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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캇바 섬 선착장에서 바라 본 하롱베이
캇바 섬 선착장에서 바라 본 하롱베이 ⓒ 이강진

아침 일찍 배는 캇바 섬 (Cat Ba Island)으로향한다. 관광객 틈에 끼어 아침 햇살을 받으며 갑판에 올라 바다 위에 떠있는 크고 작은 섬을 카메라에 담는다. 캇바 섬은 하롱베이에서 가장 큰 섬이다.

섬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기 무섭게 두 명의 아가씨가 각종 음료수를 들고 사라고 조른다.배에서 파는 가격의 삼 분의 일도 안 되는 싼 가격이다. 음료수 한 병 사 들고버스에 올랐다.

섬 안에서만 다니는 버스라 그런지 형편없이 낡은 미니버스다. 앞 유리창은 총알에 맞은 것처럼 깨어져 있으며 좌석도 엉망이다. 이미 오래전에 폐차가 되었을차는 낡긴 했어도 산을 깎아 만든 도로를 잘도 달린다.

도로 옆 낭떠러지 아래로는 하롱베이의 바다 물결이 넘실거린다. 도로 곳곳에는 산에서 떨어진 커다란 돌덩어리가 길가에 널려 있다. 급커브가 수없이 나오건만 우리를 태운 버스를 운전하는 젊은 기사는 클랙슨 소리 한 번 누르고는 급커브에서도 계속 질주한다. 불안한 도로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미니버스에 몸을 싣고 달리는 것이다. 여행하면서 이런 경우를 당할 때마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라는 명언(?)을 뇌이며 맘 편히 먹고 주위의 경치를 즐긴다.

 캇바섬 국립공원 안내도. 이 섬을 둘러보는 것만도 며칠이 걸릴 것 같다.
캇바섬 국립공원 안내도. 이 섬을 둘러보는 것만도 며칠이 걸릴 것 같다. ⓒ 이강진

 세계 갖처에서 캇바 섬을 찾아온 수많은 관광객과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버스들.
세계 갖처에서 캇바 섬을 찾아온 수많은 관광객과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버스들. ⓒ 이강진

차창에 비치는 산봉우리는 선상에서 보던 바다 위에 수없이 펼쳐진 봉우리와 다름이 없다.육지에 있는 하롱베이인 셈이다. 가는 길에 조그만 학교도 보인다. 1만 명 정도 주민이 이 섬에 살고 있다고 한다. 험한 산속에서 혼자 밭을 일구는 아줌마가 보인다. <칠갑산> 노래의 주인공처럼 딸을 시집보내고 홀어머니 혼자서 콩밭을 매고 있는 것일까?

오토바이에 곡식을 싣고 다니는 주민과 젊은 관광객들이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달리는 도로를 질주한 후 버스가 도착한 곳은 캇바 섬 국립공원(Cat Ba National Park)이다. 안내원이 왕복 2시간 정도면 산에 갔다 올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모기를 조심하란다. 글쎄, 모기약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를 비롯한 관광객 대부분이 어떻게 모기에 조심하여야 할이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 그냥 반바지 차림으로 산에 오를 뿐이다.

평소에 운동하지 않은 탓인지 산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같이 따라나선 아내는 점점 뒤처지기 시작한다. 우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늦을 것이 염려되어 뒤처지는 아내를 두고 열심히 산을 오른다. 중간 중간에 가파른 길을 쉽게 오르게 하려고 철재 계단과 난간 등을 설치해 놓았으나 너무 낡아서 난간에 몸을 의지하기가 불안할 정도다.

온몸을 땀에 흠뻑 적시고 정상에 올랐다. 몇몇 사람은 정상에 설치된 철재로 전망대의 낡은 계단을 오른다. 나는 이미 지쳐 오르기를 포기하고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고른다. 응달도 없고 좁은 공터에 관광객으로 북적여 편히 쉴 수도 없다. 다리는 모기에 물려 부푼 자국이 몇 군데나 있다. 미리 올라온 일행에게 내 다리를 보여주니 그네들도 모기에 물린 다리를 보여주며 혀를 내민다. 조금 쉬고 내려가려는데 아래에서 쉬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아내가 올라온다. 아내 역시 땀범벅이다. 올라오지 않고 쉬려고 했는데 모기가 너무 많아 가만히 쉴 수가 없어 힘들어도 올라왔다고 한다. 아내 역시 종아리가 모기에 물려 부풀어진 곳이 많다.

정상에서 보는 경치는 장관이다. 어렵게 올라와서 그런지 더 멋있어 보인다. 육지 위에 펼쳐진 하롱베이의 모습이다. 누군가 하롱베이를 '바다 위의 금강산'이라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아쉽게도 아직 금강산을 구경하지 못한 나로서 무어라 이야기할 수 없지만 배 위에서 본 하롱베이가 바다 위의 금강산이라면 국립공원에서 보는 하롱베이의 모습은 육지에 있는 금강산에 비유될 수 있을까?

 국립공원 정상에서 본 캇바섬, 수많은 봉우리가 마치 열병식을 하는 것 같다.
국립공원 정상에서 본 캇바섬, 수많은 봉우리가 마치 열병식을 하는 것 같다. ⓒ 이강진

산에서 내려와 우리는 버스를 타고 캇바 섬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항구를 향해 떠난다. 심하게 요동치는 버스가 산등성이를 돌고 내려오니 꽤 많은 불도저와 트럭이 땅을 파헤치고 있다. 휴양지를 짓고 있다. 공사장 옆에 있는 안내판에 골프장 그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골프장까지 짓는 대규모의 휴양지를 조성하는 것 같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하롱베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고 베트남정부가 자랑하며 홍보하는 하롱베이는 다시 한 번 파헤쳐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캄보디아의 세계적인 관광지 '앙코르 왓'이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듯이....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경제적 논리로 가만히 놔두지 못하는 자본주의를 사는 현대인. 하롱베이도 파헤쳐지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경제적 논리로 가만히 놔두지 못하는 자본주의를 사는 현대인. 하롱베이도 파헤쳐지고 있다. ⓒ 이강진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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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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