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언론인 전택원  ‘도선비결’과 ‘동학’에 포옥 빠져 살았던 언론인 전택원(66)이 에세이집 <마음에 이슬 하나>(바보새)를 펴냈다
언론인 전택원 ‘도선비결’과 ‘동학’에 포옥 빠져 살았던 언론인 전택원(66)이 에세이집 <마음에 이슬 하나>(바보새)를 펴냈다 ⓒ 이종찬

'동학'(지금의 천도교)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수운 최제우(1824~1864) 선생이 기독교와 유불선(儒佛仙)에 담긴 좋은 점만 가려내 '시천주(侍天主) 사상'과 '인내천(人乃天)'으로 발효시킨 우리나라 종교라 알고 있다. 이 당연하게 들리는 말에 고개를 가로젓는 이가 있다. 지난 70~80년대 <중앙일보> 기자를 맡고 있었던 언론인 전택원이다. 

그는 수운 선생이 '사람이 곧 하늘'이라며 동학을 만든 씨앗은 '도선비결'에 있다고 못 박는다. '동학'은 신라시대 도선선사가 한반도 앞날을 글자 속에 꼼꼼하게 숨겨놓은 '도선비결'에 그 뿌리가 닿고 있으며, 수운 선생이 이 세상에 나오자 천 년을 넘게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던 그 뿌리가 마침내 싹을 틔워 '동학'이란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선비결'을 썼다는 도선은 어떤 사람일까. <여지승람>에 따르면 신라사람 최 씨가 동산에 오이가 매달려 있어 한자 남짓한 것을 따먹고 임신해 아들을 낳았다. 부모는 이때 그 아들이 예사롭지 않게 여겨져 후환이 두려워 대숲에 버렸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 그 자리에 가니 비둘기와 독수리가 날개를 펴 아기를 덮고 있었다.

부모가 이를 기이하게 여겨 다시 아기를 거두어 길렀다. 그 아기가 자라 열다섯이 되자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 그가 도선이다. 도선은 신라 흥덕왕 원년(AD 826)에 태어나 72세인 신라 효공왕 2년(AD 898)에 입적했다. 그가 입적하고 나자 사람들은 선각국사(先覺國師)라 불렀다. 그는 고려 왕건이 태어나기에 앞서 왕건이 태어나 큰 국가를 일으킬 것을 예언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전택원은 "'도선비결'은 위작시비도 없지 않지만 한국철학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각도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되짚는다. 그는 "'도선비결'은 조선왕조가 망한다는 예언서가 아니다"라며 "<정감록>과 함께 조선왕조 금서(禁書)로 묶였지만 여기서 나오는 조선시대는 간이역에 불과하다. 외려 21세기 한반도 새 문명에 대한 포괄적 선언"이라고 목소리를 드높인다.

도선비결'은 동학을 통해야만 비로소 풀린다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투명한 어떤 것. 그래서 마음에 이슬을 떠올려봅니다. 마음에 맺힌 이슬을 영혼에 비유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이슬을 떠올리는 그곳은 잘 알 수는 없다고 해도 어느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자리입니다. 더없이 소중하지만 풀리지 않는 비밀이기에 더욱 알고 싶은 간절함이 떠나지 않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시작하면서' 몇 토막

20세기 끝자락부터 21세기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지금까지 지난 12년에 걸쳐 '도선비결'과 '동학'에 포옥 빠져 살았던 언론인 전택원(66)이 에세이집 <마음에 이슬 하나>(바보새)를 펴냈다. 이 책은 이 땅에 '동학'을 새롭게 연 수운 최제우 선생 이야기가 담긴 '도선비결'을 새로운 눈으로 꼼꼼하게 비추고 있다.

'예언으로 가는 길', '예언 속으로'라는 이름으로 모두 2부로 짜인 이 책에는 60여 편 남짓한 꼭지마다 서양철학과 한국철학이 서로 맞장을 뜨고 있다. '찔레꽃 이슬방울' '나의 작은 영토' '대동여지도' '철조망 안에서' '도선비결' '주역의 세계'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을 다룬 '서양의 사고구조' 8꼭지, '수운의 말씀' '해월의 말씀' 등이 그것.

