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 세우느라고 날마다 장관들만 왔다 갔다하면 뭘해, 말이 아닌 실제 대책을 강구해 줘야지." 18일 오전 11시 서산 천수만 간척지 백수피해 현장을 방문한 이재오 특임장관이 서산시청 공무원으로부터 피해현황을 보고받는 뒤편에서 한 농민이 볼멘 소리를 했다. 전날 농림부 장관에 이어 이재오 특임장관이 서산과 태안지역의 백수피해현장을 방문했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천수만 간척지에 이어 태안지역 백수피해 현장을 찾은 이재오 특임장관은 피해현장을 돌아보고 농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전날 유정복 농림수산부장관이 현장 방문에서 밝힌 '적극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자, 농민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천수만A·B지구 경작자 협의회 이종선 위원장은 "전날 찾아온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나 이재오 장관의 답변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장관들의 말에 더욱 허탈한 심정이다"며 "태풍피해 난 지가 50일이 넘었는데 장관들이 뒤늦게 피해현장에 와서 한다는 소리가 '관계부처와 협의 검토해 보겠다'을 말을 하느냐, 그런 협의는 이미 끝내고 현지에 와서는 마련한 대책을 발표하고 미흡한 점이 무엇인지 농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며 전날 다녀간 농림수산식품장관과 이재오 특임장관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어 "경상도나 전라도 지역이 이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면 과연 이렇게 방치할 수 있었겠느냐"며 꼬집었다.
이 위원장의 항변에 대해 이 특임장관은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위치에 있지도 않고 그런 힘도 없기 때문에 당과 관계부처가 심도있게 협의해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백수피해를 입은 낱알을 직접 먹어보기도 하고 피해현장을 둘러보며 동행한 농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특임장관이 피해현장을 방문한다고 하자 모여든 농민들은 "어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이재오 장관이 실제로 통한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보지만 현지의 기초적인 사정도 모르고 와서 현지에 와서 파악하고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등한시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피해농민들은 '2002년 루사 때 수준의 실질적 보상', '백수피해 벼의 전량 수매(등외등급)', '농지구입대출금 상환연기와 임차료 감면', '수확량 감소에 따른 손실보강과 벼 전량수매', '수매불능 벼에 대한 정부 이괄수매로 철새 먹이화, 사료화 강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현행 농림수산사업시행지침(영농규모화사업)에 따르면 피해율 산정기준이 소유와 임차를 합쳐 농가단위 농작물 피해율이 30% 이상인 경우 농지구입 납부연기 또는 임차료 감면을 해 주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농민들은 소유와 임차를 분리, 소유의 경우 피해율30%이상시 농지구입자금 납부연기, 임차는 피해율30% 이상시 임차료감면혜택과 수확보조금, 피해벼 전량 수매, 수확 불가능한 벼에 대한 보조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