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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용규 인천공항노조 위원장은 "인천공항 민영화는 근거도 없을 뿐더러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강용규 인천공항노조 위원장은 "인천공항 민영화는 근거도 없을 뿐더러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강용규(43) 인천공항노조위원장은 원래 대기업 산하의 한 기업에서 보안시스템을 설계·시공하던 '엔지니어'였다. 그러던 그가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포부를 품고 인천공항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때가 1999년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건설 공정이 90%를 넘기던 때였다.

그리고 입사 7년차였던 2005년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 엔지니어출신이던 강 위원장이 노조위원장에 도전한 것은 '적대적이고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바꾸어 보겠다는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노사가 이유없는 싸움을 하느라 세월을 보낸다"는 것이 당시 그의 진단이었다. 그의 진심이 통했던지 위원장에 당선됐고 세 번째 연임에도 성공했다.

그런데 지난 2008년부터 노사관계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인천공항을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강 위원장은 "인천공항 민영화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3년째 '민영화 반대 투쟁'을 이끌고 있다.   

"국민 공모 먼저 하는 것은 해외 헐값매각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꼼수"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2월 인천공항의 지분매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인천공항 주식 중 49%를 단계적으로 매각한다는 것이 핵심내용이었다. 이후 인천공항은 해외컨설팅회사인 매킨지에 민영화 연구용역을 맡겼다. 매킨지는 '지분의 15%를 일반 국민들에게 판 뒤에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의 민영화계획도 크게 바뀌었다. 애초 '전략적 투자자에게 지분 15% 매각한 후 일반 공모를 한다'는 계획이 '국민 공모(15%)를 한 후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한다'는 쪽으로 바뀐 것.

8일 오후 만난 강용규 위원장은 "이는 국민 공모를 해서 (해외헐값매각 등의) 시비를 차단하고 국민의 반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꼼수"라며 "매킨지에 30억원을 들여서 인천공항을 팔아먹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 위원장은 "국민 공모주는 그냥 용어일 뿐"이라고 강조한 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식을 내놓으면 미국사람이 살지 독일사람이 살지 모른다"며 "특히 상법상 주식 3%만 가지고 있어도 주주총회 소집과 회계장부 열람, 업무·재산상태 검사 청구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분을 매각해야 정부투자 금액을 회수할 수 있고 앞으로 투자할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지분 매각대금은 국토해양부 건설교통계좌가 아닌 정부 일반회계로 들어간다"며 "매각대금을 공항에 재투자할지 법인세 감면 재원으로 쓸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강 위원장은 "공항에 투자할 돈이 없어서 지분을 판 돈을 다시 투자금으로 주겠다는 것인데 그러려면 공항에 유상증자를 하라고 하면 된다"며 "하지만 유상증자를 하면 정부의 보유지분이 51%에서 48%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인천공항은 주요한 국가기반시설이기 때문에 경제논리로 봐서는 안된다"며 "학자들도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대안을 찾고 있는 시점에 국영은 무조건 나쁘고 민영은 무조건 좋다는 이분법에 공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민간주주 유치가 성장전략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내놓은 매킨지 용역 보고서를 염두에 둔 지적이다.

강 위원장은 " 3∼4단계 공사가 완료되고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서 지위가 공고해지기 전까지는 지분매각을 하면 안 된다"며 "지분을 매각해서 민간주주들이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허브공항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특정기업이 15% 이상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데 10%만 가지고 있으면 이사도 선임할 수 있다"며 "동북하 허브공항으로 공고해지기 전까지 국가가 100% 소유하면서 공항을 육성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위원장은 "이채욱 인천공항 사장은 인천공항을 민영화하러 온 사람"이라며 "정부가 부여한 과업인 민영화를 안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공사가 민영화를 안하고 싶다고 해서 안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공사 경영진은 정부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 위원장은 "올해 국민 공모를 하고 내년에 전략적 투자자를 선정한다는 정부 시간일정에는 변함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인천국제공항공항공사법과 항공법 등 민영화를 위한 관련법률이 개정되지 않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이 인천공항 지분매각을 위해 필요한 '인천국제공항공사법'과 '항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률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했지만 조만간 정기국회에 다시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 위원장은 지난 2008년부터 논란이 됐던 '맥쿼리 지분인수설'과 관련 "인천공항으로 통하는 양대 고속도로에 투자하고 있는 맥쿼리가 인천공항 인수에 관심없다고 발표한 것은 정치적 발언에 불과하다"며 "어떤 집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샀는데 왜 그 집을 안사고 싶겠는가?"라고 말했다.

