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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비윤리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일부 소비자들은 한건 잘 잡으면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생각한다."

 

지난 22일 오전 삼성동 코엑스 3층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을 위한 방안' 설명회는 '블랙 컨슈머(악성 소비자)' 성토장이었다.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전자제품PL지원센터에서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 등 가전3사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웅진코웨이 등 다양한 업계 소비자 업무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쥐식빵'-'환불남' 맞서 '사업자 권익 보호' 목소리

 

그동안 소비자 민원 문제에 공개 대응을 꺼려온 전자업계에서 이날 기자들까지 불러 행사를 마련한 건 이른바 '쥐식빵', '환불남' 등 '블랙 컨슈머' 문제가 최근 사회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날 전상헌 KEA 부회장은 두 사건을 직접 언급하며 "소비자 권익이 지나치게 신장돼 소비자가 제조업체를 음해하고 제도적인 권익 장치를 오용해서 제조업체를 괴롭히는 사례까지 생기는 게 소비 문화 현주소"라며 "소비자가 제조업체에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면 원가를 압박해 다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자업자득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 권익 보호가 신장돼야 하나 소비자 보호도 국가경제 발전 측면에서 고려돼야 한다"면서 "오늘 모임을 계기로 소비자 권익 보호와 기업체 권익 보호가 똑같은 비중으로 다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쥐식빵' 사건이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경기도 평택의 한 제빵업소 주인이 경쟁업소 식빵에서 쥐가 나온 것처럼 꾸민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다. '환불남'이란 지난해 5월 삼성전자 '휴대폰 폭발' 자작극을 벌인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이아무개씨를 가리킨다.

 

이날 발표를 맡은 최병록 서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블랙 컨슈머란 자기 권리가 있지만 기업에 지나치게 과다한 요구를 하는 소비자를 말하는데 최근에는 블랙 컨슈머와 차원이 다른 범죄 행위로 나가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비합리적 권리 행사를 통해 비윤리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일부 소비자들은 한건 잘 잡으면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생각한다"면서 "반면 기업에서는 진실은 둘째치고 사회적 파장이나 기업 이미지 훼손, 매출 감소 등 불익을 감안해 적당히 대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원칙적 대응'을 주문했다.

 

"언론 검증 소홀... 왜곡된 정보 제공하는 언론도 책임져야"

 

화살은 일부 블랙 컨슈머 주장만 듣고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보도하는 언론에게 향했다. 이날 오재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중부분원 이공학실장은 지난 2007년 채석장에서 일어난 '휴대폰 폭발' 사건을 들어 언론 책임을 강조했다.

 

오 실장은 "당시 가해자의 허위 진술 때문에 피해자 점퍼에서 휴대폰이 폭발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돼 사회적 이슈가 됐지만 국과수 감정 결과 중장비에 부딪힌 충격에 따른 배터리 발열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환불남' '휴대폰 폭발(발화)' 사건에 대해서도 "불이 나려면 열 공급원이 있어야 하는데 열원과 무관한 케이스 부문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다른 외적인 요인이 있지 않았나 의심했다면 블랙 컨슈머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면서 언론의 검증 소홀을 추궁했다.

 

'팩트'(사실) 검증은 언론의 기본 책임이다. 따라서 최근 '자작극'으로 드러난 '블랙컨슈머' 사건에 있어 사실 검증을 소홀히 한 언론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환불남' 사건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역시 법원의 최종 판결과 별도로 피의자 주장 검증에 소홀한 점은 분명 반성할 대목이다.

 

이 자리에 소비자를 대표해 참석한 김천주 대한주부클럽연합회 회장 역시 "매스컴이 증명되지 않은 걸 함부로 내놓으니까 그거 하나만 보고 왜곡된 소비자들이 많이 생긴다"면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 매스컴도 책임을 지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론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블랙컨슈머 때문에 물건 값 오른다?... "소비자 고발은 공짜 정보"

 

그동안 '블랙 컨슈머' 문제에 쉬쉬했던 기업들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그 의도를 떠나 반가운 현상이다. 다만 이날 행사에서 "블랙 컨슈머 때문에 물건 값이 오른다"는 일부 기업 관계자들의 '엄살'은 아쉬웠다. 심지어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경쟁사 블랙 컨슈머가 늘어나면 우리 기업 입장에서 이득"이라는 농담(?) 섞인 말을를 던지기도 했다. 

 

일부 그릇된 '블랙 컨슈머' 때문에 피해를 본 기업들 고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날 김천주 회장이 남긴, 소비자 고발이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의 '쓴 소리'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기업이 (문제 있는) 물건 하나 조사하려면 돈 들여 연구해야 하는데 소비자 고발을 통해 제공받는 정보는 공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를 사면 동량 동종 제품으로 교환해주도록 돼 있는데 기업이 유통업체 다니며 유통기한을 다 조사하려고 했을 때 드는 돈을 감안하면 정보 제공비를 더 줘야 한다." 

 

'쥐식빵' '환불남' 문제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그건 범죄자지 '블랙 컨슈머'가 아니다"라면서 "소비자가 (불량 제품에 대한) 정보를 많이 줬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IT 산업이 1등이 됐다는 걸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태그:#블랙컨슈머, #환불남, #쥐식빵,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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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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