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나로서는, 여름이 유난히 길 것이라는 소리가 청천벽력과도 같다. 차라리 여름이 좀 짧고, 봄과 가을이 길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내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여름이 더 길어질 것이란 이야기에, 벌써부터 몸에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런 여름철이 되면 나만의 더위를 이기는 비법이 있다. 바로 '사삼'이라고도 하는 더덕을 많이 먹어두는 것이다. 더덕은 예전부터 식용으로 많이 사용한 식물이다. <고려도경>에는 "관에서 매일 내놓는 나물에 더덕이 있는데, 그 모양이 크며 살이 부드럽고 맛이 있다. 이것은 약으로 쓰는 것이 아닌 것 같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열을 내리는데 좋은 더덕'오삼'이라는 것이 있다. 오삼은 인삼, 현산, 단삼, 고삼, 사삼을 말한다. 이 중 사삼이 바로 더덕이다. 더덕은 식용으로 사용했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좋은 식물이기도 하다. 더덕은 위, 허파, 비장과 신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민간요법에서는 물을 마시고 체한 데 효과가 있으며, 음부가 가려울 때나 종기가 심할 때 사용한다고 했다. 특히 독충에 물렸을 때 가루를 내어 바르면 특효를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민속약>에는 더덕을 거담, 강장, 고혈압, 부인병, 위냉병, 해소, 해열, 풍열, 혈변에 쓴다고 했다.
이러한 더덕이 여름철 유난히 더위를 타는 나에게는 꼭 필요한 건강식이자 보양식이다. 그것도 밭에서 인위적으로 키우는 더덕이 아닌, 산에서 자생하는 산더덕을 캐서 먹으면 그만큼 효과가 크다.
삼겹살과 함께하는 더덕, 포만감이 충만해
사는 곳이 절집이다 보니, 경내에서 고기를 구우며 냄새를 풍길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가까운 정육점에 달린 집을 이용한다. 지리산축산이라고 하는 이 집은 늘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어 좋다. 산에서 캔 더덕을 깨끗이 손질해 삽겹살을 한 점 구워 입안에 넣으면, 그 향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누군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고 했다.
고기가 불판에서 노릇하게 익으면 상추나 깻잎을 밑에 깔고, 그 위에 더덕을 잎과 뿌리째 올린다. 여기에 마늘이며 김치, 버섯 등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입안에 들어가면 더덕의 향이 입 안에 꽉 찬다. 산더덕은 향이 유난히 좋다. 산을 올라 더덕을 캘 때도 주변에 온통 더덕향이 퍼져 쉽게 찾을 수가 있다.
산을 오르내리며 찾아낸 더덕, 나만의 특별한 보양식 여름철이면 남들은 삼계탕이며 보신탕 등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삼계탕이야 먹을 수 있지만, 그 외에 것은 먹지 않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보양식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산더덕 삼겹살이다.
더덕은 해발 2,000m 고지대에서부터, 계곡 밑까지 산 전체에 걸쳐 서식을 한다. 몇 년 동안 더덕을 캐러 다닌 경험으로, 이제는 더덕이 서식하고 있는 곳을 찾는 안목이 조금은 생겼다. 엊그제도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데 산에 올랐다. 여기저기 더덕이 보인다. 7월에는 묵은 더덕과 햇 더덕을 함께 캘 수가 있다. 씨가 떨어져 새로 나기 시작한 것이다.
5월 더덕은 잎이 좋지만, 7월 더덕은 잎이 억세다. 그러나 새끼더덕은 잎이 연해 함께 먹을 수가 있어 좋다. 뿌리에도 향이 있지만, 그 잎에서 나는 향이 정말 좋다. 하기에 잎까지 함께 싸서 먹는다. 이렇게 한 여름에 몇 번 먹어두면, 여름철을 조금은 수월하게 날 수가 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나만의 보양식. 산더덕에 삽겹살을 싸면서 늘 하는 말이 있다.
"니들이 산더덕에 삼겹살 맛을 알아?" 덧붙이는 글 | '이 여름을 건강하게 - 나만의 보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