다음은 강용규 노조위원장 인터뷰 전문이다.

"인천공항처럼 1인당 영업소득 5억여 원인 민간기업 있나?"

- 노조위원장을 몇 년째 하고 있나?
"2005년 1월부터 위원장을 맡았으니 벌써 6년차다. 처음에는 인천공항의 노사관계를 제대로 바꿔 보려고 위원장에 출마했다. 그런데 2008년부터 민영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민영화 반대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 현재 노조로서는 인천공항 민영화 반대가 가장 중요한 현안인데. 
"노조위원장 3선에 도전할 때 슬로건이 '민영화를 반드시 저지하겠다'였다. 결국 당선이 되긴 했는데 (노사간) 갈등이 심했다. 노조는 민영화를 강력히 반대하고, 사측은 강력하게 추진하고…. 이채욱 사장은 인품이 참 좋은 분인데 민영화를 보는 사상적·철학적 차이가 좁혀지지 않더라. 이 사장은 정부로부터 '민영화를 추진하라'는 명을 받고 왔지 않나?

노조는 직원들에게 투쟁기금으로 45만 원씩을 걷었다. 그것으로 전단지 만들어 뿌리고 신문에 민영화 반대 광고를 실었다. 그런데 사용자 측은 30억 원을 주고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용역을 외국회사에 줬다. 노조는 노동의 대가로 회사를 지키기 위해 민영화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데, 사용자 측은 국가관문을 팔아먹으려고 국민 세금 30억 원이나 들여 용역을 주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

- 인천공항 민영화 반대 투쟁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나는 여전히 확신한다. 민영화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민영화한 선진공항들도 허브공항으로 만든 다음에 민영화했다. 민영화한 다음에 허브공항을 만드는 게 아니다. 정부에서 민영화를 추진하는 핵심 논리가 '해외공항전문기업과 전략적으로 제휴해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허브화 지표를 높이고 민간자본 유입을 통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회사 중에서 자기조직의 88%를 아웃소싱한 곳이 있나? 민영화된 공기업 중에도 그런 곳은 없다. 우리가 아웃소싱을 줘서 관리하는 직원만 약 6000명이다. 우리 공사 직원은 800여 명 정도다. 또 개항한 후 매출성장률이 연평균 11%이고, 영업이득 성장률이 연평균 18%다. 전경련에 한번 묻고 싶다. 대한민국 사기업 중에서 매출성장률 11%, 영업소득 성장률 18%를 기록한 곳이 있냐고 말이다.

인력의 88%를 아웃소싱하고 있는데 인력운용이 방만하다? 앞에서 언급한 실적은 이렇게 잔인할 정도로 효율화를 이룬 데서 나온 것이다. 작년에 영업이득이 4400억 원이었다. 2009년도 회계결산 기준으로 1인당 영업이익이 5억1000만 원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7500만 원, 현대차는 4000만 원, 포스코는 1억9000만 원이다.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이것밖에 안된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그들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경영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기업으로서 소임을 다해왔다. 공기업의 핵심은 공공서비스인데, 지난 5년 동안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상에 이런 기업이 어디 있나? 매킨지 보고서를 보면 최고의 서비스를 하면 돈만 많이 드는데 뭐하러 서비스를 좋게 하냐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특히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 해외선진공항의 기법을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삼성과 소니의 전략적 제휴를 보자. 삼성이 소니와 전략적 제휴를 한다고 삼성의 주식을 팔았나? 전략적 제휴, 하면 된다. 노조가 못하게 하는 거 아니다.

