 옹진반도, 등산곳, 옹도 등 서해지역 북 주요기지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다. 따라서 압도적 화력을 내세워 진행되는 백령도 등지에서의 실전과 같은 훈련은 마치 북의 목에 칼을 겨누는 것과 같은 전쟁도발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해 합동 군사훈련의 대북 도발적 성격은 이번 훈련이 확전을 불사한 NLL 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된다는 점에서도 입증된다.   

2009년 초 합참을 비롯한 군 당국은 이른바 'NLL 대비책'을 수립했다고 한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그 요지는 '북이 NLL에서 도발할 경우 즉각적으로 육·해·공 첨단전력을 동원해 서해안 북한 해안포 및 미사일 기지를 초기에 초토화 하는 것'이다. 이상희 전 국방장관도 2009년 2월 "북이 NLL 등지에서 도발할 경우 F-15K 등을 동원해 타격지점을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번 훈련에 동원되는 KDX-Ⅱ, P-C초계함, F-15K, KF-16 등 대북 공세적 첨단 전력들은 바로 이러한 작전계획에 따른 것으로 북이 NLL 등지에서 우리 함선을 공격할 경우 북한 해안포 및 지대함 미사일 기지 등 북한 영토를 직접 선제타격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서해 합동 해상훈련은 과거 NLL에서 충돌에 대비한 국지적 충돌 계획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어 전면전으로의 확전을 불사하고 북한의 영토를 직접 선제타격 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도발적인 공격훈련이다.

다음으로 이번 훈련의 경위를 살펴보자.

이번 훈련은 서해안에서의 한미연합훈련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로 좌절됨에 따라 한국군 단독으로 진행되는 훈련이다. 한국군이 이 훈련을 천안함 침몰 해역에서 벌이는 것은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 따른 대응조치의 일환'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군 당국은 "북한은 천안함 피격사태가 자신들에 의해 저질러졌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 당국은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하반기에 10여 차례나 되는 전쟁연습을 벌여 북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이겠다고 한다. 이처럼 이번 훈련은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한 북에 대한 공세와 압박의 일환으로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조사결과는 가장 기초적인 사건 발생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은폐와 왜곡에서부터 시작하여 증거 조작 논란까지 벌어져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군, 반북수구세력만 인정할 뿐 국내외적으로 매우 설득력 있는 반론에 부닥쳐 '침몰'하고 있는 조사결과를 근거로 대북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10·4선언 이행!, 평화협정 체결!'

천안함 사건은 그 직접적 원인이 단순 사고로 밝혀진다 할지라도 근본적으로는 불안정한 정전체제로부터 비롯된 문제이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밀집도가 아주 높고 여러 차례 교전까지 벌어진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군사연습 중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백령도 인근 해역이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된 이유는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국제련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조선(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정전협정)'에 해상 분계선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이 부분은 협의 과제로 남겨져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2007년 10·4선언에서 백령도 인근의 분쟁수역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설정하여 평화와 상생의 바다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가 포함된 10·4선언 이행을 거부하여 천안함 사건을 초래한 이명박 정부는 그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상대방을 궤멸시킬 무력을 집결시키고 수시로 공격적인 전쟁연습을 벌이는 것으로는 천안함 사건과 같은 일을 결코 막을 수 없다. 오히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더욱 높일 뿐이다. 천안함 사건과 같은 사태를 막는 근본적인 방법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가 포함된 10·4선언과 그 모태인 6·15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해상경계선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정전협정 체결일(7.27)과 광복절(8.15)를 사이에 두고 동족을 향한 공격적 전쟁연습이 "실전처럼 고강도로" 벌어지고 있는 지금, '전쟁연습 반대!' '평화협정 체결!'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통일뉴스에 동시에 실립니다.



#평통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화협정#서해#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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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진보를 앞당기기 위해 기자회원이 되었습니다. 저는 주한미군문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이에 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합니다. 저는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자통협) 사무처장,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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