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연세대의 운동부 정기전인 고연전(짝수해는 연고전)이 열리는 두 대학의 가을축제, 고연제에서 '반값등록금'을 주제로 한 행사가 마련된다.
양 대학 총학생회는 14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반값등록금 고연제' 개최를 알렸다. 이번 행사는 19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고연제 첫날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열릴 예정이다.
두 대학의 축제이자,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모이는 고연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 있는 축제지만 '그들만의 축제', '그들만의 리그'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해 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 대학 총학생회는 "'우정과 화합의 장'을 뛰어 넘어 서로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연대의 장'으로 고연전의 본연의 의미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려 한다"고 밝혔다
"'민중해방 고연제'의 전통 잇겠다"
정준영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즐거움과 낭만이 가득한 축제에서도 대학생들은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라며 "정부와 여당이 반값등록금 약속을 결국 번복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오세훈 전 시장처럼 자신의 자리 정도는 걸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교과부는 지난 8일 총 1조5000억의 재정을 투입해 가계소득 하위 70%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대학구조조정 등을 통해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선별 장학금 제도'로, 고액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방안이 아닌 여론을 의식한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어 조우리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은 "고연제는 두 대학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고민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라며 "과거 독재정권 시절 선배들이 '민중해방 고연제'를 하며 거리로 나섰던 것처럼, 이 시대 가장 큰 사회 문제인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생들이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안진걸 등록금네트워크 정책기획팀장은 이날 연대발언에서 "두 대학이 전통 있는 축제에 서 반값등록금을 이야기 한다는 게 반갑고, 기분 좋은 행사"라고 격려했다.
그는 "최근 OECD 사회 지표 발표에서 우리가 미국 다음으로 등록금이 높은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우리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많이 가고, 높은 물가로 생활비 또한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악인 상황"이라며 "수많은 학생들이 자살을 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1년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공립 대학교 및 대학원(석사)의 연평균 등록금은 5315달러로 미국 6312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등록금 수준을 보였다.
한편, 19일 열리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반값등록금 고연제'에는 두 대학의 여러 동아리들이 참여해 문화축제 형식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방송인 김제동, 배우 김여진씨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등도 섭외 중에 있으며, 각 정당의 인사들도 참여를 고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려대를 상징하는 호랑이와 연세대의 심벌마크인 방패 모양의 인형 캐릭터들이 함께 반값등록금을 만들어 내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