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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금요일 오전 7시 저는 구정문 앞에서 8시까지 1시간가량 1인 시위를 하였습니다. 1인 시위를 마치고 저는 지난달 마련한 비정규직 노조 교육관으로 가보았습니다. 교육관은 현대자동차 정문 맞은 편 동네 뒷골목에 있었습니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이 판결난 지 7개월이 넘고 있지만, 현대자동차는 이렇다 할 결과를 내 놓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불법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징계를 감행하였고 47명이 해고되었습니다. 게다가 정직, 감봉까지 당한 조합원까지 합하면 400여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7개월 동안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 난후 정규직화 요구를 하며 쟁의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먹은 상태입니다. 

 

그 동네 상가 건물 2층에 마련된 비정규직 노조 교육관엔 많은 조합원이 웅성 거리고 있었습니다. 모두 현 불법파견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밖이 시끄러워 창밖으로 내려다 보니 흰색 승용차 문이 열려 있고 한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큰소리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문을 닫고 내려가 보았습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도 따라 내려갔습니다. 저는 왜 그러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이 사람이 현대차 용역 경비인데요. 계속 우리를 감시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차 빼라고 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가 우르르 내려가 항의하자 그 용역 경비는 어쩔줄 몰라 하며 잠자코 있다가 차를 몰고 사라졌습니다. 2층에 올라온 비정규직 노조 간부에게 자세한 내용을 물어 보았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조사해 보니까요. 지회 교육관에 상주하고 있는 차량은 55거**54, 55거**66 흰색 소나타 두 대와 33러**53 검은색 그랜저 등 3대가 죽치고 서 있었습니다. 이 차량에는 현대차보안팀 직원과 용역직원들이 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지회 교육관을 만들고 모르고 있다가 우연찮게 한 조합원이 와서 밖에 누가 감시하고 있는 거 같다고 해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2월 25일 조합원들이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 상경투쟁 가고 저는 지회 교육관 상황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교육관이 2층이라 창문을 열고 보니 계속 차량을 대 놓고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내려가서 '사찰 감시하지 마라. 차 빼라'고 항의했습니다. 현대차 보안팀 직원은 '뭔 권리로 우리가 여기 있는데 왜 가라고 하느냐? 당신들 감시하는 것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항의해서 보냈는데 토요일도 또 오고 항의해서 돌려보냈는데, 일요일에는 아예 배째라는 식으로 안 가고 버텼습니다. 

 

28일에는 서울 상경투쟁 안간 조합원 모여  출근투쟁하고 오전 9시에 지회 교육관에 모였습니다. '교육관 오는 조합원들 다 감시하고 있다. 주말에 경고했는데 또 감시하고 있다'고 조합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젊은 동지들이 화가 났습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내려가서 다시 항의했습니다. 분명히 3번이나 경고했습니다. 3대의 감시 차량 중 33러**53 검은색 그랜저 문을 열고 키를 달라고 했습니다. 안 줘서, 스마트 키를 빼앗았습니다. 그 옆에 서 있던 55거**54 흰색 소나타로 가서 문을 열으라고 했는데 용역직원들은 문을 열지 않고 버텼습니다.

 

우리는 교육관으로 스마트 키를 가지고 올라갔습니다. 그 후 경찰이 여럿이 왔으나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나볼라라 했습니다. 나중에 현대차 보안팀 김모씨가 와서 앞으로 감시 사찰 안 하겠다 약속하고 나서 키를 돌려 줬는데, 4박 5일 상경투쟁 후 다시 계속 감시당하고 있는 중입니다. 항의 하면 차를 뺐다가 시간 지나면 다시 그 자리에 차를 세워두고 감시합니다."

 

옆에 있던 비정규직지회 이은영 전 사무차장은 자신이 감시와 미행당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이은영 전 사무차장은 비정규직 지회에서 고용하여 업무를 수행해 왔으나 지난 2월 10일 현대차 관리자들에 의해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서 강제로 쫓겨 났습니다. 

 

"2월 10일 공장에서 쫓겨난 이후부터 계속 감시하고 미행당하고 있어요. 공장 밖으로 끌려나온 후 지회 교육관에서 상근했는데, 한날 낮 시간 목욕탕을 간 적이 있어요. 목욕탕이 없어져서 뒤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돌아서니 따라오는 사람이 당황해서 멈춰 서더군요. 그들은 미행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졸졸 따라 왔어요. 골목 골목 이동하니까 따라오고, 33러**53 검은색 그랜저가 따라왔어요.

 

겁나서 공중전화로 112에 신고를 했어요. '사람과 차가 쫓아온다. 불안하고 불쾌하다'고 신고 했어요. 경찰이 와서 '저 사람과 저 차가 미행하고 있다'고 하자 경찰은 '아는 사람이냐'고 해서 '모른다'고 답했어요. 미행자는 날 안다고 하고 쫓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했어요. 그래서 '이 사람은 날 안다고 하는데 왜 쫓아오는지 확인을 해달라'고 경찰에 요구했어요. 경찰은 미행자를 멀찌감치 데려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날 미행했던 사람의 이름은 '이OO'였어요. 이날 이후로 이 사람은 미행하는 사람 대상에서 빠졌어요.

 

또 한 번은 태화동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두 사람이 따라 탔어요. 한 정거장 가서 바로 내렸고 다시 타서 한 사람을 따 돌리고 다음 정거장에 내려 반대편 쪽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갔어요. 두렵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했어요. 

 

문화회관 일 보러 가는데 버스 탔을 때 한 사람이 계속 쫓아 왔어요. 사진을 찍으니까 왜 사진 찍냐고 날 잡아채려 했어요. 왜 미행하느냐고 항의하니까 33너##53 검은색 그랜저를 타고 갔어요. 경찰에 신고했는데, 차적을 조회하니까 흰색 소나타였어요. 저를 미행한 33러##53 검은색 그랜저는 대포차 같았어요. 경찰은 고소를 하지 않으면 개인 인적사항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어요."

 

이은영 전 사무차장의 미행 사찰은 한 달 동안 계속 되었다고 말하였습니다. 노조활동 하는게 사용자로부터 감시 사찰 대상이 될까요? 왜 현대자동차 사용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활동을 감시하고 사찰을 자행할까요? 헌법에도 보장된 정당한 노조활동은 언제쯤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요? 현대자동차 사용자는 언제쯤이면 대법원에서조차 인정한 불법파견에 대해 반성하고 불법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발표할까요?

 

덧붙이는 글 | 위 내용은 울산노동뉴스 조성웅 기자와 함께 공동 인터뷰를 한 후 작성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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