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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3반, 우리 반은 1000점이 모일 때마다 작은 파티를 한다. 발표 한 번하면 1점, 줄을 잘 서거나 수업 태도가  좋았거나 친구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때 10점, 양보하고 배려했거나 야외활동을 질서 있게 잘 했거나 할 때는 20점 평소에 차곡 차곡 포인트를 모아 1000점이 될 때마다 작은 잔치를 연다.

 

1학기때 1000점과 2000점 파티를 이미 했는데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 의견을 모아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지낼지를 같이 고민하고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먹을 것을 서로 나눈다. 1000점 파티는 춤, 노래, 마술 등의 장기를 보여주면서 과자를 나누어 먹었고 두 번째 파티는 고구마와 감자를 쩌 먹고 영화를 보았다.

 

3000점 파티를 앞두고 간식 뷔페를 하기로 했다. 과일 코너는 교사인 내가 준비하고 빵 코너, 과자 코너, 뜨거운 차와 음료수 코너, 고구마와 감자 코너 등으로 나누었다. 자신이 가지고 오고 싶은 것을 한 가지씩 정해, 넉넉하게 가져와 작게 자른 뒤 접시에 담아 놓기로 했다. 진짜 뷔페처럼 큰 접시에 자신이 먹을 정도의 양을 담고 골고루 맛 볼 수 있다는 장점과 먹고 싶은 것만 고를 수 있다는 뷔페 원리를 반에서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다음 날이 되니 몇 몇 아이들 마음이 변해있었다.

 

"직접 고르고 산 과자라서 혼자만 먹고 싶어요."

"저두요. 그냥 다 같이 나누지 말고 친한 친구끼리만 모여서 먹어요."

 

주로 과자를 준비해 온 아이들 입에서 나온 소리다. 나누지 않고 자기만 실컷 먹고 싶은 욕구. 그게 어제 토의한 거랑은 별도로 작용했다.

 

"우리는 차 28인분은 준비했는데, 이걸 몇 명이서 다 어떻게 먹어?

 

코코아를 준비한 민서랑 우현이랑 시은이가 난리다. 계획대로 하자고 설득했다. 이번 간식뷔페의 취지는 나눔과 배려였으면 좋겠다. '나'만이 아닌 '우리'가 되어 큰 상을 차려보자. 그리고 음식에 듬뿍 담긴 사랑을 나누어보자.

 

"좋아요."

"해봐요."

 

 간식부페
간식부페 ⓒ 김광선

 

순식간에 구역별로 한 상이 차려졌다. 빵은 잘게 자르고, 귤은 한 개씩 포개어 30개 정도  올려놓고, 바나나는 반씩 잘라놓고, 고구마는 입안에 쏙 들어갈 정도로 토막 내 놓고, 과자는 종류별로 접시에 담고 차는 종이컵에 담아 뜨거운 물만 부으면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즉석차를 준비해 놓았다.

 

그럴싸한 식탁. 우리들 모두가 함께 만든 식탁이라 더 값지고 맛있게 보였다. 선생님이 맨 앞에 서고 나머지 아이들이 한 줄로 서서 개인 접시에 음식을 담았다. 접시에 나란히 음식을 담는 모습이 어찌나 조심스럽고 신성해 보이는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선생님, 이렇게 뷔페 만드니까 재미있어요."

"많이 먹었어요. 못 먹을까봐 괜히 걱정했네~"

"집에서는 안 먹는 고구마도 학교에서 먹으니까 맛있어요."

"새로운 과자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간식부페
간식부페 ⓒ 김광선

 

그렇다. '나눔은 손해가 아니다'

아이들은 간식부페를 통해 나눔을 맛으로 느꼈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면 반이 되거나 없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정반대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가치있는 것을 받을 수 있다. 또 배려는 어찌보면 귀찮은 일인 것 같지만 기쁘고 뿌듯하고 행복해지는 마법이 들어있다. 

 

의도한 마법이 통했나보다. 모두들 행복해서 입이 찢어져라 좋아한다.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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