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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문조사 화면.
설문조사 화면. ⓒ 화면캡쳐

 

군산문화재단 설립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군산시가 콘텐츠나 운영 전반에 걸친 고민 없이 '일단 설립하고 보자'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군산시는 지난달 25일 군산시청에서 '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문화예술단체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문화예술단체로는 군산예총과 군산문화원 관계자만 불러, 군산시 전반의 문화예술인(단체)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샀다. 군산시는 간담회 참석을 위해 상기 두 단체에만 연락했다고 밝혔다.

 

군산문화재단 설립을 위해 열린 이날 간담회는 지난 7월 시의회 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 민간 대상의 간담회로는 첫 번째이자, 이후 간담회 공식 일정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유일한 간담회인 셈이다. 이러한 중요한 자리에 '지역 문화예술계 간담회'라는 타이틀을 걸어놓고 정작 지역 내에서 활발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연락조차 하지 않아, 관과 기득권만을 위한 폐쇄행정이라는 비난을 샀다.  

 

이 소식을 접한 지역 내 예술인 K씨는 "군산시 계획대로라면 문화재단 설립 1년도 채 안 남았는데 재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에게는 단 한 차례의 의견도 물어오지 않았다"며 "민간으로 자율성 있게 꾸려간다면서, 정작 하는 행보를 보면 또 다른 단체 하나 만들어 옥상옥을 만들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예술인 C씨는 "1년 밖에 안 되는 준비기간으로 어떻게 완성도를 높일지 우려된다"며 "기간이 짧은 만큼 많은 현장실무자와 문화예술 향유자인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문화혜택을 선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번 간담회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군산예총, 군산문화원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2명)는 문화재단의 기능과 역할, 운영방향 등에 관한 논의는 전무한 채 오직 "문화재단은 좋은 것이고 꼭 설립해야 한다"는 원론적 결론만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고선풍 군산대 교수는 "문화재단이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등의 이론성 필요성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문화재단 설립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문화재단이 아니고서는 중앙정부의 예산을 타오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발언했다.

 

이복웅 군산문화원장 역시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앞으로는 정부의 문화예산이 문화재단 설립된 지자체에 우선 지원되는 만큼 군산의 문화재단은 해야만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운영이나 조직에 관한 콘텐츠에 관한 내용도 잠깐이나마 언급됐다.

 

송재복 호원대 교수는 "여태껏 관 주도의 문화예술정책은 개별단위의 문화 사업들에 지원하다보니 중복되는 등 예산오용 등의 부작용을 낳아 이를 아울러가는 게 문화재단의 역할"이라며 "시가 하는 사업을 총괄하고 이외에 문화예술인을 지원해 활동을 진작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부적으로는 문화시설 운영의 문제와 재단을 이끌어 갈 문화 인력의 문제, 문화예술에의 지원의 범위 등의 구체적 운영내용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복웅 군산문화원 원장은 "문화재단에 기존 문화예술단체를 어느 정도 포함해서 갈 것인지에 대한 한계를 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창작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며 문화재단의 인적구성으로 인한 옥상옥의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전북 지역에서 가장 최근 설립된 익산문화재단(2009년 5월 설립)은 2007년 1월부터 2년 5개월이란 준비기간을 걸쳤으며, 간담회 등의 자리를 총 7차례나 마련했다. 1년여에 불과한 준비기간과 민간 대상 간담회를 한 차례만 준비한 군산과 비교하면 오랜시간 투자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익산은 짧은 준비기간과 지역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편 지난달 27일부터 이틀 간 군산시청소년수련관에서는 문화재단을 비롯, 지역문화자치의 현주소를 짚고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문화정책대토론회'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전북지회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 초청강연에 나선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군산문화재단 설립과 관련해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에 관한 콘텐츠 고민 없이 일단 설립하고 보자는 것은 안 된다"고 조언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해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화재단#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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