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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진성


다섯 번 째 이야기이다. 이번에는 1. '도우미'를 쓴 노래방의 영업정지가 취소된 사연, 2. 자동차 번호판 바꿔달기 처벌 수위는, 3. 심부름센터의 개인정보 유출 어디까지, 4. 헌법재판소의 '국방부 불온도서 지정 합헌' 결정 등을 소개한다.

[사례 1] "사장님, 도우미 좀 불러주세요."
"손님, 우리 노래방은 그런 일 안 해요. 걸리면 큰 일 나잖아요."
"요즘 도우미 없이 무슨 맛으로 노래해요? 돈은 후하게 줄 테니까 불러줘요. 이왕이면 맥주도 좀 주시고요."
"……."

노래방 업주 A씨는 손님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인근 업소를 수소문하여 도우미를 불러주고 맥주를 사다 주었다. 그런데 며칠 후 A씨는 '45일 영업정지' 통보서를 받았다. 알고 보니 손님으로 가장한 '노파라치'(전문 노래방 단속꾼)가 이 장면을 다 찍어 신고했던 것이다.

A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빚이 1억인 그에게 노래방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을 키우는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다. 영업정지 기간동안 월 임대료 200여만 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막막했다.

관할구청에 사정을 호소했으나 담당 직원은 "우리도 기준에 따라 처분하고 있어서 어쩔 수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직원이 말한 '기준'이란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하위 법령인 '시행규칙'이었다. 규칙 15조 1항에는 노래방에서 술을 팔거나 접대부를 고용하면 적발 회수에 따라 영업정지, 등록취소 등을 하도록 처분 기준이 정해져 있었다.

A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법원을 찾았는데 뜻밖의 판결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시행규칙의 처분기준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기준에 불과하여 법원이나 국민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며 "영업정지 처분이 적법한지는 공익과 개인의 불이익을 비교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A씨가 처음 단속에 적발된 점 ▲노래방 운영이 생계에 필수적인 점 ▲손님의 유인행위에 의한 점 등을 지적한 뒤 "구청이 영업정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A씨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현저하게 크므로 재량권을 넘어서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4일 A씨를 포함, 4건의 재판에서 같은 이유로 구청의 노래방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판결은, 행정기관이 공익을 내세워 행정처분을 해야 할 때라도 이 때문에 단속 대상자의 생계곤란 등 불이익이 막대하다면 처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법원의 선처로 A씨는 한숨을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A씨와 같은 '선처'는 처음 적발되고 생계 곤란 등 아주 예외적인 업주에게만 해당되니, 여러 번 적발되거나 미성년자 고용 등 죄질이 나쁜 경우는 헛된 기대를 아예 말자.

참고로 법으로 규제하는 노래방내 단속사항은 다음과 같다.

▲남녀 접대부 고용, 성매매 알선
▲청소년 출입시간(오전 9시-오후 10시)외 출입
▲주류 판매 및 제공, 보관하거나 주류 반입을 묵인
▲노래방 안에 화재․안전사고 예방조치 미이행
▲호객 행위를 한 때

번호판 바꿔달기, 처벌이 장난 아니다

[사례 2] B씨는 몇 년 동안 자동차세 등 세금을 내지 않았다. 체납 세금으로 골머리를 앓던 시청에서는 고육지책으로 B씨의 자동차 번호판을 영치해갔다. B씨의 발을 묶어 압박하겠다는 뜻이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던가. B씨 역시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아예 새 번호판을 구해서 차를 계속 몰고 다녔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어느날 B씨는 경찰 단속에 걸리고 말았다.  

번호판을 바꿔단 B씨에겐 무슨 죄가 적용될까.

먼저 자동차관리법이다. 이 법 제71조는 등록번호판뿐 아니라 자동차등록증, 폐차 증명서류, 신규검사증명서 등을 위조·변조하여 쓰거나 매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형법 238조의 '공기호부정사용'에도 해당된다. 행사할 목적으로 공무소의 인장, 서명, 기명 또는 기호를 위조 또는 부정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대전지법 공주지원은 5일 B씨에게 형이 더 무거운 자동차관리법을 적용,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B씨가 자동차 사고를 낸 것도 아니고 음주운전을 하지도 않았지만,  또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은 중대한 범죄로 본 것이다. 번호판 바꿔달기, 잘못하다간 구속될 수도 있다.

