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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늦둥이 아들을 부모 자식으로 만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초등학교 6학년, 그러니까 몇 달 후면 중학생이 됩니다. 우리 아들은 비교적 맘씨가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그리고 특히 소질 있는 건 노는 데 1등입니다. 어떻게 보면 공부도 놀러 가기 위해서 하고, 집에서 시키는 이런 저런 일도 다 놀러 나가기 위해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말 노는 데 열과 성을 다합니다. 부모 된 입장에서 단속은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노는 아이들이 사는 것도 열심히 산다니까 희망이 있습니다.

요새 아이들이 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닙니다. 우리 아들한테는 굳이 필요성을 못 느껴 안 사줬는데 자기네 반에서 우리 아들만 유일하게 휴대전화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위 쪽 팔린다고, 천연기념물이라고 한다고 자기도 사 달라는 걸 아직 안 사주고 버텨왔습니다.

학교는 엎어지면 코 달 데 있고, 학원은 다니는 데가 없고, 체육관도 엎어지면 코 달 데 있고, 도서관도 엎어지면 코 달 데 있고 그러니 당최 휴대전화가 왜 필요한 것입니까. 혹시 필요하다면 이놈이 놀러 나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늦게 와서 가끔 답답하고 혼이 날 때가 있는 데 그럴 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학여행 갔을 때 어디쯤 오나 하고 한 번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안 사줬는데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그 잘난 휴대전화 땜에 기가 죽는 것 같아 급기야 사 주기로 했습니다. 사 주되 그냥 사주기 뭐해서 이번 기말고사에 평균 90점 이상 나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습니다. 우리 아들은 머리가 좋아서 올백도 가능한 놈이라 그게 큰 부담이 되는 점수는 아닙니다.

예상대로 올백은 아니지만 A학점 군엔 들어갔으니까 약속대로 사주기로 한 것입니다. 저학년 때는 올백도 쉽지만 고학년 때는 간단치 않습니다. 그래서 올백까지는 조건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90만 넘으면 사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정말 요새 저학년 아이들도 다 들고 다니니 그간 없이 다닌 것이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휴대전화로 인한 폐해도 많습니다. 학교에서 공부시간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문자질 하고 게임 하고 등등 별 거 다 한다는 것입니다. 요새 일어난 사건 중에 하나는 학생이 공부시간에 휴대전화 가지고 딴 짓을 하니까 선생님이 당연히 빼앗았습니다.

그랬더니 이 학생이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한테 폭행을 가했다는 것입니다. 가재는 게 편이라나 선생이 학생을 야단치고 훈육지도하면 벌써 뒤에 대고 "야 찍어. 찍어!"한다니 이래가지고 교육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또 자기 자식 혼냈다고 학교로 찾아와서 학생들 보는 앞에서 학부모가 선생님을 폭행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니 정말 이거 세상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거 맞습니까? 옛날엔 우리 아이 좀 때려서라도 사람 만들어 달라고 회초리 만들어 가지고 선생님을 찾아갔다는 데 정말 그런 얘긴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시대인가 봅니다. 나는 선생은 아니지만 교권이 너무 땅에 떨어진 거 같아서 한숨이 나옵니다.

그나저나 우리 아이도 학교에 가서 선생님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늘 걱정입니다. 자식 키우는 사람은 남의 자식 어쩌고 저쩌고 말하는 거 아니라는데 늘 기도 제목입니다.

또 우리 아이는 늘 정신이 없어서 뭘 사주면 그 날로 어디다 두고 오는 통에 벌써 우산만 해도 얼마나 학교에 두고 오는지 그거 다 찾으면 장사 나가도 될 거 같습니다. 점퍼도 벗어 놓고 들어오고, 축구공도 가지고 나가기는 하는 데 들어올 때는 빈손으로 들어 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휴대전화도 어디다 놓고 또 그냥 들어왔다가는 국물도 없다고 엄포를 일단 놨습니다. 내가 농담으로 하는 말 "야, 너 고추는 제대로 달고 다니는 거냐?"


#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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