그런데 우리 주식을 해외선진공항에 팔면 안오던 손님이, 취항하지 않던 항공사가 인천공항에 오나? 주식 좀 샀다고 수십년간 쌓아온 기법을 다 주나? 그런 논리대로라면 외환은행이나 쌍용차는 세계 제일 기업이 돼 있어야 한다.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선진금융기법이나 선진자동차운영기법을 전수해줬어야 하는데 그렇게 했나? 해외자본은 '먹튀'일 수밖에 없다. 단기수익을 노리고 들어온다는 얘기다.

지분을 넘기기만 하면 선진공항과 전략적으로 제휴해 허브공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전혀 관련없는 논리를 서로 붙여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다. 마치 수능에서 만점받으려면 수박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도대체 우리 주식을 선진공항에 파는 것과 허브화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공항의 성장은 해당국가의 정치․사회․경제 성장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국가적 역량이 발전한 만큼 인천공항도 성장했다는 얘기다.

해외 선진공항의 최대 경쟁자는 아시아에서 인천공항이다. 우리가 선진공항기업인 것이다.  BBC가 7분짜리 특별방송을 통해 '왜 우리는 인천공항이 될 수 없나?'는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4500여 명이 우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했다. 일본조차도 '동북아 허브공항을 인천공항에 빼앗기고 있다'고 얘기할 정도다."

"인천공항과 경쟁하는 홍콩-싱가포르는 100% 정부 소유"

 6년째 인천공항노조를 이끌고 있는 강용규 위원장.
6년째 인천공항노조를 이끌고 있는 강용규 위원장. ⓒ 오마이뉴스 구영식
- 정부나 인천공항, '민영화 용역'을 맡았던 매킨지도 공항의 민영화는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런 주장을 믿을 수 없다. 우리가 2009년 초 항공대에 연구용역을 맡긴 적이 있다. 국제공항협회자료와 전세계 주요 공항운영그룹 등을 놓고 민영화한 공항을 세봤다. 국제공항협회에 가입한 공항을 기준으로 민영화한 공항은 3.9%에 불과했다. 그런데 공항 민영화가 세계적 추세라니 믿을 수 없다. 우리와 경쟁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100%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민영화의 개념 정의가 다르다. 올 봄에 유럽 등을 돌았는데, 외국에서는 주식회사가 되면 민영화됐다고 얘기한다. 즉 주식회사가 되면 그 지분을 정부가 다 가지고 있더라고 민영화됐다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보면 인천공항은 주식회사형 공기업이다. 그런 점에서 외국에서는 인천공항도 민영화됐다고 볼 것이다. 민영화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식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를 봐야 한다.

100% 민영화한 곳은 영국 히드로 공항과 호주 시드니 공항밖에 없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도 민영화됐다고들 하는데 스톡 익스체인지(stock exchange)를 통해 8%를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이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파리 샤를 드골 공항 주식 8%를 스키폴 공항이 가지고 있다. 특히 스키폴 공항은 상장이 안돼 있다.

원래 스키폴 공항과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은 30년간 경쟁관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각 공항의 사장을 상대방 공항의 사외이사로 선출하고, 직원도 교류하고, 물자도 공동구매하는 식으로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다. 이것이 공감할 수 있는 전략적 제휴의 사례다. 스키폴공항은 자기들이 민영화됐다고 표현하지만 상장이 안돼 있다. 우리는 상장을 하겠다는 것이고.

정부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얘기하는 것도 믿지 못하겠다. 그게 진심이라면 '공기업 경영구조 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에 민영화 대상으로 적시된 인천공항을 그 대상에서 빼야 한다. 정부는 이 법을 근거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법에는 지분을 얼마까지 팔거나 유지한다는 규정이 들어 있지 않다. 이것은 현 정부가 49% 팔테니 다음 정부도 알아서 팔아먹으라는 것이다.

인천공항이 민영화 대상에 들어간 것은 (민주당이 집권했던) IMF 때였다. 정부는 '잃어버린 10년' 얘기하는데, 국가위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졸속적으로 만든 법안은 왜 안 고치나? 잃어버린 10년이라면서 다른 것은 고치면서 왜 인천공항을 민영화 대상으로 적시한 그 법은 안 고치나?" 

