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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 대가로 경쟁 후보에게 2억 원과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직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죄)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을 21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이 불량하여 높은 처단형이 예상되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농후해 구속기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은 이날 2억 원을 전달한 곽 교육감의 측근 강경선 교수를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2억 원을 건네받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의 동생 박아무개씨에 대한 기소는 유예했다.

검찰은 "곽 교육감의 친구인 강 교수는 후보단일화 합의 이행과 관련한 금전지급 협상 및 전달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고, 박 교수의 동생인 박아무개씨는 단순히 2억 원의 수령에만 관여하는 등 범행 가담 정도가 경미한 점, 박 교수를 구속기소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7억 원 지급, 실무자가 혼자 결정할 수 있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1부(검사직무대리 이진한)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6층 브리핑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후보단일화를 명분으로 한 후보자 간 '뒷돈 거래'에 의해 선거결과가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면서 "청소년의 사표가 되어야 할 교육계의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범행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선거 전 뿐만 아니라 선거가 끝난 후라도 불법 금품제공행위 등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처벌된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자평했다.

이어 검찰은 "10.26 재보궐 선거 및 2012년 총선, 대선에서도 유사 불법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후보단일화 기자회견이 있었던 작년 5월 19일 오후 2시께 곽 교육감 측근 최아무개 교수와 회계책임자 이아무개씨, 박명기 교수 측 양아무개씨 등 양측 실무진이 만나 최 교수의 보증 하에 박명기 교수의 선거비용 보전 명목 7억 원과 함께 서울시 교육청 정책자문기구위원장 직을 제공하기로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설명했다.

7억 원 가운데 박명기 교수가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1억5000만 원은 일주일 내에, 나머지는 작년 8월 말까지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이와 관련 서면 '각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검찰은 "동서지간인 실무자들 사이의 구두약속에 대해서는 10월말까지 전혀 몰랐다(곽 교육감 최후진술)"는 곽 교육감의 주장과는 달리, 5월 19일 당시 양측의 실무진들이 곽 교육감과 박 교수에게 각각 합의 사실을 직접 보고한 후 최종합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한 공상훈 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현 성남지청장)는 "실무자 간 합의라는 게 당사자의 동의나 보고 없이 가능한가, 7억 원을 준다는데 실무자가 자기 혼자 결정해서 합의하는 경우가 있나, 경험칙에 비추어서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계속 (돈을) 요구하는 놈한테 돈 주는데 그게 대가가 아니고 뭐겠나"라고 반문했다.

"허위 차용증 12장 작성... 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8월 28일 오후 서울시 교육청에서 긴급회견을 열어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의 돈을 지원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교육감 후보단일화 과정에서의 대가성은 부인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8월 28일 오후 서울시 교육청에서 긴급회견을 열어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의 돈을 지원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교육감 후보단일화 과정에서의 대가성은 부인했다. ⓒ 남소연

검찰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2억 원을 부인에게 현금 5000만 원, 둘째 처형 정아무개씨에게 현금 5000만 원, 지인으로부터 현금 1억 원을 차용해 마련했다.

검찰은 "금전지급 시마다 상호 간을 채권자, 채무자로 하는 이중의 허위 차용증을 각 2장씩 4장을 작성하는 등 허위 차용증 총 24장을 작성해 각자 허위 차용증을 12장씩 보관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공 검사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는, 만약에 내가 채권자인 차용증만 가지고 있으면 (추후에) 방어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검찰은 "금전 지급 과정에서 곽 교육감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인척, 친지 등 제3자를 이용해 은밀히 지급한 점,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 점, 돈이 부족해 인척이나 지인에게 빌리고 심지어 부산에서 비행기로 현금을 공수 한 점, 허위 차용증을 작성한 점 등에 비추어 곽 교육감이 2억 원을 '선의'로 지급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범죄행위를 은폐하려한 여러 정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곽 교육감이 밝히기 꺼려하고 있는 '1억 원의 출처'와 관련해서는 "곽 교육감이 지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걸 거부하고 있다"면서 "현금거래이기 때문에 자금추적을 한다 하더라도 밝혀지지 않고, 나름대로 확인은 해봤는데 설사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확정적이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한편, 곽 교육감이 구속기소됨에 따라 서울시 교육청은 이날부터 임승빈 부교육감 권한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임 부교육감은 "서울교육이 흔들림 없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현장의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서울교육 가족들과 합심해서 교육행정의 공백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곽노현#박명기#서울시 교육감#교육감 선거#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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