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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놀이

장난감과 동화책을 가져온 다섯살 딸아이가 자랑한다
제것으로 남의 물건을 가져온게 신기한 모양이다
그 모습이 천진난만해 같이 웃는다
모든 생은 주고 받고 살아가는데 돌아보니
지나온 흔적마다 허물뿐이다
돈 없으면 못사는 세상 돈이 언어였는지
깡통에 동전을 넣으면 고개 끄덕이던 걸인의 귀가 시를 닮았다

[시작노트]

작년에 딸아이 데리고 시내를 나가는데 다섯살된 딸이 나에게 물었다. 아빠, 돈 없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왜 그러느냐고 묻지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딸은 장난감사려고 한단다.
장난감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부자가 아닌란 걸 딸아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지만 단정적으로 돈없지라고 했던것에 마음 한구석이 빈것 같았다.

돈없으면 마음대로 다닐 수도 먹을 수도 없다. 지갑과 핸드폰은 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가 됐다.
그런데 가진것 하나 없는 거지도 3개월만 견디면 그런 생활에 익숙해진다고 누군가에게 들은적이 있다.
불편한 생활이 꼭 불행이 되는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어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고 목숨을 제 스스로 끊은 사람도 많다.

딸아이는 유치원에서 장난감 돈으로 물건을 사고 파는것을 배우면서 돈의 가치를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 대해 조금은 생각했을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에게 그대로  대물림되는 사회는 불공정한 사회다.
대통령이 내건 공정사회란 슬로건이 슬그머니 사라진것은 마치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것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그것이 우리모두의 소망어린 꿈이어야하는것은 어린 자식들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인 까닭이기도 하다.

시가 없으면 시인도 없다. 시는 여간해 돈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 시 한편이 얼마나 소중한것인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아무짝에도 쓰잘데 없는 그런 시가 세상을 구원한다면 그 누가 믿겠는가.
만물에 생기가 돋우니 봄이 오나 보다. 돌아다보니 세상에 시 아니것이 없고 시인 아닌 사람없다.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해맑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자치안성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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