- 49%의 지분매각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08년 8월 정부가 민영화 계획을 확정했고, 2009년 3월부터 10월까지 매킨지를 통해 민영화 용역을 진행했다. 그게 완료됐고, 2009년 12월 기업공개를 위해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대신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다. 올 2월부터는 기업평가와 상장심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 발의로 민영화를 위해서 인천공항공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본격적으로 기업공개를 할 것이다. 이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상장을 하기 어렵다.

30억 원의 용역을 하면서까지 인천공항 주식을 팔아야 하는 급박한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이 IMF 시절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니 야당 의원이나 언론에서 주장하는 음모론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가치가 오를지 모르는데, 개인 자산이라면 그걸 팔겠나?"

- 매킨지 보고서를 보면, 먼저 일반국민들에게 일부를 팔고난 뒤에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자는 의견을 냈던데.
"매킨지는 회사 의견대로 썼다고 봐야 한다. 노조나 언론, 정치권에서 헐값매각이라고 하니까 액면가 이상만 받으면 헐값매각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기업공개를 하면 시장가가 형성될 것이다. 시장가보다 단돈 10원이라도 더 받으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헐값매각 시비를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애초에는 전략적 제휴를 먼저 한 다음에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정부의 세부계획이 바뀐 것이다. 국민 공모를 해서 (해외헐값매각 등의)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그러면 정부로서는 국민의 반감을 불식시킬 수 있다. 매킨지에 30억원을 들여서 인천공항을 팔아먹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전이 일반 공모를 했다. 그런데 현재 외국지분이 20%가 넘는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노출돼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내놓으면 미국사람이 살지 독일사람이 살지 모른다. 그게 글로벌 금융시장이다. 국민 공모주는 그냥 용어일 뿐이다. 상법을 보면 주식 3%만 가지고 있어도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고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다. 또 업무와 재산 상태 검사를 청구할 수도 있다."

- 한때 논란이 된 '맥쿼리 지분 인수설'은 그 가능성이 사라진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 큰 조카가 근무하는 외국기업에 인천공항을 팔라고 한다는 얘기가 나오니까 정부가 부인했다. 그리고 맥쿼리도 공항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정치적 발언에 불과하다. 인천공항으로 통하는 양대 고속도로에 투자하고 있는 맥쿼리가 인천공항 인수에 관심이 없다? 어떤 집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다 샀는데, 왜 그 집을 안사고 싶겠나? 안사고 싶다고 언론에 얘기하는 것이 정치적 멘트다."

"여당 의원들도 지분매각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하기 시작해"

- 인천공항의 지분을 단 1%도 매각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3∼4단계 공사가 완료되고,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서 지위가 공공해지기 전까지는 지분매각을 하면 안된다. 동북아 허브공항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지분을 매각하면 되나? 지분을 매각해서 민간 주주들이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허브공항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특정기업이 15% 이상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다는데 10%만 가지고 있으면 이사도 선임할 수 있다.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공고해지기 전까지 국가가 100% 소유하면서 공항을 육성해 가야 한다. 물론 공고해진 뒤에도 지분을 어떻게 할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 지분을 매각해야 정부투자 금액을 회수할 수 있고 앞으로 투자할 재정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지분매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분이 매각되면 그 돈이 국토해양부 건설교통계좌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정부 일반회계로 들어간다. 매각대금이 어디에 쓰일지 모른다. 공항에 재투하할지 법인세 감면 재원으로 쓰일지 도대체 알 수 없다. 또 공항에 투자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 지분을 판 돈을 다시 준다? 그러려면 공항에 유상증자하라고 하면 된다. 유상증자를 하면 정부의 보유지분 51%가 48%가 될 수도 있다. KT나 대한항공 등이 그랬다. 인천공항은 주요한 국가기반시설이기 때문에 경제논리로 봐서는 안된다."

