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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5일 오후 6시 15분]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재오 특임장관,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신 주택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경기뉴타운재개발반대연합 회원들이 뉴타운 지정 반대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자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재오 특임장관,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신 주택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경기뉴타운재개발반대연합 회원들이 뉴타운 지정 반대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자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동주최한 주택정책 관련 토론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아수라장이 됐다.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재오 특임장관,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신주택정책 방향' 토론회가 열리기 10분 전 장경태 전국주거대책연합 의장이 단상에 올라 "뉴타운은 사기다 사기!"라고 외쳤다.

장 의장은 "서민 재산 뺏어가는 것이 정치냐"는 등 재개발 반대 구호를 외치다가 주최측에 의해 곧바로 단상 아래로 끌려나왔다. 장 의장은 주최측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날 토론장에는 장 의장 말고도 경기뉴타운재개발반대연합 등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각지 주민 80여 명이 참석해 장 의장과 함께 "반대!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이날 토론회에서 재개발 조합 설립요건 완화와 관련된 논의를 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서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약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온 80여명의 뉴타운 재개발지역 영세 조합원 혹은 해당지역 세입자 등 철거민들이 피켓을 들고 떠들썩하게 시위를 하는 가운데 예정시간을 30여분 넘겨 시작됐다. 국회 경위와 방호원 20여명이 객석과 단상 사이에서 시위대를 막았다.

김진수 교수 "'반대도 들어라'해서 열린 토론회, 아예 반대하니 답답"

이날 발제를 맡은 김진수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가 미리 준비한 발제문에서 주택 관련법을 개정해 뉴타운 재개발을 활성화하는 것을 영세 조합원과 세입자의 주거 안정 대책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재개발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 용적률과 층수 제한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 재개발 추진위원회 생략 ▲ 재개발조합 설립요건 완화 ▲ 자동 인·허가 제도 도입 등을 주장했다.

이날 김 교수는 자신의 발제 내용에 대한 설명보다는 시위대를 설득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김 교수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은평구에서 서민과 같이 살고 있고, 내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분인데, 누구보다 서민들의 아픔을 알고 있고 조금이라도 이를 보듬기 위해, 의원들끼리 이런 토론회를 할 수도 있지만, 서민들의 진솔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이런 토론회를 마련하게 된 것 아니냐"며 "이재오 장관님이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사실은 이 공청회가 열린 것이다. 그런데 아예 이렇게 반대를 해버리니까 참 저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발언을 마무리하면서 "전체적으로 조사를 해보니 반대하시는 분들이 14~15% 정도이고 84~85%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해 시위대의 반발을 샀다. 반대로 뉴타운 재개발 찬성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철거민들 하소연 "어떻게 국민의 재산을 뺏는 법을 만드느냐"

이날 토론회 진행을 맡은 최찬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지정토론자 외에도 이날 시위에 참가한 뉴타운 반대자들에게도 발언권을 부여했다.

발언권을 얻은 장경태 전국주거대책연합 의장은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으려고) 인감을 가져가서 사기를 쳐놓고 공시지가로 보상하는 것이 뉴타운 재개발의 실체"라며 "오늘도 재개발 조합 추진이 잘되게 하기 위해 법을 완화한다고 토론회를 하는데 이런 토론회는 있을 수 있다. 법을 강화해서 국민의 재산을 지켜주는 법을 만들어야지 어떻게 국민의 재산을 뺏아가는 법을 만드느냐"고 일갈했다.

쌍문1 주택재개발구역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강제철거는 안한다고 해놓고 팔십이 넘은 노모를 이불로 둘둘 말아서 길가에 내팽개치고 살림살이는 경기도 어디다 갖다놓고 이렇게 억울할데가 있느냐"며 "이게 어제 2시에 당한 일이고 어제는 길에서 잤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어머니는 30대 때 쌍문동에 왔는데 이런 꼴을 당해야 하냐"며 "이명박 정부가 복지, 복지 하는데 사람 죽이지나 말라"고 하소연했다.

연단에 오른 한 남성은 "법에는 집행관이 인도집행을 하도록 돼 있는 대한민국에서 왜 집행관도 없이 이해당사자인 조합이 선정한 철거업체가 철거민들을 들어내느냐"며 "이런 걸 어떻게 '법과 원칙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 남성은 "재개발 조합이 법과 원칙에 따라 운영이 안되고 있다. 검찰에 고발하면 유야무야 되고, 감독관청은 자꾸 밑에다가 미뤄서 뱅뱅 돌다가 결국 주민들이 길거리에 나서게 만든다"며 "이래 놓고 어떻게 국민을 위한 정부냐. 국민을 길거리에 나서게 하고 법원으로 가게 만들면서 이게 무슨 정부냐"고 비난했다.

재개발 찬성자 "1000명 중에 10명 위해 재개발 안하는 게 민주주의?"

철거민들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쏟아지자 시위대는 "옳소"를 외치고 박수를 쳤지만 진행을 맡은 최 교수가 '뉴타운 재개발 찬성자의 주장도 들어야 한다'며 발언권을 부여하면서 토론회장의 분위기는 다시 험악해졌다.

철거민들의 저지를 뚫고 연단에 올라온, "부천에서 왔고, 재개발지구 지정 전에는 재개발에 반대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내 재산권에 대한 문제인데 어떤 사람이 온다고 함부로 인감을 주느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철거민들을 반박했다.

이 여성은 "아무리 반대를 해도 그 (재개발 조합이 있는) 구역에서 반대해야지 여기 와서 소리친다고 해서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다"며 "1000명 중에 10명을 위해서 이걸(재개발) 안할 수는 없다. 자꾸 민주국가를 얘기하는데 민주적으로 해결하라"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이 여성이 연단 밑으로 내려가자 일부 시위대가 이 여성을 향해 달려들기도 했지만 이 여성은 재빨리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이 와중에 재개발 찬성자와 반대자끼리 실랑이가 벌어져 주먹다짐이 벌어질 뻔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어쨌든 다 '뉴타운 하자'는 얘기 아니냐. 듣지 말고 나가자"며 2시간여 만에 피켓시위를 풀고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윤순철 "재개발 요구 전폭 수용해놓고, 서민 위한다고 하면 안돼"

이들이 빠져나간 뒤 토론발언을 시작한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실장의 김 교수의 발제 내용에 대해 "뉴타운 재개발이 쉽게 시행될 수 있게 하는 데에 포커스가 있는 것 같다"며 "사회갈등 촉발, 소수의 재산권 무시, 주거환경의 악화 등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희망하는 집단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법률개정을 추진하면서 영세 세입자 및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개정이라는 뉘앙스를 보여선 안된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전여옥 의원과 함께 이 토론회를 주최한 이재오 특임장관은 토론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장관은 김 교수의 발제 내용을 토대로 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등 관련 법안 개정안을 오는 4월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여옥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원주민 중에서 재개발된 아파트에서 사실 수 있는 분은 20% 밖에 안된다"며 "한 동네에서 30~40년 사시던 분들이 같은 곳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책을 만들겠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재개발 문제에 대해선 반드시 고민을 해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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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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