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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에는 극장이 없다. 재작년인가 광신로터리 2층에 있던 광신극장이 간판을 내리면서 지역 유일의 극장이 사라졌다.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이웃 평택이나 천안으로 가야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민원이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극장 하나가 먹고사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인줄도 모른다. 내가 알기로도 광신극장을 찾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우선 냉·난방등 시설이 열악했고, 복합상영관이 아닌 관계로 선택의 여유가 없었다.

안성시 소재 몇 개 대학의 학생들이 주로 서울에서 통학하는 관계로 젊은이들의 관심도 적었다. 극장에서 주로 데이트를 하는 학생들로서는 안성은 시골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어정쩡한 곳인지도 모른다.

신터미널 복합상가의 건축을 맡은 건설사의 도산으로 예정된 극장개관이 늦어지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극장이 없는 인구 18만의 도시인 안성은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영화는 현대문명이 낳은 총아이다. 영상예술의 꽃이며 좋은 영화 한 편은 상업적으로도 수익면에서 중소기업을 능가하기도 한다. 감동이 있는 영화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는 법이다.

하긴 극장 없이도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다. 먹고살기에 전념하다보면 극장 한 번 가기가 만만지 않을 지도 모른다. 대형티브이에서 영화를 골라보는 세상에서 무슨 극장타령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동굴에서 햇불을 켜고 무언가를 찿는 사람들처럼 길은 여럿이 갈 때 공감하며 같이 볼 때 넓어 보이는 법이다. 극장이 없는 도시는 광장도 없다.

영화포스터, 연극티켓, 음악회 하나 마음대로 골라볼 수 없는 안성의 문화예술이 지역의 간판 슬로건이 된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안성맞춤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전통예술이 현대에 어떻게 접목되어야 하는가는 다시 생각해 볼일이다. 바우덕이 축제처럼 전시성 일회성으로 끝나고 마는 축제가 아닌 지속적인 문화의 장이 필요한 때이다.

재작년 여름 보개면 소재 태평무전시관에서 부모님과 동네어르신을 모시고 두 번이나 전통무용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환상적인 율동과 춤사위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홍보가 부족했더라면 좋은 기회를 잃을 뻔했다. 많은 이들에게 보기를 권했지만 교통이 열악해 지리를 잘 알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안성은 더없이 살기 좋은 곳이다. 전원도시로서 손색이 없지만 그런 이곳에 번듯한 극장이 있어 노동에 지친 일상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그야말로 안성맞춤일것이다.

술집, 다방, 식당 등이 많아 먹고 놀기 좋은 도시는 현실 일지 모르지만 극장이 없는 공동체는 꿈이 없는 사막과 같다. 어둠에 오래 있어본 사람은 그 자신이 빛나고 있었음을 타인의 눈을 통해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이 예술이 당장에 밥을 먹여주지는 않지만 그것이 버릴 수 없는 꿈이 되는 것은 인간이 밥만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않은가. 모든 생은 헛되다. 그러나 그 헛됨이 우리를 꿈꾸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자치안성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극장#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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