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이럴 줄 알았다.'
강용석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의 6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는 소식, 정확히는 6월 국회 마지막 날인 오늘(30일) 이 제명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말자는 한나라당의 요청을 민주당이 수용했다는 말을 듣고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상된 것이었지만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명규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당내 반대가 만만치 않다, 시간을 두고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왜 이렇게 빨리 처리하려는 것이냐",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하겠다"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처리해서 강 의원 본인에게도 법적안정성을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의원직 제명이 되든 안 되든 결판이 나는 게 강 의원 본인에게도 좋다는 것이다.
이 부대표의 상대인 노영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의 요청을 수용한 이유를 "오늘 처리하면 부결된다, 그래서 받았다"고 설명했다. 의원제명은 재적의원의 2/3가 찬성해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에 반대의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297명의 의원 중 198명의 찬성표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날 29일 본회의 출석의원은 180명 정도였다. 제명안에 대한 찬반을 넘어, 이 제명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원은 사실 거의 없다.
민주당도 사실은 '제명안'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의총을 통해 '강용석 제명안'을 당론으로 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분위기도 한나라당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성추행' 강용석, 의원 배지 뗄 사안 아니다? ) 이달 초 이 문제로 만나 본 의원들은 "이 문제가 국민들이 선출한 의원직까지 박탈할 사안이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기명투표를 하면 반대표결을 하고, 제명안 반대토론에 나서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데 신상문제로 그런 자리 자체가 없을 것 같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욕을 먹겠지만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약하면 '강용석이 잘못했지만, 배지까지 박탈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희롱 사건 직후에는 지금 당장 제명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던 여야 교섭단체가 어영부영 의원직을 계속 보전해 주고 있다"며 "한심하고 쓸데없는 여야공조요, 비뚤어진 동업자 의식이 아닐 수 없다"는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의 논평은 설득력이 있다.
의원들로서는 그의 발언이 국민이 선출한 헌법기관인 의원직을 박탈할 만한 사안인지 고민할 만하다. 또 우리 의정사에서 윤리문제와 관련한 의원직 제명의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울 만하다.
배지 뗄 사안까지는 아니다?...강용석은 전면 부인으로 일관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강 의원의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 전제돼야 성립될 수 있다. 목격자가 많은 사건이었지만 그는 전면 부인으로 일관해왔다.
또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빨리 처리되지도 않았다. 강 의원의 문제의 발언은 지난해 7월에 나온 것인데, 국회 윤리특위가 제명안을 통과시킨 건 올해 5월 30일이었다. 제명안이 상정된 지 무려 10개월만이었다.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분위기를 보면, 8월 임시국회 또는 9월 정기국회에서도 제명안이 처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에는 4년 내내 제대로 논의 한 번 안 한 채 폐기처분하는 법안이 흔하다. 더욱이 내년 4월 총선은 어지간한 이슈는 모두 빨아들이게 될 것이다.
국회는 특유의 장기인 '시간끌기'로 이 문제를 피해가려 하지 말고 빨리 본회의 처리를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피해학생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최소한의 예의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