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화백은 <식객>에서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라고 했다. 밥이 맛있으면 상다리가 휘어지는 상차림이 아니어도 좋다. 반찬 몇 가지만 있어도 밥을 진짜 실속 있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광주 문흥동의 돌솥비빔밥 전문점이다. 실내 분위기가 쾌적하고 좋다. 음식을 맛보기도 전에 이집에 대한 선입견이 마냥 좋아진다. 배추김치에 돼지고기 수육 상추쌈은 깔끔하다.
찬은 정갈하다. 숙주나물, 부추, 들깨에 버무려낸 연줄기, 양념장에 토하젓까지. 특히 시원한 동치미와 치커리와 돌나물을 이용하여 초장과 된장 양념에 버무려낸 나물은 다들 맛있어했다. 백반 전문점이나 한정식집이 아니어도 좋았다.
곱돌에 밤, 은행, 표고버섯, 잣, 홍당무 등을 넣어 고슬고슬하게 지어낸 돌솥밥은 일품이다. 밥을 대접에 덜어내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이렇게 하면 곱돌의 열기와 뜨거운 물로 인해 구수하고 맛있는 누룽지탕이 된다.
커다란 대접에 김가루를 담아냈다. 영양 가득한 돌솥밥은 그냥 먹어도 구수하나 나물과 양념장, 토하젓에 비벼먹으면 그 풍미가 훨씬 좋아진다.
다시마 외 6가지의 재료를 우려낸 물로 지었다는 돌솥밥과 갖가지 나물에 쓱쓱 비벼냈다. 그 맛이 아주 특별하다. 체에 걸러내 부드러움이 도드라진 계란찜도 좋다.
구수한 누룽지는 깊어가는 가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다들 "맛있다, 돈이 아깝지 않은 돌솥밥이다"며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그걸 반증이라도 하려는 듯 모든 찬과 음식을 남김없이 싹 비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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