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6학년 1학기 사회는 우리나라 역사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2007개정교육과정에서는 역사영역이 5학년 1, 2 학기로 내려가면서 올해 2007 개정교육과정으로 배우는 6학년들은 역사수업을 제대로 못 듣게 됐다.
이 때문에 현장의 교사들은 교과부에 6학년 역사교육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고, 교과부는 2010년부터 관련대책을 내놓고 있다(관련기사:
올 초등학교 4학년, 역사교육 제대로 못배운다).
학생에겐 역사보충교재, 교사에겐 지도자료 추가 지급
그 대책으로 우선, 6학년 학생들이 배울 역사보충교재를 만들어 보급했다. 이 역사보충교재는 작년까지 6학년 1학기에 배웠던 사회 교과서의 내용과 같고 표지만 바뀌었다. 대신 교과부가 발행한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충청북도 교육감이 인정한 인정도서로 탈바꿈했다. 작년까지 6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와 함께 배포됐던 사회과탐구는 아예 주지 않아, 책 1권으로 우리나라 역사를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사들에게는 2010년 여름에 교사용 지도자료를 보급했다. 그 내용은 현재 6학년들이 배워야 할 역사교육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보충 교재 달랑 하나? 너무 부실해
그런데 이 학생용 보충교재가 너무 부실하다. 그동안은 사회교과서와 사회과탐구를 같이 배포해서 관련자료를 찾아 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역사보충교재만 지급된 것.
졸업생들의 사회과탐구 재활용을 권장한다는 공문이 학교마다 내려오긴 했다. 하지만 책 상태도 좋지 않을 뿐더러 이 지침도 여름방학 직전에 내려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6학년 학생들 중 역사를 흥미롭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보충교재 하나만으로 어떻게 우리나라 역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이 배울 보충교재는 그동안 6학년들이 1학기에 적어도 51시간 동안 배우던 내용이다. 그래도 항상 현장에서는 이 시간 안에 모든 내용을 공부하기 어려워 책 뒷부분 현대사는 대충 읽는 정도로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올해 6학년 학생들은 이 내용을 32시간 만에 배워야 한다. 교사용 지도자료에 그렇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새로 개정된 2007교육과정에서 배정된 시수표에 따르면, 지리와 일반사회는 19시간, 역사는 32시간을 배우라고 지침했기 때문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6학년에 와서 새롭게 배워야 할 역사는 시간이 짧아 제대로 못 배우고, 5학년때 배운 내용은 한번 더 복습해야 할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올해 6학년에게 중복되는 내용 |
7차 5학년 사회(2010년에 배움) - 국토의 개발과 환경보전, 자연환경과 주민생활의 관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정보화 시대의 생활 2007개정 6학년 사회(2011년) - 아름다운 우리 국토, 환경을 생각하는 국토 가꾸기 우리 경제의 성장과 과제, 정보화, 세계화 속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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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 학교마다 혼선...교과부는 뭐하나교과부의 부실한 대책 때문에 지역마다 학교마다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6학년이 역사를 제대로 못 배우는 상황 때문에 학생, 교사용 보충교재가 나온 것은 맞다. 현장에서 장학사들도 역사수업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체로 16시간의 시수확보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교과부는 공식적으로 16시간 시수확보에 대한 공식적 지침을 내리지도, 방침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역마다 다른 6학년 사회시간 확보 대책 |
4. 2011학년도 6학년 사회과 교육과정 운영 (생략) 2011학년도 6학년 사회과는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와 누락된 역사영역 부분을 재구성 또는 교과별 수업시수 20% 증감 운영 시 사회과의 역사 시수를 고려하여 편성하도록 한다. - 서울 장학자료 76쪽 ○ 2011학년도 6학년 사회과 기준 시수 확보 권장 - 충북교육청 회의자료 3쪽
1.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6학년 사회과에서의 역사 교육 (생략)2011학년도 6학년 사회 교과 수업시수를 20% 증배하고, 최근 보급하고 있는 6학년 『사회』보완 교재를 활용하여 역사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면 됨 - 경북 2011학교교육과정편성시 유의점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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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계획도 없다. 교육과정이란 교육목표와 교육내용이 있고 이에 따른 평가계획까지 있는 것인데, 올해 6학년은 사회에서 무엇을 평가해야 할까? 원래 사회교과에 있던 6학년 1학기 내용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역사보충교재에서 2/3, 1학기 교과서에서 1/3을 해야 하는 것일까?
교과부는 이런 것에 대해서도 명확한 내용이나 교사들이 판단할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가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주체로서 너무 무책임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짜고 있는데, 6학년 사회시간을 어떻게 짰는가 봤더니, 지역마다 지침도 다르다. 실제로 역사교육을 위한 시수확보에 최소 6시간부터 22시간까지 들쭉날쭉하게 배정하고 있다.
추가 시간은 어디에서 가져왔을까? 다른 교과 시간도 여유가 없는데 무조건 사회시간을 더 확보해야 한다니까 다른 교과 시간을 줄이거나 재량활동 시간에서 가져온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올해 6학년은 다른 교과에서도 사회처럼 중복되고 누락되는 내용이 많다(관련기사:
내년 초등학교 6학년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교사들은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 교과부가 과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전처럼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서 학생들이 수업을 어떻게 받든지 모른 척 하고만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