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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다섯 번째 이야기는 교육 강국 핀란드에 관한 이야기다. 인구 530만 명의 핀란드는 수준 높은 복지와 교육제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핀란드는 1960년대부터 40년 동안 꾸준히 '누구에게나 질 좋은 교육을'이라는 목표를 실현시켜 왔다. 그 결과는 2000년부터 국제학력평가시스템(PISA) 4번 연속 최상위권 기록으로 나타났다. 경쟁과 획일적인 시험이 거의 없지만,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핀란드. 그들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복지제도와 삶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편집자말]
글 : 임정훈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핀란드편' 특별취재팀

 헬싱키 시 바실라 역 근처에 자리 잡은 OAJ 본부 사무실
헬싱키 시 바실라 역 근처에 자리 잡은 OAJ 본부 사무실 ⓒ 임정훈

"핀란드 교원노조(Opetusalan Ammattijärjestö, OAJ)는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교육청과 교육부와 일한다. 그리고 교육부와 OAJ 사이에는 핫라인이 형성돼 있다."

이명박 정부(교과부)와 한국 최대 교원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는 우리 현실과 핀란드는 상황이 달랐다. 물론 전교조 가입률은 20% 내외이고, OAJ는 가입률 96%를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다 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신뢰 수준도 다르고, 합의문화에도 차이가 있다. 공교육 중심의 핀란드와 공룡 사교육이 공교육을 삼키고 있는 한국 현실은 분명 차이가 있다.

교사는 물론 교장들까지 조합원으로 가입한 OAJ가 어떻게 교육당국과 소통하고 있는지, 그리고 핀란드 교육을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입률 96%에 모든 답이 들어있다"

OAJ는 어떤 곳?
OAJ는 2010년 현재 조합원 숫자가 약 12만 여명에 이르는 핀란드 최대의 교원 노동조합이다. 가입률 은 96%에 이른다. 참고로 한국 전교조 가입률은 20% 정도다. 일반 학교 교사들은 물론 직업학교 교사들, 유치원 교사들과 대학 강사들, 교장들까지도 OAJ에 가입돼 있다. 사실상 핀란드의 거의 모든 교원들이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여교사와 남교사의 비율이 74% 대 26% 정도란다.

여기에서 교육과 관련한 대학 재학생들의 연합체 및 퇴임 교사들도 함께 활동한다. 핀란드에는 6000여명의 학생들이 가입한 '핀란드 교육 부문 학생 협회'(SOOL)가 활동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퇴임교사 클럽이 구성되어 많은 퇴임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OAJ는 '핀란드 전문직 및 관리자 노동조합 연맹'(AKAVA)과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었고, AKAVA에 가맹되어 있는 노동조합 가운데 최대의 노동조합이 OAJ이다. AKAVA의 조합원 수는 약 50만 여명이다.

헬싱키 시 바실라 역 근처에 자리 잡은 OAJ 본부 사무실은 노동조합 사무실답지(?) 않게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OAJ 본부에는 12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핀란드 교육정책의 훌륭한 조언자이자 동반자라고 자부하는 OAJ의 국제협력 담당 리트바 세미(54)씨를 지난 9일 만났다.

리트바씨는 77년부터 교사로 근무하다가 공립·사립 유치원장으로도 일을 했고 84년부터 OAJ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리트바씨는 취재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주 칠판에 필기를 해가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 교육정책 입안 및 결정시 OAJ도 정책 결정자의 일원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나? 정책 결정에 대한 OAJ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교육부와 OAJ 사이에 '핫라인'이 형성돼 있다. 지자체와 관계 역시 긴밀하다. 항상 협의한다. 교육부 관계자에게 PISA 결과에 대해 축하한다고 말했더니 오히려 우리 쪽에 '훌륭한 교사 덕분'이라고 이야기 하더라. 항상 교사들과 교육부가 잘 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 교육부(교육청)와 서로 덕담까지 주고받으며 사이좋게 지내는 비결은.
"96% 가입률이 모든 걸 말해 준다(웃음). 핀란드 거의 모든 교사들을 대표하는 단일 노조인 우리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핀란드는 옛부터 공동체를 중심으로 합의하는 문화가 형성돼 내려왔다. OAJ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시위를 하거나 심하게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전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아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96% 가입률이 모든 걸 말해 준다" OAJ의 국제협력 담당 리트바 세미씨.
"96% 가입률이 모든 걸 말해 준다"OAJ의 국제협력 담당 리트바 세미씨. ⓒ 임정훈

- 교사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안다. 이유가 뭔가?
"전통이다. 50~60년 전부터 교사의 지위가 높았고 교육제도와 교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70년대를 거치면서 교원 자격을 석사 이상으로 만들어 교육의 질 향상을 추가했다. 그러면서도 교사들을 평가하지는 않았다. 교사들을 그만큼 믿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줄 뿐이다."

- 교육정책을 놓고 정부나 지자체와 갈등한 사례는 없었나?
"그들은 정치적으로 교육을 바라보지 않는다. 교육을 교육 그 자체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갈등이 적다." 