- 그런데 왜 지분매각 비율이 49%인가?
"나도 이해 안된다. 왜 국민 공모주는 15%뿐인가? 꼭 전략적 제휴는 해야 하나? 국민이 49%다 사면 안되나? 왜 49%를 팔고, 국민공모주는 15%만 하게 됐는지 설명이 없다. 특히 49%에 1%만 더 붙어도 정부는 대주주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

- 49%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인천공항에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나?
"인천공항은 다른 공기업과 달리 특정소수의 이해관계자들로 둘러싸여 있다. 전체 수익의 57%가 면세점 임대수익이다. 지분을 매각하면 면세점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해 경영에 개입할 수도 있다. 외국기업도 마찬가지다. 의결권은 없고 배당만 하는 주식이 아니라 의결권이 있는 일반 주식을 파는 것이다. 그러면 상법에 의해 경영권이 간섭받게 되고 경영 노하우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 입주업체나 항공사들이 주식을 사게 되면 '업자'인 동시에 '주주'가 된다. 과연 공항이 제대로 관리되고 통제될 수 있겠나?"

- 매킨지는 보고서에서 민간주주의 유치가 성장전략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말이 안되는 의견이다. 근거도 약하다. 공항 발전을 위해 공공성 유지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데 대주주인 정부는 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브 프라임 모기지사태에서 보듯, 국가가 민간의 실패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지 않았나? 학자들도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대안을 찾고 있는 시점에 국영은 무조건 나쁘고, 민영은 무조건 좋다는 이분법에는 공감할 수 없다. 공기업이 방만하다고들 하는데 민간기업은 망해도 경영진들이 한몫 챙기고 도망가지 않나? 공기업은 그리 못한다. 언론과 국민에 맞아 죽는다."

- 지분매각이 가능하려면 인천공항공사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서 처리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막아야 한다.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2년 동안 말문을 닫고 있는 여당 의원들이 국가관문인 인천공항의 지분매각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밑으로 물어보니 (한나라당 의원들도) 다 반대한다고 하더라. 공식석상에서 말을 못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입법부가 행정부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의 반대여론이 높은데도 지분매각을 강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도 모르겠다. 그러니 자꾸 음모론에 관심이 가는 거다.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 없으니 음모론 말고 뭐가 있겠나?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면 음모론에 관심 갖겠나? 30억 원을 들인 보고서에는 지분매각하면 항공사들이 많이 취항할 것이라는 내용은 없다. 공격적 경영이 가능하고 민간자본 효율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두루뭉실한 얘기만 있다. 그것을 민영화 근거로 삼는 것은 안맞다."

- MB맨 이채욱 사장이 강하게 밀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이채욱 사장은 민영화하러 온 사람이다. 민영화가 그의 중요한 임무다. 정부가 부여한 과업인 민영화를 안할 수 있겠나? 공사가 안하면 제일 좋겠지만, 공사가 민영화를 안하고 싶다고 해서 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공사 경영진은 정부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다. 이 사장은 관리인에 불과하다. 내일이라도 정권 수뇌부에서 민영화를 없던 일로 하면 사측도 바로 접을 것이다."

"공사법 등 민영화 위한 법률 개정안 막는 데 주력할 것"

- 지분 매각을 저지할 수 없다면 매각 이후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은 있나?
"정부는 규제를 하겠다고 한다. 영국도 엄청 규제했지만 민영화 이후 그런 규제가 많이 완화되거나 폐지됐다. (민영화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규제를 통해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공공성이 강한 기업들을 다 팔아도 된다는 것인가? (민영화가 되면) 공산당국가가 아리라면 민간논리로 공항이 운영되기 쉽다. 민간주주는 이윤논리로 갈 수밖에 없다.

만약 '민영화 저지'라는 1차 저지선이 뚫린다면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규제들이 잘 만들어지고 작동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략적 제휴도 불가피하다면 국익에 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도 않다. 무조건 막아야 하고 막을 수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지금은 시기상조다."

- 지분매각 계획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노조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정부는 인천공항 민영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올해 국민 공모를 하고 내년에 전략적 투자자를 선정한다는 시간일정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로는 인천국제공항공사법과 항공법 등 민영화를 위한 관련법률이 개정되지 않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강용규#인천공항#지분매각#이채욱#맥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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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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