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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일 제3회 인천시교육감배 장애청소년육상경기대회에 참가한 신촌초등학교 도움반 교사와 학생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백경은 교사, 신순정 보조교사, 강예진ㆍ황현민 학생, 신동일 공익근무요원, 김혜은 교사, 배민혁ㆍ이승운ㆍ김재민ㆍ김종민 학생.
4월 1일 제3회 인천시교육감배 장애청소년육상경기대회에 참가한 신촌초등학교 도움반 교사와 학생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백경은 교사, 신순정 보조교사, 강예진ㆍ황현민 학생, 신동일 공익근무요원, 김혜은 교사, 배민혁ㆍ이승운ㆍ김재민ㆍ김종민 학생. ⓒ 장호영

강예진(여·6년), 황현민(남·6년), 김종민(남·3년), 배민혁(남·3년), 김재민(남·2년), 이승운(남·2년) 등 인천 신촌초등학교(부평구 십정동) 도움반 학생 6명은 4월 1일 인천 문학경기장 트랙을 달렸다. 아니 하늘을 달렸다고 해야겠다.

이 학생들은 이날 '제3회 인천시교육감배 장애청소년육상경기대회'에 출전해 50m 달리기와 100m 달리기에 도전했다.

뇌병변장애가 있어 다리가 불편한 강예진 학생은 혼자 달리기가 어려워 도움반 교사의 손을 잡고 뛰었다. 다른 쪽에선 교사가 응원하며 함께 뛰어줬다. 지적장애가 있는 나머지 학생들은 출발선에 서자 교사들이 총소리가 울리면 달려야 하고 자기 번호 라인을 따라 뛰어서 결승점에 도착해야 한다고 계속 알려줘야 했다.

하지만 총소리가 울리자 겁을 먹고 바로 뛰지 못하거나 빨리 달리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고, 자기 라인을 제대로 따라 뛰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다. 결과는 예선탈락이었다. 하지만 이날의 예선탈락은 패배가 아니었다. 학생들은 최선을 다해 달렸고 만족했으며,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던 교사들은 도착한 학생들을 꼭 안아주었다. 트랙을 달리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마치 하늘을 달리는 듯 웃음과 기쁨이 묻어났다.

신촌초 도움반 학생들의 인천 장애청소년육상대회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1회 대회에 지금은 중학생이 된 남학생 2명과 강예진 학생이 참가했다. 당시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 학교에서 영웅이 됐다.

신촌초 저학년 도움반을 맡은 김혜은 교사와 고학년 도움반을 맡은 백경은 교사는 첫 대회의 메달 수상 영향도 있었지만, 학생들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주기 위해 학생들과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대회에 참가했다.

도움반 학생들은 학교에서 비장애학생들과 체육을 하거나 체육대회에 나가면 최선을 다해 달리려는 의지가 없다고 했다. 스스로 비장애학생들보다 뒤쳐진다는 것을 알기에 전속력으로 달리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도움반 학생들은 목표를 분명히 가졌다. 1등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대회에 출전을 한 것.

 김재민(앞) 학생과 배민혁 학생이 100m 달리기 예선전에 출전해 달리고 있다.
김재민(앞) 학생과 배민혁 학생이 100m 달리기 예선전에 출전해 달리고 있다. ⓒ 장호영

대회 출전을 결정하고 도움반 학생들이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간 것은 시합이 열린 주의 월요일부터다. 매일 30분씩 시간을 내어 달리기 연습을 했다. 선을 따라서 달리는 것과 출발하는 법, 팔을 크게 저으며 전속력으로 달리는 법 등을 배웠다. 학생들은 처음엔 교사가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선을 따라 달리지 못하고 결승점에 와서 교사에게 안기기만 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대회에 나가 결승점까지 완주하고 선을 따라 달린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뒀다. 애초 윤종현(2년) 학생도 대회에 함께 출전하기로 했으나, 대회에 앞서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에 깁스를 하는 바람에 참여를 못했다.

교사들은 "종현이가 깁스를 한 상태에서도 달릴 수 있다며 체육복을 입혀달라고 했다고, 종현이 아버지가 말을 전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대회에 참가한 강예진 학생은 "첫 번째 대회에서 메달도 따고 달리기에 자신이 있어서 출전하게 됐다"며 "평소에는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는데 대회 출전을 위해 열심히 달려서 좋았고, 예선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중학교에 가서 달리기 대회가 있으면 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신순정 선생님이 손을 잡고 함께 달려줘서 제일 힘이 많이 됐고 감사하다"며 "오늘 열심히 달렸으니 집에 가서 푹 쉬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종민 학생은 "빨리 달리는 것을 많이 연습했다"며 "떨어지긴 했지만 빨리 달리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기분이 좋았고 경기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봐서 기뻤다"고 말했다.

배민혁 학생은 "1등을 하고 싶어서 달렸다"며 "달리기도 재밌었고 경기장에서 큰 화면을 영상으로 보는 것도 재밌었다"고 말했다.

신촌초 도움반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신동욱 공익근무요원은 "발령 받은 지 2주밖에 안 돼 처음 장애학생을 대하는 게 힘들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장애학생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며 "장애학생들도 비장애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잘 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백경은 교사는 "상을 받았으면 하는 6학년 중 2명의 학생이 참석했는데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 소중한 경험이고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장애학생들이 대회에 많이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혜은 교사는 "그동안 달리는 것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이 달리는 것과 성취, 목표를 알게 된 것 같다"며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김재민 학생이 같은 조에서 1등으로 들어오고 배민혁 학생은 2등, 황현민 학생은 3등을 했다. 겉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자부심을 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장애청소년을 위한 체육대회가 많이 열리고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인천신촌초#도움반#장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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