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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합창단 경연대회      전국합창대회에 참가한 '남자의 자격' 합창단
'남자의 자격' 합창단 경연대회 전국합창대회에 참가한 '남자의 자격' 합창단 ⓒ KBS

지난 26일 KBS2 <남자의 자격-죽기 전에 해야할 101가지>(이하 <남자의 자격>) '남자 그리고 하모니'(이하 남격합창단) 마지막 편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선 이미 알려진 대로 남격합창단이 거제전국합창 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이로써 지난 7월부터 2개월 동안 맹연습을 거쳐 탄생한 '남격 합창단'은 소정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해체됐다.

사실 <남자의 자격>은 그리 인기를 끌 만한 요소도, 뛰어난 멤버도 없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러나 차분하고도 성실하게 서로를 배려하며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인간미 넘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그렇게 서서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의 자격>은 특히 이번 '남격 합창단'편을 수행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더 큰 감동을 전해줬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큰 관심은 급기야 지휘자인 박칼린 감독 신드롬을 일으켰고, 합창단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악보도 잘 볼 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합창 미션이 이렇듯 훌륭한 하모니로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칼린 감독의 탁월한 능력과 스태프들의 헌신적인 노력, 거기에 해내고야 말겠다는 단원들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보면서 감성 많은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오합지졸 단원들이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훌륭한 합창단원으로 성장한데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훌륭하게 팀을 이끌어준 박칼린 감독에게 한없는 애정을 표하며 동고동락한 스태프들에게도 무한한 정을 쏟아 부었다.

어지러운 카메라 워킹, 넬라판타지아 감동 반감시켰다

솔로의 경연  대회기간 내내 경쟁자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한 배다혜와 선우
솔로의 경연 대회기간 내내 경쟁자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한 배다혜와 선우 ⓒ KBS

그러나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뭉클하게 차오르는 휴머니티를 느끼면서도 방송사의 무성의한 일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오락프로그램에 스토리텔링이니 카메라 기법이니 하는 교과서적인 잣대만을 들이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것이 방송사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자사 프로그램 가치를 올리기 위해 대회가 끝나고 한달 동안이나 뜸을 들였다가 방송한 어쭙잖은 행태는 이해해 준다고 치더라도, 대회 자체를 너무 오락화한 나머지 전체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재롱잔치 같은 수준으로 편집하여 내보낸 것은 특히 불편했다. 이런 편집은 그간 땀흘려 노력한 단원들의 성과를 오히려 반감시킨 결과를 낳았다.

아무리 오락프로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32명의 단원이 하모니를 이루며 훌륭한 화음을 만들어내는 합창의 클라이맥스를 지나친 카메라 워킹으로 어지럽게 만들어 버린 것과 그토록 수많은 방송카메라를 동원하면서도 정작 현장음향을 제대로 수음하지 못해 음악적 묘미를 살리지 못한 것은 큰 실수라고 본다. 합창 발표를 위해 수개월간 연습을 하고 그토록 변죽을 울려서 궁금증을 증폭시켰으면, 적어도 8분간의 합창이 진행되는 동안만이라도 좀 차분하고 안정된 화면을 보여줬어야 한다.

많은 단원들의 리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카메라를 동원한 것은 이해하지만 정작 각 카메라는 핸드헬드(HAND HELD)로 인한 흔들림과 줌인 줌아웃으로 인한 방해로 환상적이라는 넬라판타지아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더구나 그토록 흥미를 유발시킨 소프라노의 솔로 부분을 부르는 선우와 배다혜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코러스와 피아노 소리에 묻혀 제대로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모두가 너무 오락적 요소만을 강조한 나머지 나온 결과며 방송사가 <남자의 자격>을 지나치게 우려먹으려는 데서 나온 과장된 몸짓이어서 방송을 보는 내내 불편했다.

박칼린 감독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성공적으로 이끈 카리스마 넘치는 박칼린 감독
박칼린 감독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성공적으로 이끈 카리스마 넘치는 박칼린 감독 ⓒ KBS

이제 합창발표도 끝났고 합창단도 해체됐다. 그러나 훈련과정에서 서로를 알게 되면서 서로를 도와주고 가르쳐주면서 쌓아 올린 훈훈한 인간미는 오래도록 그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남자의 자격>이 그토록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단원들의 풋풋한 인간미와 감독의 카리스마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률을 위해 유치한 수준의 자막을 남발하고 VJ특공대식의 카메라워킹으로 음악적 아름다움을 반감시킨 점은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지적될 지점이다.

이번 방송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훌륭한 작품으로 남았다고 해도 합창 발표시간 8분내내 요란스럽게 호들갑을 떤 부분은 너무 아쉽다. 그건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긴 했지만 서빙하는 사람의 지나친 오버액션과 시끄러운 그릇 나르는 소리에 제대로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하고 레스토랑을 나온 기분과 같다. 아무튼 거의 모든 매체들이 호평을 한 <남자의 자격>이 다음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이런 점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남자의 자격#박칼린#배다혜#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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