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 교과부)는 지난 6일 한가람고 이옥식 교장(53)을 학교교육지원본부장으로 내정했으며 곧 인사 발령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은 1급 직책으로 장관과 차관을 제외하면 최고위 간부에 해당하는 자리로 전국 초·중·고교 정책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조선일보>는 "교과부 들어가는 '교육 개혁 전도사'"라며 이를 반기고 있지만 <한겨레>를 비롯한 많은 언론들은 불법 당사자가 불법을 감시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이 내정자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무단 정정하는 등의 비위 사실로 인하여 서울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되어 징계 대상자로 통보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사실 이 교장이 불법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이보다 훨씬 더 심한 불법으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이 있다.
2001년 불법 '합숙보충수업'으로 중징계 의결 요구
2001년 1월 당시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 교장(당시 43세)은 방학에 학생 일부를 상대로 금지된 '합숙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을 실시하여 물의를 빚었고, 이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를 받아서 불법 사실이 확인되어 파면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 요구를 받았다.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에 의하면, 이 학교는 1999년과 2000년 자신들의 소유인 인천에 있는 유스호스텔에 학교 학원 강사와 교사, 학생들을 투숙시키며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을 부당하게 운영한 사실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보충수업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당시 교육부 지침을 위반한 불법이었다. 특히, 교사의 과외는 현직교수 및 교사들의 과외교습을 규제하고 있는 공무원교육법 및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엄격히 금지하는 것이었다. 학원 강사까지 불러 120명에 이르는 학생 1인당 65만 원씩의 거액을 받으면서 합숙 과외를 시킨 것은 당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런 불법도 문제지만 이 교장의 거짓말은 더 큰 문제였다. 파문이 일어나자 이옥식 교장은 언론에 "학부모들이 스스로 한 일로 학교나 교사는 이번 일에 개입한 적이 없다… 교사 40여 명이 수준별 이동수업을 연구하기 위해 같은 유스호스텔에 묵었고, 교사 등 5~6명 정도가 남아 연구활동을 계속 했을 뿐 학생을 대상으로 교습행위를 한 것은 아니며 학생들과 만나 학습과정에 대해 논의한 것이 전부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어 이 교장은 최고의 징계에 해당하는 중징계, 백아무개 교감은 '경징계', 보충수업에 참여한 교사 7명은 '경고' 조치가 요구되었다. 공립학교 교장이었으면 파면 해임을 당할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도 당시 이 교장의 어머니가 이사장이어서 계속 교장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08년 불법 교장으로 임용되어 2010년 임금 환수 조치
많은 사립학교 교장들이 수십 년째 교장을 하면서 학교를 족벌로 운영하여 각종 문제를 일으켜 왔다. 이런 족벌 사학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5년과 2007년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하여 이사장의 친인척은 학교장 임명을 금지했다. 단 이사회 2/3의 동의와 관할청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학교장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한가람고 이옥식 교장은 이를 위배하면서 불법으로 교장을 계속했다.
이 학교 설립자이자 이사장은 이 교장의 어머니인 이아무개(2010년 사망)씨였는데, 이 교장은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1994년 한가람고 전신인 영등포여상 교장이 되었고, 1997년 한가람고 초대 교장으로 임명되어 현재까지 18년째 교장(영등포여상 시절 포함)을 하고 있다. 작년 이 교장의 어머니인 이사장이 갑자기 사임을 하고 사망하면서 교장 불법 상태는 해소되었지만 이전에 불법 교장 임명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개정된 사립학교법 제53조의2는 이사정 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학교장에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이 교장은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3년 동안 교장직을 불법으로 유지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2010년 9월 서울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은 한가람고를 비롯하여 동명여고, 정의여고, 문영여상 등 13개교의 불법 친인척 교장을 확인하고 이옥식 교장 등에게 세금으로 지급된 임금 환수 조치를 내렸다.
엄격히 법대로 하자면, 불법으로 임용된 교장은 해임을 당해야 하며, 이렇게 해임된 교장은 이후 3년 동안은 교장은 물론 교사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교장은 현재에도 계속 교장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 교과부의 최고위 간부로 영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10년 "낙제 뻔하니 지원하지마"... 원서접수 거부
지난 2010년 12월 <경향신문> 등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가람고는 성적 상위 50% 이내면 누구나 원서 접수를 할 수 있는데도 성적이 최상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원서 접수를 거부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보도에 의하면, "네 성적으로는 와서 낙제할 테니 다른 학교를 알아봐라. 원서를 받아줄 수 없다"며 원서 접수를 거부하여 학생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멸감을 느꼈다"며 눈물까지 보였다. 이 학생의 어머니가 교장을 찾아가 "자율형사립고는 내신 50% 이내면 누구나 원서를 낼 수 있는 곳 아니냐"고 따졌더니, 교장은 "이 학생의 내신 성적(내신 상위 25%)으로는 우리 학교 아이들을 따라올 수 없다. 인성보다는 공부를 시켜서 명문대에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보도되었다. 이옥식 교장은 이 학생의 외모와 복장을 언급하면서 "여학생에게 관심을 가지면 공부는 물건너간다"며 원서를 내지 말도록 종용했다고 한다.
당시 이 교장은 <경향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우리 학교는 '과목 낙제 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낙제할 만한 소지가 있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려준 것이다. 학생의 장래를 위해 말해줬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이 학교가 바로 한가람고로 알려졌다. 한가람고는 2010년부터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되어 학생을 자체로 선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한가람고는 자율형사립고가 된 이후 아직 입학하지도 않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행학습을 하여 현재 서울의 거의 모든 자율형사립고에 이를 확산시키는 데 영향을 준 학교로 알려져 있다.
2011년 학생생활기록부 무단 정정으로 다시 도마에
이전에도 수없이 물의를 일으킨 이옥식 교장이 다시 2011년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서울 B고의 생활기록부 조작으로 시작된 감사에서 한가람고 역시 불법을 저질렀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 일로 이 교장은 다시 서울교육청의 징계 요구를 받았다.
한가람고는 지난해 8월 교장의 결재를 받아 2010학년도 고3 학생들의 학생부에서 빈칸으로 남아 있던 특별활동, 진로지도, 독서활동 영역에 비슷한 내용 154건을 한꺼번에 추가한 것이 밝혀져 이 교장과 교사 2명에게는 경징계(감봉·견책)를, 교감과 교사 1명은 각각 경고·주의 조처를 하도록 통보받았다. 교과부가 생활기록부 관련 불법을 성적 조작으로 간주해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하겠다고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징계 대상 교장이 1급 공무원 승진? 초등학생이 웃을 일지금까지 살펴본 대로라면 이옥식 교장은 법을 우습게 아는 상습법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번에 교과부가 임명한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은 생활기록부 작성을 지도감독하는 직책이다. 생활기록부 관련 사건으로 징계를 받는 다른 교사들은 견책·징계만으로 승진 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장학사 시험도 볼 수 없다. 이후 3년간 호봉 승급도 제한되고, 성과급과 정근수당 지급도 제한된다. 현직 교장들은 중임 대상에서 제외되어 평교사로 돌아가야 할 처지다. 그런데 이 교장은 해임이나 징계는커녕 학교를 지휘감독하는 교과부 최고위 간부로 영전해 간다고 한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생활기록부 조작의 당사자인 교장이 어떻게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학교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의 수장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