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일요일에 뭐 하요? 섬에 봉사 가는데 같이 갈라요?"지인의 취재요청이었습니다. 일이 바쁜 탓도 있지만, 봉사활동이 넘치는지라, 이런 동행취재는 될 수 있는 한 피합니다. 그런데 여수농협에 다니는 지인이 이메일로 보낸 계획서를 보니 괜찮더군요. 또 최근 섬에 가본 지도 오래돼 구미가 당겼습니다.
♬ 룰루랄라~. 일요일 아침, 여수시 남면 금오도행 배에 올랐습니다. 찌는 더위에도 불구, 바다에서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대요. 금오도에 도착해 두모리 두포(초포)로 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상생의 길, 농촌과 업체의 1사 1촌 돕기 협약식
봉사에 앞서 여수농협(조합장 배상현) 주관으로 기업체와 농촌이 1사1촌 맺기 행사가 있었습니다. 초포마을과 여수사랑재활요양병원 간 협약입니다. 농촌은 농수산물을 공급하고, 병원은 이를 이용하는 것이죠. 농촌과 병원이 함께 사는 '상생의 길'이었습니다.
고종길 초포 이장은 "동네 생기고 우리 동네를 도와주겠다는 협약식을 한 건 처음이라 얼떨떨하다"면서도 "우리 동네는 방풍, 취, 고구마 등 밭작물과 수산물이 많이 나는데 이것들을 안정적으로 사준다니 신이 절로 난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어 의료봉사, 이·미용 봉사, 농기계 수리, 가사 봉사 등이 펼쳐졌습니다. 어르신들 한 분 두 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시더군요. 어르신들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이동 중에도 땀이 줄줄 흐르더군요.
난생 처음 본 영양제 놓기, 봉사 활동 중 '대박'
대박 코너가 있었습니다. 의료봉사였는데 그중 '영양제'를 놔주는 곳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드러누워 너나 할 것 없이 영양제를 맞는데, 그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고 흐뭇하더군요.
이런 의료봉사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이것 땜에 섬 봉사 동행취재에 나선 것입니다. 그림이 멋지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엉덩이를 까고, 윗옷을 벗는 어르신들은 아픈 데는 죄다 내놓았습니다. 누워 계시는 어르신들 사이사이를 한의사가 침을 놓는 광경 또한 장관이었습니다.
섬 동네에서 영양제 맞은 어르신들 '싱글벙글'영양제를 맞고 계신 하삼례(75) 할머니는 "병원에 가서도 다른 데 치료하느라 링거를 못 맞는디 요로코럼 동네에서 링거를 마즌께 너무 조아 뿌러"하시면서 한의사에게 "나가 늘거서 어깨, 목, 허리까정 안 아픈 디가 없어"라고 호소하십니다.
여수사랑재활요양병원 홍종기 과장은 "박기주 원장님이 의료보험 혜택이 되지 않고, 또 섬에서 맞기도 힘든 영양제를 어르신들께 맞춰드리자고 아이디어를 냈다"더군요.
영양제를 다 맞은 어르신들 밖에서 만나는 동네 분들에게 "아이, 니 링거 맞았냐? 안 마졌으면 얼릉 가서 마져"라며 싱글벙글 권하시기까지 합니다.
저도 한 대 맞았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은데, 어르신들 생각지도 않았던 영양제를 맞았으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작은 아이디어가 만든 의료봉사는 이렇게 대박 났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