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옥병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 공동상임대표(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연대 상임위원장)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한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두 아들이 초등학생이었던 1995년부터 배 대표는 10년 넘게 급식운동을 해왔다. 그 상징성 때문일까. '친환경 무상급식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지난 6·2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배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 받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의 운명이 갈리는 주민투표가 시행된 24일. 서울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 차려진 상황실에서 개표현황을 지켜봤다는 배 대표는 "마지막 끝나는 순간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나타났던 '강남 몰표의 저주'가 또 다시 재현될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최종투표율 25.7%로 오 시장의 '패배'가 결정된 이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배 대표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이날 시청광장에서 열린 '서울을 바꾸자, 시민 한마당'에 참석한 배 대표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1년 넘게 한나라당과 보수단체에서 끊임없이 왜곡된 홍보들,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짧은 투표운동 기간 동안 그러한 것들을 바꾸는 게 힘들었다"고 지난 한 달 여를 떠올렸다.
이번 운동기간 동안 "애들 밥 먹이는 것 가지고 이렇게까지 한다는 게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고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워"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던 배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주민투표는 큰 심판"이라면서 "이제는 친환경 무상급식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려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친 배 대표는 발언을 위해 시청광장 무대 위로 바쁘게 달려갔다. 다음은 배옥병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강남구, 서초구 정말 무섭더라...마지막 순간까지도 불안"- 투표 결과를 보니 어떤가.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이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서울 시민들이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투표거부운동을 하면서 워낙 저쪽(오세훈 시장 측)에서 관권·금권을 동원해 너무나 부정한 행위를 많이 해서 불안했었다. 오늘 오전 상황 보면서 '(33.3%를) 넘지는 않겠구나' 안심은 했지만 그래도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나 지난해 서울시장선거에서 모두 막판에 강남에서 뒤집히니 않았나. 마지막 끝나는 순간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 이번 주민투표에서 서초구와 강남구에서만 33.3%가 넘는 투표율이 나왔는데. "무섭더라. 참. 이렇게 이 사람들이 대단한 결집력을 갖고 있구나. 제가 학부모들 만나보면 그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부자급식을 왜 해야 하나'다. 그런데 저는 부자급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나라당 봐라. '부자급식 왜 해야하나'라고 하면서 부자감세 100조 원씩 하고 있다. 이게 얼마나 잘못된 거냐. 그 사람들 세금 제대로 내게 하고, 공교육의 장에서는 아이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그게 맞다'고 한다."
- 투표율이 25% 넘은 걸 보면 그래도 오세훈 시장이 내세운 프레임이 일부 유권자들에게는 공감을 얻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지방선거 끝난 이후 한나라당과 보수단체에서 끊임없이 '부자까지 왜 무상급식을 줘야하나', '무상급식 하면 급식 질 떨어진다', '학교 현장에서는 무상급식 때문에 시설 개·보수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어떤 선생님은 그런 이야기 하더라. '행정실에서 토너가 떨어졌는데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돈이 안 내려와서 토너를 안 사줬다. 한 달 동안 복사 못했다'. 그런 것들이 다 허위였다.
(보수진영이) 이런 식으로 너무나 지나치게 의도적·악의적인 홍보들을 1년 넘게 해왔기 때문에, 그걸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바꾸는 게 참 힘들었다. 투표율이 25.7%가 나온 것은 이들이 왜곡된 홍보, 거짓말을 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투표를 거치면서, 저희들이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무상급식이 어떠한 가치를 갖는가'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다."
"무상급식 또 다시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큰 저항 맞게 될 것" - 지난해 지방선거와 비교했을 때 이번 투표운동을 하면서 눈물을 많이 보였는데. "애들 밥 먹이는 것 가지고 이렇게까지 한다는 게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고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웠다. 당연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줘야 하는 일인데 이걸 가지고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오 시장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면서 너무 많은 서울시민들이 갈등과 분열을 겪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이 책임을 져야한다."
- 곽노현 교육감은 기자회견을 통해 2학기부터 초등학교 5, 6학년에 대해서도 무상급식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주민투표에서도 보편적 무상급식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의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저희 역시 서울시에 시의회가 지난해 통과한 무상급식 예산 집행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생각이다. 이미 친환경 무상급식은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또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큰 저항을 맞게 될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 역시 상당히 큰 심판이지 않나.
오세훈 시장은 자신이 추구하는 선별복지가 좋은 복지, 지속가능한 복지라고 주장하는데 친환경 무상급식이야 말로 참 좋은 복지, 지속가능한 복지다. 애들 건강 살리고, 밥상 살리고, 국민 전체의 밥상을 살리고, 농업을 살리고, 환경 살리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는 친환경 무상급식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려나가려고 한다."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에서 오세훈 시장이 사실상 승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사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 "말도 안 된다. 당연히 즉각 사퇴해야 하는데 이리저리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 서울시민들한테 본인이 나서 약속한 것이라면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