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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릴 때 컴퓨터에 빠져 20여 년 이상을 컴퓨터와 함께해 왔다. 어린 시절 DOS가 설치되어 있는 그 PC에 5.25인치 디스켓에 여러 게임들을 가지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설치해 주었고, 그 친구들은 필자를 우러러보며 더 많은 게임들을 설치해 주길 바랐다.

출처가 불분명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쌓이면서 친구들의 PC들은 바이러스에 힘겨워했고, 이젠 백신을 가지고 다니면서 치료해 줬다. 그때의 사용자들은 컴퓨터라는 유형의 장치에는 엄청나게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소프트웨어들은 당연히 그냥 사용하는 줄 알았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은 최소한 그것이 잘못된 것인 줄은 안다. 소프트웨어를, 각종 영화나음악을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으면서, 그것이 원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인 줄 잘 안다. 이러한 인식이 일반인들에게 확산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전문기관 IDC의 발표에 따르면, IT강국이라고 하는 대한민국에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에 드는 기업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백신업계를 대표하는 안철수연구소가 700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니 다행스럽게도(?) 1000대 기업 안에는 대한민국 기업이 있다.

게임업계를 보면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기업들은 모두 온라인게임에 투자하고, 그것으로 이윤을 창출하며 회사를 키워 왔다. 물론 전반적인 시대의 흐름도 한몫 했지만, 세계 유수의 패키지게임 업체들이 우리나라만을 위해 한국어로 정식 발매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돈을 내고 사자! 그래야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활성화되고,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며, 그것이 대한민국의 국력이 되고, 반도체, 자동차의 몇 배나 많은 외화를 벌어 들여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가 이 기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아니다.

기업도 백신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사용 권장 표시가 없던 원래 KT 올레닥터 페이지 모습
개인사용 권장 표시가 없던 원래 KT 올레닥터 페이지 모습 ⓒ KT

 KT '올레닥터', 기자의 전화 확인 후, 개인사용권장 설명을 덧붙였다.
KT '올레닥터', 기자의 전화 확인 후, 개인사용권장 설명을 덧붙였다. ⓒ KT

이 기사를 작성하기 몇 개월 전, 필자는 KT에서 제공하는 백신 '올레 닥터'의 사용권을 문의하기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필자 : 올레 닥터를 사용하려고 하는데 사용권 조항이 궁금해서요.
상담원 : 저희 통신회선을 사용하고 계시면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십니다.
필자 : KT 인터넷 회선만 쓰면 일반 가정 외에 법인 회사나 개인 사업장 같은 영리 목적의 기업에서 사용해도 문제없는 건가요?
상담원 : 네. 어느 곳에서나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십니다. 설치방법은…

개인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무료 백신 소프트웨어는 V3Lite, 네이버백신, 알약 등을 비롯 외국에서 개발한 백신도 많다. 하지만 기업이나 관공서 등에서 사용하려고 할 경우에는 구입 해서 사용하거나, 판매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컨설팅을 해야 했던 필자는 참고하기 위해서 문의를 했었다. 이 얼마나 좋은 컨설팅 소스인가?

예를 들어 KT회선을 쓰고 있는 기업에서 올레 닥터 백신을 쓴다고 가정하자. KT회선을 쓰고 200대의 PC를 쓰고 있는 회사의 경우, 일반유료 라이선스의 백신이 대당 2만 원이라고 할 때, 1년에 400만 원이라는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다.

필자의 직업 성격상 EULA(End User License Agreement : 보통 소프트웨어 설치 시에 보이는 라이선스 정책) 조항을 대충이라도 훑어 보는데, '개인 사용자가 비영리적이고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하여…'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다시 KT 고객센터에 확인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같았다. 사용권이 없는 상태에서 저작권 협회 등에서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이 나와 적발될 경우 라이선스를 구입해야 하고, 구입비용과는 별도로 합의금을 부담해야 한다. 합의를 해 주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과 함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런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KT상담원은 백신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정확한 사항을 안내 받으라고 했다.