- 단체협약과 보수(임금)협약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정부와 OAJ는 파트너다. 핀란드에는 10개의 정당이 있는데, 이들이 원할 경우 정보를 주면 동참을 해서 함께 일한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정치적인 색깔과 무관하게 (교육)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교사의 급여는 지자체 연합회(쿤탈리토)와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2% 정도의 사립학교는 각각의 재단과 OAJ가 교섭을 하는데, 적절한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최소한 선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정도다. 예전에는 여러 교원단체가 있었는데 20여 년이 지나면서 OAJ로 합쳐졌다."

- 조합비는 얼마이고 교사 정년은 언제까지 인가.
"급여의 1.3%를 조합비로 낸다. 과거에는 정년이 60세였지만, 국가적으로 정년이 늘어나면서 교사의 상황에 맞게 정년이 63~65세로 조정됐다."

- 교사의 주당 수업시수가 얼마나 되나.
"기본 20시간이고 24시간이 최대 시수다. 학생상담, 학부모 상담, 수업준비만 한다. 행정업무나 공문 처리 등은 하지 않는다."

- 교장과 교사들의 관계는 어떤가. 한국은 수직적인 문화가 상당히 존재한다.
"수직적이지 않다. 교사는 독립적인 존재이다. 교사와 교장은 논의를 통해 모든 것을 처리한다."

- 교사들 가운데 여성 비율이 높은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초등 교사의 95% 정도가 여자이고, 전체 평균은 74% 정도다. 남자 교사들의 경우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곳으로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종합학교 교사 초봉이 월 2000유로(세금 공제 전 한화 300만 여원) 정도다. 그래도 교직은 인기가 있다. 헬싱키 교사대학 경쟁률이 10:1 정도다." 

"특정정당 후원이 해임사유? 핀란드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

"교육부와 OAJ는 핫라인이 형성돼 있다"  핀란드 교원노조 (OAJ)의 국제협력 담당 리트바 세미씨.
"교육부와 OAJ는 핫라인이 형성돼 있다" 핀란드 교원노조 (OAJ)의 국제협력 담당 리트바 세미씨. ⓒ 임정훈
- 최근 교원노조가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핀란드 평균으로 보면 학급당 인원수가 20~24명 정도로 많은 편이 아니지만 에스포나 헬싱키 같은 대도시에는 교사 당 학생 수가 많은 편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교사 연수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급여를 높이고, 기자재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도 고민하고 있다."

- 한국에서는 최근 전교조 교사들이 정당에 후원했다는 이유로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EI(세계교원단체 총연맹) 등에서 제소했지만, 해임을 강행했다.
"(두 눈을 크게 뜨며) 오 마이 갓! 지금 들려주는 한국의 상황들이 너무나 놀랍고 어이가 없다. 나도 EI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었다. 한국 정부가 전교조 교사들을 대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핀란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OAJ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후원하지는 않지만 나는 물론 다른 교사들도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정당이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사적인 영역 아닌가. 해임 등의 징계를 받은 교사들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며 같은 EI 산하 교원단체 책임자로서 힘내시라는 말씀 전한다."

- 전반적으로 교육 평등을 강조하고 있는 핀란드이지만 최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어 이외의 교과목에서도 핀란드어와 영어를 병행하여 가르치는 이중언어교육을 특성화하는 학교가 생겨나고 있다. 수월성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일부 신자유주의적인 교육 흐름으로 인해 평등 교육의 정신이 위협 당할 가능성은 없는가?
"인구가 530만밖에 되지 않아 핀란드어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자원도 거의 없는 핀란드에서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교육은 굉장히 중요하다. 핀란드에도 최근 영어 유치원이나 이중언어교육을 시행하는 학교들이 있다. 특히 헬싱키나 에스포 지역 같은 경우 해외에서 근무하다가 핀란드로 돌아온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에 그 자녀들이 특별한 영어 교육을 받기를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향은 미미한 수준이라서 정치권이나 교육계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국어 교육, 특히 영어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긴 하지만, 탄탄한 모국어 실력을 갖추는 것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부유층 자녀들이 영어 유치원과 같은 사교육을 받긴 하지만 그들 역시 공립 종합학교에 진학하고, 공교육을 존중하고 있다." 

- 핀란드 정부나 교육청이 수평적, 상향식 의사소통 구조를 버리고 학교와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지시·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라고 강요한다면?
"(큰 웃음) 하하하.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최후의 무기를 쓰겠다. 다른 조직과 연대해서 우리의 힘을 보여주는 거다. 실제로 우리가 교사자격증 부여와 관련 교육부의 정책에 반대 했는데 우리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아 정당, 학부모 단체, 시민 단체와 힘을 합쳐서 결국 우리가 이긴 적이 있다." 

- 좋은 교사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헌신적이고 가르침에 대해 강한 동기와 열정을 갖고 있는 교사이다. 또한 학부모, 학생과 소통을 잘하는 교사가 좋은 교사라고 생각한다."

 '<유러피언드림> 핀란드편' 특별취재팀 : 박수원 기자(팀장), 임정훈 시민기자, 윤정현 해외통신원



#유러피언드림#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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