심부름센터, 돈만 주면 뭐든지 알아봐줍니다

[사례 3] "여기가 돈만 주면 뭐든지 해결해준다는 '뭐든지 심부름센터'인가요?"
"맞습니다. 청부살인 빼고는 뭐든 다 합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아내에게 딴 남자가 생긴 것 같아서요. 어떻게 해야 할지……. "
"아, 그 일이라면 제가 전문입니다. 일단 부인 휴대폰 통화 내역을 봐야겠고, 그 다음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여 심부름센터를 찾은 D씨를, 사장 C씨(50대·남)는 반갑게 맞이했다. 처음엔 서류 배달, 제출 등의 단순 업무를 대행해주던 C씨는 큰 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남의 가정사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같은 바닥에서 일하는 '선수(개인정보판매상)'를 통해 D씨 부인의 통신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통화내역을 조회했다. 그리고 의심되는 번호를 추려낸 후 다시 그 번호의 주인을 찾아내어 D씨에게 건넸다. 주민등록 정보 열람도 중간 판매상에게 수수료만 건네면 C씨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뿐 아니었다. D씨가 처의 위치를 알고 싶다고 하자, 그는 부인의 자동차에 위치추적기를 몰래 부착한 후 위치정보를 수집하여 수시로 알려줬다. 또한 D씨의 부인을 미행하면서 식당, 만나는 사람, 이동 장소 등을 알려줬다. D씨가 의뢰한 이 한 건의 처리비용은 약 1천만원이었으니 C씨는 위험을 감수한 것이었다. 하지만 주민등록 정보를 불법으로 열람한 사실이 수사기관에 발각되면서 C씨 역시 경찰의 단속에 걸리고 말았다.

C씨가 한 일 중 범죄를 살펴보자. 먼저 다른 사람의 인터넷 아이디를 알아내어 열람한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이다. 심부름센터를 하면서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개인 주민등록정보를 열람하였는데 이것은 뇌물공여와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이다.

다른 사람의 위치를 추적한 것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반이고, 남의 사생활을 조사한 행위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이다.

서울고등법원은 5일 C씨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C씨가 불법으로 넘겨준 것으로 확인된 휴대전화 개인 정보가 약 500건이고, 뒷조사 50건, 주민등록정보 불법 열람이 약 700건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그다지 높은 형이라 할 수 없다.

C씨가 이런 불법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불법 정보의 중간 거래상이나 극소수 비양심적인 공무원, 통신사와 금융기관 직원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개인정보는 보호되기는커녕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신의 정보는 얼마에 거래되고 있을까.    
        
헌재 "군대에서 빨간 책은 안 돼"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불온서적 마케팅'.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불온서적 마케팅'. ⓒ 알라딘

군대에서 빨간 책은 안 된다. 이렇게 말하면 빨간책만 보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다시 표현하자.

"군대에서는 정신력을 보전하기 위해 불온도서를 지정·금지할 수 있다."

헌재는 지난달 28일 군대내에서 불온도서 소지를 금지하고 있는 군인복무규율(16조의2)이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이유를 한 번 들어보자. 헌재는 "군의 정신력이 군사력의 일부인 이상 불온도서 등의 소지·전파 등 금지는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한 "정신전력에 심각한 저해를 초래할 수 있는 범위로 한정함으로써"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었고,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 수행이라는 공익이 군인의 알 권리보다 결코 작다 할 수 없다"는 것이 헌재의 입장이다.   

한 번 읽으면 정신력이 해이해지고, 두 번 읽으면 국토방위 수행과 국가안전보장에 지장이 있다는 국방부표 불온도서, 그런 엄청난 책은 도대체 어떤 걸까. 민간인에겐 해당 사항이 없으니 한 번씩 읽어보자.

국방부 지정 불온도서 목록
북한찬양
1. 북한의 미사일 전략 2. 북한의 우리식 문화 3. 지상에 숟가락 하나 4.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5. 왜 80이 20에 지배당하는가? 6.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7. 통일 우리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8. 벗 9.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10. 대학시절 11. 핵과 한반도

반(反)정부, 反美
1. 미군 범죄와 한미 SOFA 2. 소금 꽃나무 3. 꽃 속에 피가 흐른다 4.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5. 우리역사 이야기 6. 나쁜 사마리아인들 7. 김남주 평전 8. 21세기 철학 이야기 9. 대한민국사 10. 우리들의 하느님

반자본주의
1. 세계화의 덫 2. 삼성공화국의 게릴라들


#불온도서#도우미#번호판#개인정보#심부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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