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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0월 2일에 부산으로 와서 살다가 32년만인 2007년 6월 1일, 밀양의 종남산 정남향 산 중턱 동네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대도시의 생활을 접고 귀촌하기로 아내와 결정한 후에, 많은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아는 사람을 통해서 알아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하였지요. 2006년 가을, 생활정보지의 광고를 보고 창녕군 남지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처음에는 농촌의 빈 집을 하나 사서 고쳐서 살려고 하였습니다. 시군 홈페이지의 헌집이나 빈집 소개를 열심히 검색하였지만, 형식적으로 게재해 놓은 정도였고 쓸 만한 게 없었습니다. 창녕군 일대를 돌아보고 합천군까지 다녀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게 없었습니다. 다른 공인중개사의 소개로 밀양에 와서 찾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집터는 많아도 내 맘에 드는 터는...

집터를 처음 고를 때는 이상적인 것을 찾게 됩니다. 땅 모양이 등성이보다는 감싸 안은 모양이 좋고, 배산임수라고 산을 등지고 앞에는 강이 흐르면 좋다고 합니다. 강이 없으면 저수지라도 멀리 보이는 게 좋겠지요. 평수는 준비한 돈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아무리 작아도 150평, 아니면 200평에서 300평 정도가 좋다고 합니다.

땅 모양도 정사각형이나 짧은 직사각형에 남향으로 건축할 수 있는 것을 찾습니다. 더 까다로운 사람은 집 앞으로 길이 나야지 집 뒤로 도로가 붙어 있는 것을 싫다고 합니다. 이런 희망사항을 머리에 그리면서 돌아다녀보지만 그런 땅은 없습니다. 좋아 보이는 곳은 동네와 너무 떨어져 있거나 다른 장애 요인이 있는 것입니다.

땅 모양이 길거나 휘어 있고, 아니면 평수가 너무 큰 것들뿐이고 땅값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아니면 전망이 갑갑하거나 눈앞에 산이 떡 버티고 서 있습니다. 어른들 말씀이 그른 게 하나도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고.

한 열 댓 곳을 소개 받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거의 포기하다시피하고 있는데, 밀양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500평짜리가 하나 있는데, 반만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니 그 반을 사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번 소개하면서 살핀 내 취향에도 맞고 괜찮아 보인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 땅을 보러 또 왔지요.

땅은 반드시 현장에 가서 살펴라

남밀양IC에서 만나서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산골짜기로, 골짜기로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까? 뒤 따라가는 우리 부부는 너무 산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나중에는 아내가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땅은 보되 사지는 맙시다! 너무 산골짜기 아니요?"

남산저수지를 지나 돌고, 다시 낭떠러지를 지나서 산비탈 작은 동네가 나오니 차를 세우더군요. 우리도 차를 세우고 내리니 앞장서서 걸어갔습니다. 이미 땅에 대한 정나미가 떨어진 우리 부부는 그저 따라 걸었습니다.

뒤에 산이 종남산이라고 하였습니다. 663.5미터 산 중턱까지 올라온 것입니다. 큰 도로에서 6km나 들어 온 산촌 오지 마을이었습니다. 소개받은 땅은 메마른 감나무 밭으로 잘 가꾸지 않아 듬성듬성 서 있었습니다. 1500여 평이나 되는 땅인데, 500평씩 나눠서 파는데 그 중 맨 앞의 500평을 반만 사면된다는 말이었습니다.

나와 아내는 그 땅에 들어가서 한 바퀴를 돌아보았습니다. 종남산을 뒤로 정남향인데, 남쪽이 툭 터져서 전망이 참 좋았습니다. 기존 동네와 약 100m쯤 떨어져 있고, 땅 모양도 직사각형으로 앞과 옆으로 길이 나 있었습니다.

아내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좋다고 말하고 그 땅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보니 올라갈 때 마음은 싹 가시었습니다.

토지 관련 서류는 직접 챙겨 보아야

땅 주인과 직접 계약을 해야하므로 등기부 등본을 발급받아서 토지에 대한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집을 지어 살기 위해 땅을 구입하는 것이므로 몇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합니다. 지목과 건축허가 여부, 지적도와 분할 측량관련까지 꼼꼼히 챙기고 살피면 그만큼 뒤탈이 없게 됩니다.

근저당설정이 돼 있을 때는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르면서 반드시 해지될 장치를 해야 합니다. 상하수도 문제도 점검해야 합니다. 동네에서 마실 물을 가져올 수 있는지, 아니면 지하수를 개발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도 미리 해결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들판 가운데 논을 구입하였는데, 오폐수 문제로 고생을 하였고, 100m 이상 관을 묻어서 개울로 뺐다고 합니다.

집을 지어서 살아가는 데 아무 결격사유가 없는가를 살피는 것은, 땅을 파는 사람이나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을 게 아니라 직접 살피고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가 본 땅은 뒤로 올라갈 길을 내 주고 반으로 나누니 228평이었습니다. 228평 중에 28평짜리 집을 짓고 정원과 꽃밭을 만들었습니다. 텃밭도 만들었습니다. 지금 그 텃밭에서는 배추, 무, 가지, 도라지, 파, 정구지 같은 채소가 자라고 있습니다.

울타리를 따로 만들지 않았지만 온갖 나무들이 울타리처럼 숲속 집을 만들었지요. 사과, 배, 자두, 오디, 대추, 모과, 감, 은행나무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3월 말에 생강나무 꽃을 시작으로 100여 종의 온갖 꽃들이 피고 지고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개울도 없고 저수지도 보이지 않아, 작은 연못을 하나 팠습니다. 2평도 안 되는 작은 연못에서 40여 마리의 관상어와 물고기들이 잘 살고 있습니다. 평화롭게 놀고 있는 물고기들, 철따라 피고 지는 아름다운 꽃들, 밤하늘을 수놓은 반짝이는 별들, 온갖 새들의 노랫소리, 맑은 공기! 이런 것들이 산촌의 보물이 아닐까요?

발품을 많이 팔면 그 만큼 좋은 땅을 고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기자의 홈페이지(www.happy.or.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귀촌할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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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시민 사회운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2007년 봄에 밀양의 종남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고 귀촌하였습니다. 지금은 신앙생활, 글쓰기, 강연, 학습활동을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고 있는 1948년생입니다. www.happ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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