KT 측에 백신을 제공하는 '이스트소프트'는 백신 '알약'을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스트소프트에서는 "EULA에 명시되어 있는 라이선스와 틀리지 않다. 개인 회선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이더라도 영리적인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이는 LG U+에 제공하고 있는 '알약 프리미엄'도 다르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럼 LG U+는 어떨까? LGU+측에도 라이선스 관련 조항에 관해 문의해 보았다. LG도 상담원들의 교육부재는 KT와 다르지 않았다. 상담원들은 하나 같이 정확한 라이선스 조항을 모르고 있었다(SK는 다른 업체의 라이선스가 다른 백신으로 고객들에게 서비스 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를 위해 논외로 하겠다).

상담원과의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해당통신사 측의 공식입장을 확인해봤다. 두 통신사 홍보팀은 "라이선스라는 생소한 부분에 대해, 교육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혼동이 있을 수 있는 부분도 인정하며 인식 확산에 관한 사회적인 책임 또한 통감한다. 정확한 교육내용과 라이선스 안내에 관한 공지를 내렸으며, 앞으로는 정확하게 안내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사용권한 명시에 관한 부분도 설치 페이지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취재 후 확인 결과 두 통신사 모두 상담원 교육지침을 내렸으며, 정확하게 안내를 하고 있었고, 설치 페이지에 사용권 명시를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정확한 라이선스는 '비영리 개인 사용자' 이다.  그 외 모든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일반 무료 백신의 사용권한도 같다.

통신사의 상담원들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1차적인 책임은 라이선스 조항을 제대로 읽지 않은 본인에게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상담원이 안내해 주는 내용과 라이선스 조항이 다르다면, 어느 쪽을 믿겠는가? 게다가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때 명시되는 EULA 조항을 읽고 설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 부분이 혼동이 있을 수 있다면, 사용권한에 대한 부분이라도 명확하게 제공하고 명시해야 하는 것이 기업의 당연한 책무이다.

상담원의 안내 내용만을 믿고 백신을 사용하다가 적발되었을 경우, 1차적인 책임은 사용자 본인에게 있으므로 고스란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백신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이왕 불법복제를 하려거든 우리 회사 것으로 하세요!

2007년 MS 영업부문 담당이 투자자 회의에서 "만약 당신이 복제 소프트웨어를쓴다면, 그것이 MS 제품이기를 바란다" 라는 주장을 했다. MS제품은 개인 사용자에게도 유료로 제공되는데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을 거면 자사 제품을 받으라는 것.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게 되면, 점유율이 올라가고 그렇게 되면 기업에도 판매가 증가되기 때문이다.

개인 사용자에 관한 불법복제부분은 해당 국가 국민의 의식 수준에 의지 할 수밖에 없다. 개인사용자들이 마음먹고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면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로 적발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세계 유수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정부기관 및 기업들을 중심으로 저작권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부기관과 기업들의 구성원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요령을 알리는 것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천지차이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주시를 상대로 11억 원 규모의 저작권 분쟁 조정을 신청하여 진행 중이다. 물론 관공서에서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알고 사용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정부기관, 대기업조차 라이선스에 대한 개념을 모르고, 교육에도 안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어찌 일반 사용자들에게 저작권문제를 운운하며 정품소프트웨어 사용을 촉구하는가?

요즘 들어 정부는 정품 소프트웨어사용에 관하여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불법 복제율을 낮추겠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 소프트웨어를 적재적소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라이선스 정책에 위배되어 불법 사용자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예전 '김본좌'가 구속당했을 때 우스갯소리로 '자신이 사용하는 PC에 야동 한 편 없는자 나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외치며 끌려 가자 모두들 고개를 돌리며 모른 척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에 반해 소프트웨어를 불법으로 업로드 하던 어떤 헤비업로더가 잡혀 '자신이 사용하는 PC에 불법복제 S/W소프트웨어가 하나도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말한다면 분명 그 업로더는 무수히 많은 돌에 맞아 죽을 것이다. 자신이 위반한 라이선스 정책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필자처럼 직업상 알아야 하는 사람들도 어렵고, 헛갈리는 것이 라이선스 정책이다. 개발사마다 조금씩 다른 정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라이선스 정책을 온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기득권은 알고 알려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라이선스#불법복제#소프트웨어#통신사#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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