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백제역사유적지구(가칭)와 남한산성, 서남해안갯벌 등을 세계유산 등재 우선 추진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하지만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가 포함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경우 4대강 사업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문화재청(청장 최광식)은 이날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우선추진 목록 결정 회의를 열고 문화유산으로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와 익산역사유적지구를 통합한 가칭 백제역사유적지구와 남한산성 2개를, 자연유산으로 서남해안 갯벌을 세계문화유산 우선 추진 대상으로 선정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날 선정된 유산에 대해 "국내외 비교연구를 비롯 전문가 단체등과 협력해 등재 신청서 작성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 재정적 지원하고 향후 2-3년 내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가 포함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경우 4대강 사업으로 2개의 보 설치와 대규모 준설공사가 진행 중에 있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수차례에 걸쳐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서 '강'을 제외하면 그 구성조차 곤란한 지경"이라며 "4대강 개발을 강행한다면 세계문화유산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해 왔다.
실제 독일의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과 순수 녹지대를 간직하고 있는 '드레스덴 엘베 계곡'의 경우 지난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엘베 강 양쪽을 연결시키는 약 800m 길이의 교량건설로 '자격박탈' 수모를 당한 바 있다. 이는 또 세계최초의 문화유산 취소라는 '불명예'를 안겨주었다.
충남도가 세계문화유산 추진을 위해 주목해온 공주·부여 역사지구의 경우에도 공주(475~538)와 부여(538~660)에 남아 있는 당시의 백제유적이다. 공주지역은 공산성지구(공산성·옥녀봉산성), 송산리고분군지구(송산리고분군·정지산유역), 수촌리지구(수촌리고분군), 고마나루지구(고마나루 일원) 등이 대표적이고, 부여의 백제유적은 부소산성지구(부소산성·관북리유적), 정림사지지구(정림사지), 나성지구(능산리고분군·능산리사지·부여나성·청산성), 청마산성지구(청마산성·능안골고분군·용정리사지), 구드래지구(구드래 일원·왕흥사지) 등으로 하나같이 금강을 끼고 있다.
반면 공주지역에는 4대 강 금강보(금강 7공구) 건설과 준설공사 한창이며, 부여지역에는 부여보(금강 6공구) 건설공사와 준설공사가 한창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4대강 공사로 영향을 받는 '주변경관'보다는 발굴한 백제 유적 등 '문화유적'을 앞세워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인간과 역사, 문화, 자연환경간의 교호작용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4대강 난개발로 인한 '문화경관' 훼손이 계속될 경우 세계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편 충남도는 공주-부여 역사유적이 우선 등재목록에 포함됨에 따라 당초 예정대로 오는 4월 백제문화연구소를 설립하고 문화재청과 함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