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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사태, 연평도 포격 등 10년 넘게 쌓아왔던 한반도의 평화는 확실히 위협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만을 보자면 양자가 서로 피해를 보고 있으며 목숨을 위협받지 않아도 될 많은 이들이 세상을 등지게 된 것은 국가외교정책의 주체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 김대중 정권 이후로 쌓아왔던 한반도의 평화롭고도 안정적인 공존에 대한 기대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다.

저자 우석훈은 스스로 '3류'라 정의하는 경제학자다. 정통이라 말하는 1류학자들이 잘 나서지 않는 현실 정치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기 때문에 스스로 붙인 딱지다. <88만원 세대>에서 국내 청소년에 대한 안쓰러움을 담아 내었던 그는 연작 '한국경제대안시리즈'를 통해서 "경제는 잘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곱씹게 한다.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과 우경화로 기울어가는 일본, 그 가운데에서 주체적인 철학과 정책에 대한 뚜렷한 움직임 이 보이지 않는 한국의 현재와 미래의 역할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의 평화상황이 10년이면 언제든지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점친다.

경제와 평화의 관계

"한국경제는 압축성장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장점과 함께 그만한 단점이 있는, 일종의 인위적 불균형 성장전략이었다. 한국에서 수출은 그야말로 '국민경제의 무의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리하여 때로는 '개방'이라는, 또 때로는 '세계화'라는 단어와 연결되며,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강력한 수출제일주의가 형성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출경제는 수출이 국내 경제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을 때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거나 기형적으로 전개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IMF 경제위기 이후 그러한 현상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발생하게 되었다. 국민소득에서 수출과 수입의 비율을 보통은 '대외경제의존도'라고 부르는데, 한국은 이미 80% 가까이 이 수치가 올라가 있는 상태이다.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라는 1970년대의 구호가 어느새 '외화내빈'으로 변질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정권이 이어온 일련의 경제정책이 과거로부터 이어온 대외의존도를 심각하게 만들었고 흔히 '신자유주의'라 부르는 경제정책을 공고화 한 것은 흔히 좌파로 착각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 때였다는 것이다. 마치 자유무역이 국가의 부를 불러오고 파이를 키워서 전 국민이 좀 더 잘 살 수 있는 나라로 이끄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믿음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좀 더 노골적으로 '있는 이들을 키우는 데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장막을 만든다.

"수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한국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마 수입이 수출보다 많으면 문제가 될 거라고 여기는 사람이 100%에 가까울 것이고, 수입보다 수출이 많으면 문제가 될 거라고 답변할 사람은 기초부터 경제학 이론을 충실하게 교육받은 수백 명 정도가 아닐까."

이런 생각 속에 '다이내믹 코리아'등의 대외 전략을 위한 국내 전초기지화로 택한 산업은 토목 등 건설 산업이 주요 주체로서 등장한다. '제국주의'의 성격을 띤 경제정책은 점점 더 강력한 외향성을 가지고 노무현 정부 때에 '경제영토'라는 단어까지 등장하게 되는 시점에 이른다.

"한국자본주의가 이미 식민지를 필요로 하는 제국주의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단독으로 제국주의를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을 등에 업고 사실상 제국주의로서 기능하려고 한다는 가설에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해외에서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식민지에 해당하는 다른 나라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중략. 한국 자본주의 내부에 누적된 다양한 불균형들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이 커져서 외부의 식민지 혹은 식민지에 준하는 '경제영토'없이는 문제를 원활하게 풀기 어렵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식민지가 필요한 선진국

이런 논리 아래서 극우세력이 힘을 얻게 된다. 미국과의 공고한 동맹관계를 근거로 국내의 모순적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 등이 힘을 얻었다. 이는 전체의 우 편향으로 사회가 기우는 현상을 키워왔다. 조금만 이에 벗어나면 '좌빨', '친북'의 색깔을 칠하고 사상범으로 몰리는 위협을 느끼는 현실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아는 이명박 정권 교체와 함께 시작된것은 아니라는 것. 저자의 분석은 이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선택한 체제가 '물 흐르듯' 오늘에 이르렀다는 추정이다.

"극우파 정당을 정의할 때 사용하는 '민족주의 포퓰리즘'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노무현 정권은 사실상 통일제일주의를 내세웠던 극우파 정권에 가까웠고, 한국의 우파들은 친미주의에 가까운 독특한 자리매김 때문에 반공에 기반한 반민족주의 극우파에 가깝다. 민주노동당은? 독도사태가 벌어졌을 때 소속의원들이 직접 독도를 방문하기도 하고 독도에 공수부대를 파견해야 한다는 발표를 할 정도로 상식적인 좌파와는 좀 거리가 먼 이념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2002년 붉은악마, 한류, 황우석, '디워' 등의 키워드는 젊은 층까지 급속도로 극우 사회의 기반으로 속하게 되는 증거가 되었으며 "우리 민족끼리"라는 폐쇄성을 띠기도 하였다. 외부로 개척이 힘든 상황에 북한에 눈을 돌리게 되었으며 이는 북의 동포를 3등 국민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지고 오기도 했다.

"한국 자본주의에서 이제 북한이라는 존재는 지난 10년을 거치면서 경제적인 의미로 '식민지'에 더 가까워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다른 먼 나라에 외부 식민지를 갖기 어려운 한국 자본주의의 입장에서 북한만큼 가깝고도 만만한 식민지가 또 있을까? 중국보다 가깝고, 동남아보다 임금이 싸고, 아프리카보다 훨씬 양질의 노동력을 가지고 있는 북한을 식민지로 전환시키지 않는다는 건 상식적인 눈으로 볼 때 오히려 이상한 일인지도 모른다."

'식민지'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단어가 무척 아프게 느껴진다. 구지 이런 자극이 필요할가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런 자극이 망각의 틀에 갇힌 우리를 깨치게 한다.

저자는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통해서 현대사회에서 제국주의란 이념이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과정과 그러한 배경이 국가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있다. 이는 '전쟁'이라는 위험한 결론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개인이 '평화'를 생각하는 계기가 필요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이를 드러내고 표현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촌스럽게' 공멸하는 길로 들어서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촌놈들의 제국주의/ 우석훈/ 개마고원/12,000원



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우석훈 지음, 개마고원(2008)


태그:#우석훈, #촌놈들의제국주의, #경제와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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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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