지난해 끝자락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만난 전택원은 "예언의 길을 찾아가는 데는 어쩔 수 없이 비밀이 있다. 자신도 모르고, 다른 사람도 모르는 것이 비밀"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 비밀은 '마음'이다"라며 "마음은 분명 자신의 것이지만 그 마음이 무엇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이어지는지 말하기 어렵다. 그게 바로 비밀이며 예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자로 된 '도선비결' 속에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반도 전쟁의 3대 국난이 언급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그뿐이 아니라 일국이란 말도 나온다"라며 "여기서 나오는 일국이란 하나의 나라, 통일된 한반도이다. 따라서 '도선비결'은 한마디로 진리로 하여 한반도에 통일이 이루어지고 새 문명이 시작된다는 예언"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렇다면 '도선비결'과 '동학', 도선국사와 수운 선생은 어떤 끈으로 이어져 있을까. 전택원은 이에 대해 "'도선비결'은 그대로 해석되지 않는다. 수운과 해월을 통해야만 비로소 풀린다"고 귀띔한다. 왜 그럴까. 그는 "동학과 도선비결은 맞잡이라서 동학에 담은 진리의 길이 이 세상에 다시 펼쳐질 것임을 동학 스스로 다짐하고 있고, 도선비결이 이를 예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왜 뜬금없이 갑자기 '도선비결'과 동학일까?"

마음에 이슬 하나 이 책은 이 땅에 ‘동학’을 새롭게 연 수운 최제우 선생 이야기가 담긴 ‘도선비결’을 새로운 눈으로 꼼꼼하게 비추고 있다
마음에 이슬 하나이 책은 이 땅에 ‘동학’을 새롭게 연 수운 최제우 선생 이야기가 담긴 ‘도선비결’을 새로운 눈으로 꼼꼼하게 비추고 있다 ⓒ 바보새
"수운 최제우와 해월 최시형은 '사람이 하늘'인 뜻을 밝혀나가는 길에 처형당했습니다. 처형당한 사람과 처형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어느 쪽이 밝음 속입니까. 나를 찾아가는 길에 죽음이 기다린다고 하여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가던 길에서 돌아설 수도 없습니다. 그 외길을 알고도 갑니다. 그래서 '사람이 하늘'입니다." -'한반도의 젊은이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몇 토막

전택원은 도선국사가 남겼다는 한문 271자로 이루어진 '도선비결'이 지니고 있는 주춧돌을 찾기 위해 예언 속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 그 신기루 같은 여행길에서 도선과 수운 최제우 선생, 해월 최시형 선생을 만나 12개에 이르는 매듭으로 '도선비결'이 굳게 채우고 있는 자물쇠에 '새로운 문명시대를 여는' 21세기 열쇠고리를 꽂는다.

그는 한국철학인 '도선비결'은 지극 정성을 다하여 그 뿌리가 스스로 드러나게 함으로써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지는 '마음의 세계'와 '주역의 세계'가 그 뿌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어떤 세계에 대한 인식주체가 이성적 개입을 하는 있음을 밝히는 서양철학"과 한국철학이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결은 궁궁하는 사람의 진리를 아는 마음인 나의 마음으로 풀어내야만 풀리는 것"이라는 힌트를 준다. 그가 '도선비결'과 '동학'을 동양철학인 <주역>에 비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도선비결과 동학의 연결고리를 알아야 마음을 제대로 알고, 마음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으며, 나아가 사람들에게 빛과 희망을 주는 길, 천도를 찾을 수 있다"고 말못을 친다.

