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미국 퍼주기'에 나섰다는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8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통상 장관 회담이 끝난 후 언론브리핑에서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안전기준, 연비 및 온실가스 등 환경기준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미국의 요구에 대해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합의를 위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환경부가 대기오염 감소를 위해 마련한 '연비·온실가스 배출 허용 기준'을 미국차에 대해 적용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최근 3년간 평균 연간 국내판매량이 1000대 미만인 제작사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3년간 연비·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를 면제해준다는 방침을 제시했으나 미국은 '1만대 미만'으로 확대해 줄 것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미국 측이 요구한 '자동차 수출 관세환급제의 폐지 및 축소'도 들어줄 것임을 시사했다.
7일 김 본부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FTA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한-미 FTA 협정을 맺고 3년이 지나다보니, 한-유럽연합(EU) FTA 타결로 인해 미국에 패리티를 적용해야 할 부분이 생겼다", "미국에도 동등한 대우를 적용할 것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환급이란 한국 자동차 기업이 제3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만든 완성차를 미국에 팔 때 부품 수입 당시 낸 관세를 되돌려 받는 제도다.
정부는 한·EU FTA 협상에서 협정 발표 5년 뒤부터 관세액에 상관없이 환급액을 5%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미국은 이를 근거로 한미 FTA에서도 관세 환급분의 상한선을 두거나 폐지하는 부속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정부가 기존 협정문의 독소조항은 놔둔 채 미국의 요구를 추가로 다 들어주면, 그나마 한미 FTA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진 자동차 분야에서마저 '남는 게 없는 장사'가 된다.
게다가 쇠고기 월령제한 문제도 "한미 FTA와 무관하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8일 21시에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FTA와 관련된 긴급장관회의에서 심각하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국익을 미국에 팔아치운 것"이라며 반발했고, 민주노동당은 서울 보신각일대에서 시국농성을 진행하는 등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8일 KBS와 MBC는 한․미 통상장관 회담이 끝난 후 진행된 김종훈 본부장의 언론브리핑 내용을 보도했는데, 정부 발표만 전달하면서 자동차 분야 재협상이 갖는 의미와 '미국 퍼주기' 우려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오히려 KBS와 MBC는 정부가 '쇠고기 분야 미국 요구는 들어주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미국과 '팽팽한 협상', '담판'을 벌이는 듯 상황을 호도했다.
SBS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KBS <내일 최종 담판>(홍수진 기자)
MBC <"쇠고기 논의 안 해">(이해인 기자)
KBS <내일 최종 담판>(홍수진 기자)은 "양측은 일단 미국 차에 대한 환경 규제 완화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연비는 리터당 17km, 온실가스는 km당 140g 이하의 기준을 맞추도록 했는데, 미국 차에는 이 기준을 면제해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우리의 안전기준 환경기준 이런 것들이 어떤 시장 진입의 장벽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러면서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쇠고기 문제는 FTA와 무관하고 국민 정서상 도저히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보도는 "양국 통상장관은 내일 쟁점 사안에 대한 최종 담판을 거쳐 오는 11일 정상회담 때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MBC <"쇠고기 논의 안 해">(이해인 기자)는 "조금 전인 9시부터 이곳 외교통상부청사 17층에서 한미FTA 협상전략논의를 위한 긴급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면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오늘까지의 회담 경과를 듣고 정부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쇠고기 문제는 FTA와 무관하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입장", "현재까지 쇠고기문제에 관해서는 아직 논의가 되고 있지 않다"는 김 본부장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어 "양국의 협상은 자동차 분야에 집중됐다"며 미국의 안전 기준 완화 요구와 이에 대해정부가 수용의사를 시사했다고 전하고 "양국은 내일까지 통상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필요할 경우 일정을 연장할 수 있다는 방침이어서 11일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 전까지 협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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