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 메뉴 중의 하나가 쌈밥이라고 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채소의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채소를 그대로 먹는 쌈은 우리 고유의 식문화다.
쌈 채소가 상추와 깻잎 등의 일반적인 것을 떠나 이름도 낯설고 생소한 것이 많아 좀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역사를 살펴보면 쌈은 삼국시대 고구려인들이 즐겨먹었다고 한다. 우리가 즐겨먹는 상추는 9세기경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
생고등어쌈밥이다. 그냥 고등어가 아니라 생고등어를 사용한다. 쌈밥집이 여수 서시장에 위치하고 있어 싱싱한 생선을 쉽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잦은 장마와 태풍 등의 기상악화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채소지만 이곳에 가면 비교적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요즘에는 돈 주고도 못 사는 채소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값도 문제지만 채소 작황이 안 좋아 그만큼 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채소의 가짓수가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12가지의 채소가 나왔는데 오늘(25일) 내놓은 쌈 채소는 7가지다. 채소를 구하지 못해 대충 구색을 맞췄다며 다음에 오면 제대로 주겠단다.
채소 값도 만만치 않다. 주인장의 말에 의하면 예년에 비해 무려 다섯 배나 올랐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kg에 5000~6000원이던 쌈 채소가 요즘은 3만 원을 웃돈다고.
"채소 값이 다섯 배나 뛰었어요, 돈 주고도 없어서 못 사요."
어디 귀한 쌈 한 번 싸먹어 보자. 쌈 채소의 종류가 다양하다. 상추와 치커리는 기본이고 명아주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근대, 브로콜리의 한 종류인 뉴그린, 금강초 등 7가지다. 풋고추도 있다. 쌈 양념으로 잘 숙성된 갈치창젓을 넣었더니 고소한 맛이 정말 좋다.
"쌈밥은 갈치속젓에 싸먹어야 진짜로 맛있어요."
찬도 푸짐하다. 풋고추를 갈아서 옛날 방식으로 담근 부드러운 열무김치, 소금과 식초를 넣고 펄펄 끓인 물을 부어 만든 매콤한 고추지, 가지무침 등은 추천할 만하다. 그렇다고 다른 찬이 소홀한 것도 아니다. 찬 하나하나가 다 맛있다.
친정엄마가 만들었다는 시골된장으로 끓여낸 된장국의 맛 또한 이 가을에 너무 잘 어울린다.
주인장(50, 최점순)의 식당 경력이 자그마치 26년 세월이다. 일부 식재료와 쌀 등은 보성 벌교의 친정에서 부모님이 손수 지은 농산물을 가져다 쓴다.
"요자리에서 쌈밥만 11년 했소."
싱싱하고 다양한 채소에 곰삭은 갈치창젓을 곁들이니 정말 맛있다. 이런 게 쌈밥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일반적인 쌈밥집과 달리 싱싱한 생고등어를 내놓는 것 또한 이집만의 장점이다.
입맛 없을 때 생고등어 조림에 신선한 채소 쌈을 하면 입맛이 금방 되돌아온다. 웰빙푸드 생고등어 쌈밥으로 활력을 되찾아보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