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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한국방송통신대 최정학 법학과 교수, 현도사회복지대 윤도현 사회복지학부 교수, 서강대 임지봉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주대 이상이 의과대학 교수, 사회를 맡은 서울대 조국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민 통일연구원, 건국대 이재승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선대 이영록 글로벌법학과 교수, 동아대 하종근 정치학과 교수.
 왼쪽부터 한국방송통신대 최정학 법학과 교수, 현도사회복지대 윤도현 사회복지학부 교수, 서강대 임지봉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주대 이상이 의과대학 교수, 사회를 맡은 서울대 조국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민 통일연구원, 건국대 이재승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선대 이영록 글로벌법학과 교수, 동아대 하종근 정치학과 교수.
ⓒ 문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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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암 선생은 일찍이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국가를 제시한 선구자."

15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죽산 조봉암 선생 사상 및 업적 재조명'(죽산 조봉암 선생 명예회복 범국민추진위 주최) 심포지엄에서 복지국가와 죽산 조봉암을 연결하는 평가가 나와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죽산의 복지국가론'을 발표한 이상이 제주대 교수(의대)는 "조봉암 선생은 무상교육, 국민의료제도,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협동조합방식 등 요즘 이야기하는 진보적인 의제들을 이미 50년 전에 내놓았다"며 "그는 일찍이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국가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교수는 "조 선생은 당대 혁신 지식인 중 가장 현실적인 정치인이기도 했다"며 "그는 정통 마르크스 경제를 넘어 당대 한국 정치의 현실을 고려한 복지국가로의 제3의 길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와 관련, 윤도현 현도사회복지대 교수(사회복지학부)는 "죽산 선생은 복지를 말하면서도 의회민주주의를 통한 변혁을 강조했다"며 "교과서적일 수 있지만 일부 진보세력 사이에 깔린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나 의회·사법제도에 대한 불신과 부정이 사라지지 않으면 복지국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환영사에서 "조 선생의 농지개혁 덕분에 6·25전쟁 이후 농민이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봉암 선생의 농지개혁이 유상징수·유상분배를 원칙으로 이뤄져 이전의 지주제를 해체하고 자작소농체제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아무리 무상급식을 표퓰리즘이라 비난해도 (죽산 선생의 이념인) '보편적 복지'가 이제 우리 사회의 보편적 이념이 됐다"며 "반값 등록금과 희망버스에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현상을 보면 이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 강연을 맡은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양극화 문제가 '선진일류국 담론'과 '복지사회화 담론'이 격돌하는 형국"이라며 "하지만 '선진'이라는 단어는 항상 '후진'이라는 단어와 함께 쓰이는 부정적인 개념"이라고 꼬집었다.

최 명예교수는 "중국은 지구상 2/3 이상을 차지하는 후진국들을 배려해 '후진'과 '선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며 "진정한 선진국은 복지 확충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죽산의 헌법사상은 사회민주주의 정신에서 비롯돼"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헌법기초위원회 위원으로 건국헌법 기초과정에 참여했던 조봉암 선생의 헌법사상도 논의되었다.

서강대 임지봉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선생의 헌법사상은 '사회민주주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며 "수정자본주의적 통제경제사상, 평화통일사상, 권력분립, 표현·사상의 자유 등 조 선생의 중요한 사상들이 모두 사회민주주의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건국헌법초안 경제조항의 기본인 제83조를 보면 우리나라는 부의 균등분배를 위해 국가가 시장에 부분개입을 허용하는 수정자본주의적 통제경제사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는 현행 헌법 제119조와 제125조 등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 교수는 "당시 이승만의 주장으로 대통령제가 채택됐지만 조 선생은 의원내각제를 지지했다"며 "대통령제에서도 그는 긴급처분권·선전포고권·조약체결권·계엄선포권 등 대통령이 가진 막대한 권한들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개헌 논의가 일었을 때 명분이 '제왕적 대통령제'였는데 죽산은 이를 이미 50년 전부터 예견했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죽산이 당시 주장했던 기본권 관련 선진적인 조항들은 대부분 채택되지 못해 현행 헌법에는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앞으로 개헌 헌법에서 기본권 관련 조항들을 확대·강화할 때 죽산의 이념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영록 조선대 교수(글로벌법학과)는 "죽산 헌법사상의 핵심을 '사회민주주의'라는 용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제헌사연구회에 따르면 우리 건국헌법의 경제조항들은 단순한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서구의 바이마르헌법이 아닌 사회민주주의의 변형을 지향하는 중국의 5.5헌장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5.5헌장은 사회민주주의와 달리 단순한 경제적 균등이 아니라 국가통제 하의 균형 있는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적 색채를 띠고 있다"며 "죽산의 경제사상이 둘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당은 학술단체 아냐... 민주세력 연합해야"

특히 이날 조봉암 선생의 연합정치 정신를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합당논의와 연결하는 발언이 나와서 눈길을 끌었다.

축사를 맡은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은 "최근 <한국현대사의 비극-중간파의 이상과 좌절>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조봉암과 장건상(임시정부 국무의원)이 진보당을 창당하기 이전 이야기가 소개돼 있더라"며 "장건상이 '사회민주주의자 이외의 이들은 배제한 정당을 만들자'고 했더니 조봉암은 '우리는 학술단체가 아니니 모든 진보적인 사람들을 용광로에 넣듯 집어넣어 정당활동을 통해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남 전 장관은 "최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를 만났는데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문제로 고민이 많더라"며 "죽산에 따르면 정당은 학술단체가 아니라 용광로인데, 그런 정신으로 임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합당'에 힘을 실었다.

이상이 교수도 주제발표 도중 "조 선생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연합정치의 필요성을 알고 있었다"며 "노동·시민사회의 힘이 무력해진 현 시대에 국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의 유연하고 전략적인 자세가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죽산 조봉암은 1959년 대법원에서 간첩 및 국가변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사형당했다. 하지만 정치 탄압을 위한 '사법살인'이라는 논란 끝에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권고 이후 올해 1월 20일 대법원의 재심재판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서영훈 죽산 조봉암 선생 명예회복 범국민추진위 공동대표는 "지난 1월 대법원 재심재판으로 죽산 선생에게 무죄가 확정됐지만 아직도 죽산 선생은 '간첩과 접촉하다 사형당한 빨갱이' 쯤으로 알려져 있다"며 "죽산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의원은 "내년에 민주세력이 여소야대를 이뤄 사면법을 개정해 조봉암 선생의 사면복권을 이루고, 조 선생의 꿈이던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문해인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죽산조봉암선생#죽산조봉암선생명예회복범민족추진위원회#사회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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