전택원은 "왜 뜬금없이 갑자기 '도선비결'과 동학이냐?"는 물음에 "진리며, 분단은 그 자체로써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이라고 자신 있게 내뱉는다. 그는 "어느 시대 없이 사람은 자신의 시대를 향해 진리를 묻고 실천해왔다"라며 "조선 500년의 경과와 동학을 예언으로 담아낸 '도선비결'이 지금 이 시대를 향해 입을 열고 있기 때문"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한반도 색깔은 붉은색과 청색이 아닌 '빛과 어둠'

"'도선비결'에 한반도의 운명과 관련하여 세 개의 나라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입니다. 이 나라들을 3원색에 견주어봅니다. 미국은 청(靑)입니다. 중국은 황(黃), 일본은 적(赤)입니다. 미국의 국기, 스타 앤 스트라이프에는 흰 별이 청색 바탕에 정렬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오성홍기는 붉은 바탕에 황색 별, 일장기의 복판에는 붉은 태양."-'광장에서' 몇 토막

전택원은 미국과 중국, 일본을 3원색(푸름, 노랑, 빨강)이라고 매듭짓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과연 무슨 색깔일까. 그는 "흑과 백, 빛과 어둠"이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태극기는 생명을 낳고 거두는 현묘한 이치를 담은 태극을 복판에 놓고 흰색 바탕에 4개의 흑색 부호를 배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빛은 어둠이 변한 것이라 여긴다. 이는 곧 해월 최시형 선생이 후천에 담은 뜻이라는 것. 그는 "흑백은 3원색과 합쳐져 오색을 이루며, 한반도의 역사는 이 오색으로 직조(織造)되어왔다"며 "은원(恩怨)이 얽힌 다른 나라와의 인연이 역사 위에 무늬를 돋우었다... 이제 더불어 어둠에서 빛으로 나서지 않을까. 보기 나름으로 한바탕 운명이며, 조화"라고 썼다.

그는 동학에 대해서도 "수운 최제우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 자신이 깨달은 생명의 뜻일 뿐"이라며 "하늘의 뜻이 바로 자신의 마음이었다. 수운의 그 이전에서나 그 이후에서나 끝없이 이어지는 진리가 있을 뿐이다. 그것을 도선이 1천 년 전 예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진리는 깨달음의 주제이지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반도에서 앞으로 30년 동안 새로운 문명 펼쳐진다?

"우리는 동학이 100여 년 전 썰물처럼 지나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동학을 현실이 아닌 '도선비결' 속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현실 속에서도 그 이전에 접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동학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그런 것이 '지극히 비현실적인' '도선비결'을 통해 동학의 세계가 저를 압도하며 펼쳐졌던 것입니다."-'마치면서' 몇 토막

'도선비결' 뿌리는 2010년부터 마지막 30년 동안 새로운 문명이 한반도에서 시작되며, 그 힘으로 남북이 통일된다는 것이다. 이 땅에 태어나 이 땅에서 깨달은 진리라 하여 '동학'이라고 이름붙인 수운 최제우 선생 마음이나, 1천 년 앞에 수운 선생 운명을 담아낸 도선국사 마음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뜻이다. 그 마음을 아는 것은 곧 나 자신이다.

전택원이 펴낸 <마음에 이슬 하나>는 지금으로부터 1300년 앞 도선국사가 앞질러 내다본 한반도 정치예언서 '도선비결' 에 따른 해설서다. '도선비결'이 동학으로 이어져 마침내 앞으로 다가올 통일한국을 열고 있다는 것. 이 책은  '비밀'은 곧 사람들 '마음'에 있으며, 그 마음에 맺힌 이슬 하나가 곧 '미래'라는 사실을 슬기롭게 파헤치고 있다.

언론인 전택원은 1945년 9월 경상남도 진영읍 여래리에서 태어나 함안군 가야, 대산, 칠원, 칠북 등지에 있는 시골에서 자랐다. 첫 직장으로 <중앙일보> 기자가 되었으나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해직당했다. 1988년 봄 다시 <중앙일보>로 복직이 되어 홍콩특파원을 지냈고,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1992년에는 북경특파원으로 옮겼다.

그 뒤 <중앙일보> 국제부장을 잠시 거쳤다가 그만 두고 고려대와 한양대 등에서 시간강사를 했다. 1997년 탈북자를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진리'와 '분단시대'를 주제로 삼아 본격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10년에 걸쳐 강의를 하고 있다.


마음에 이슬 하나

전택원 지음, 바보새(2010)


#전택원#마음에 이슬 하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