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친환경농업육성법 전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수입 유기식품에 대해 '외국과의 동등성 인증근거 규정'을 신설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동등성'은 외국 인증기관이 인정한 수입 유기식품을 국내 유기농 인증을 통과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유기식품 동등성 조항이 신설되면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에 따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유기농 식품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친환경 유기농업에 종사하는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유기식품 동등성 조항'이 입법화되면 우리나라의 유기농 식품 품질관리 시스템이 유명무실해지고 국내 유기농업이 위축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에 6월 23일 오전 11시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환경농업단체연합회∙농수축산연합회 등 친환경 소비자 단체와 생산자 단체들은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유기식품 인증 동등성 추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연순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회장은 우리나라의 유기농산물 인증제도와 유기가공식품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유기농산물은 지난 1993년 품질인증제를 시작으로, 2001년부터 '친환경농산물 의무 인증제'를 실시해 왔다. 유기가공식품의 경우 유기가공식품 표시제(2001년 시행)와 '유기가공식품 인증제(2008년 시행)'라는 2가지 제도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인증제를 도입하면서 표시제를 폐지하기로 했지만, 3차례 연기되어 2012년까지 유예하기로 한 상태이다.
김연순 회장은 "'수입 유기식품 동등성 조항'을 신설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유기농 식품 관리 체계가 훼손되고 그동안 유기농산물과 유기식품이 쌓아온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자들이 수입 유기식품의 생산과 인증 과정 등 식품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조현선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은 "동등성 제도가 소비자의 건강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외국 인증기관 인증을 이유로 국내 인증 절차를 생략하면 사실상 우리나라 유기식품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회장은 "동등성 조항을 친환경농업육성법 개정안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할 것"이라며 "동등성 조항을 유지하면 친환경농업육성법을 악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김순번 농수축산연합회 회장은 "정부가 농업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며, "동등성 조항이 우리 농업의 마지막 보루인 친환경 농업 기반을 크게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수 친환경가공생산자협회 정책위원은 "동등성 조항은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업자만을 위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김 정책위원은 "유기식품 동등성 도입 이전에 미국이나 호주 정부처럼 친환경 농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먼저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국산 수입 유기농산물에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이 그 자리를 내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동등성 조항으로 유기농식품 관리 체계가 무력화되고, 유기농업과 유기농 관련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며 "친환경농업육성법 개정안의 동등성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국내산 친환경농산물을 원료로 이용한 가공산업이 유기농식품 관련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육성 정책 수립"도 함께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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