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치솟는 물가, 식재료의 부담 때문에 식당들의 메뉴판은 고치고 또 고쳐 너널너덜 누더기가 다 되었습니다. 매 끼니 점심을 사먹는 직장인들은 날마다 끼니를 해결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음식점을 찾기도 힘든데다 밥값마저도 이거 만만치 않으니 말이죠. 고물가에 요즘 여러분들의 주머니는 안녕하십니까?
오늘 맛돌이가 주머니가 가벼워도 부담 없이 별미를 즐길 수 있는 비법을 하나 공개합니다. 그것도 단돈 6천 원에 두 가지 메뉴를 맛볼 수 있는 횡재를. 세상에 재래시장에만 덤이 있는 게 아닙니다. 여기 소개하는 식당은 덤이 있습니다. 말만 잘하면 주인아주머니가 맛깔난 찬과 음식을 덥석덥석 내줍니다.
맛돌이 오늘 1인분에 6천 원 하는 백반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생뚱맞게 커다란 대접이 하나 따라 나옵니다. 대접에는 김가루가 담겨있습니다. 비빔밥을 시킨 것도 아닌데 도대체 이게 뭘까요, 좀 의아하죠.
손이 큰 주인아주머니 맛난 웅어를 회무침했으니 웅어회무침에 쓱쓱 맛나게 비벼먹으라고 합니다. 아주머니는 마음이 내키면 자식 대하듯 늘 이렇게 모든 손님들을 챙기곤 한답니다. 고향집에 찾아온 자식인양 맛난 음식 하나라도 더 먹이려는 그 싹싹한 맘씨에 맛돌이가 뿅 갔다니까요, 글쎄!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웅어는 조선시대에는 임금님에게 진상됐다고 합니다. 회유성 물고기로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에서 잡힙니다. 늦은 봄에 그 맛이 절정에 이른다는데 초고추장에 쌈을 하면 정말 맛있습니다.
어때요? 맛돌이가 반할 만하죠? 6천 원 밥상에 맛깔난 찬은 기본이고 거기에다 넉넉한 인심까지 담아냈으니 어느 누가 반하지 않을까요. 가격대비 정말 훌륭한 상차림입니다. 남도의 게미가 오롯이 담긴데다 오지고 푸지게 내주니 그 어찌 만족하지 않을까요. 이 집의 매력은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말만 잘 하면 누룽지나 찬 한두 가지는 그냥 덤입니다.
백반 한상 달라고 했더니 "우리 집은 미원을 안 쓴께 맛이 없을꺼요"라더니, 이거 웬일입니까. 모든 음식이 먹을수록 당깁니다. 전라도 말로 진짜 게미가 담겨있는 음식입니다.
맛있는 음식에 게미(개미)가 당근 없어야지 이게 무슨 게미가 있다는 거야? 라고 뜨악해 하실 분은 없겠죠. 음식이야기 보면서 말이죠. 혹여 그래도 그런 상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서 '게미'에 대해서 잠깐 한마디.
'게미'는 전라도에서 아주 특별한 맛, 감칠맛이 담긴 음식을 '게미가 있다'라고 합니다. 사전적 의미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의 전라도 방언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상 맛돌이가 전하는 우리말 상식이었습니다.
자 그건 그렇고, 함께 음식 맛좀 보실래요. 배추겉절이는 갯벌의 산삼이라고 불리는 몸에 좋은 귀한 함초를 넣어 갖은양념에 무쳐냈습니다. 갯벌에서 바닷물을 먹고 자라는 약초인 함초는 신이 선물한 신령스런 풀로 불리기도 합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신초로 불렸으며 일본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정도랍니다. 하나를 보면 둘을 안다고, 이거 하나만 봐도 음식에 얼마나 신경을 쏟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열무김치는 또 어떻고요. 옛날 고향집에서 먹어봤던 그 맛,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고향의 맛입니다. 천연조미료를 주로 사용해 인공조미료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맛이 없다고 하면 주인아주머니는 숫제 돈도 안 받고 손님을 그냥 내보내기도 한답니다. 다음부터는 그곳에 가서 밥 먹으라며.
밥 반 공기는 백반으로, 남은 절반은 웅어회무침을 듬뿍 넣어 쓱쓱 비벼 비빔밥으로 먹었답니다. 이게 바로 단돈 6천 원으로 백반과 비빔밥을 한꺼번에 먹을 수 비결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