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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료받을 권리, 돈 때문에 목숨을 저울질하지 않아도 될 권리가 바로 무상의료다. 영국은 국가가 재정을 조달하고 의료 서비스를 관리하는 대표적인 무상의료의 나라다. 의료 서비스의 질과 재정 문제 등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60년 넘게 무상의료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 불평등과 의료시장 민영화 등 한국사회 의료 문제의 해법을 영국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말]
영국의 공공 의료제도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가보건서비스)가 아일랜드에 이어 비용 효과와 효율이 높은 의료제도라는 연구조사가 발표됐다. 이번 발표는 현재 영국의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합정부가 'NHS 개혁'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끌었다.

영국 본머스 대학의 콜린 프리차드(Colin Pritchard) 교수가 진행한 이번 연구는 지난 8월 <영국 왕립의학회 저널(The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of Medicine)>에 발표됐다. 프리차드 교수의 연구는 '미국의 의료제도가 영국 NHS와 다른 17개 국가들보다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데 월등한가?'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번 연구에서 사망률은 각 국가의 의료제도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그리고 국가간 의료제도를 비교 평가하는 도구로 쓰였다. 성인 연령 두 그룹(15~74세, 55~74세)을 대상으로 1979~1981년 vs. 2003~2005년 각각 3년간의 사망률 감소를 비교했다. 또 의료 제도에 투입된 경제적 지출, 즉 국내총생산(GDP)의 보건지출 비용을 암 사망률이라는 임상적 산출과 비교분석했다. 영국과 미국을 포함, 19개 국가간 의료 제도 비교연구를 통해 사망률을 줄이는 의료제도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측정했다.

의료비 지출 많은 미국... 사망률 감소는 '글쎄'


미국은 1980년 이래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건지출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1980년 8.8%이던 미국의 보건지출 비용(General Domestic Product Health Expenditure, GDPHE)은 2005년까지 평균 15.3%로, 9.7%인 2위 독일과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9.3%인 영국에 비해서도 1.64배 높다. 영국은 노동당 정부 시절 보건 지출이 GDP의 9.3%까지 증가했지만 비교 국가 19개국 평균(9.7%)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25년간 GDP 대비 보건지출비용에 따른 사망률 비교에서 영국은 아일랜드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생존율을 보였으며 비교 국가 19개국 가운데서 가장 비용 효과적인 의료제도 중 하나로 평가됐다.

반면 미국은 GDP 대비 보건지출 비용에 비해 낮은 생존율을 보여주는 국가로 나타났으며 포르투갈, 스위스와 함께 비용 효과가 낮은 의료제도의 국가로 조사됐다.

미국은 보건지출비용 대비 사망자수 감소비율에서, 15~74세 성인 연령은 1:205, 55~74세 고령인구에서는 1:515를 보였다.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비율로 비교 국가 19개국 가운데 16개 국가가 미국보다 높은 사망률 감소를 기록했다. 즉 같은 보건에 같은 비용을 쓰고도 사망률을 낮추는 데는 더뎠다는 의미다.

반면 영국은 15~74세 성인연령에서 1:593, 그리고 55~74세 노인 연령에서 1:1595 사망률 감소비율을 보였다. 이같은 사망률 감소는 다른 14개국보다 20% 높으며 미국과의 차이도 두드러졌다.

콜린 프리차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영국의 NHS가 미국의 의료제도에 비해 훨씬 비용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생명을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아일랜드, 영국, 뉴질랜드가 미국, 포르투갈, 스위스에 비해 비용효과적인 면에서 3배 이상 높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은 비용대비 효과면에서 19개국 가운데 17위를 기록했고, 포르투갈과 스위스만이 그 뒤를 이었다. 프리차드 교수는 "미국 의료제도는 광범위한 법률 비용뿐만 아니라 의료 행위, 고객들의 행동과 위험요인, 그리고 비용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상당한 관료주의 부담으로 상당히 어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NHS는 매년 3951명에 달하는 사망률 감소로 지금까지 수백만 명의 성인 사망자 수를 감소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까운 유럽 국가들, 프랑스의 2779명, 독일 2395명과 비교해도 훨씬 나은 결과를 보였다.

아담 스미스도 말했다... "의료는 시장에 맡기지 마"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특별취재팀의 영국 NHS 기획으로 온라인에서 영국의 NHS와 우리나라의 의료제도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다.

세상 어디에도 완변한 제도는 없으며 영국의 NHS 역시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NHS 하에서는 환자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의료 서비스가 제한 받는다거나 중증 질환 발생으로 가정이 붕괴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관련기사: 영국에는 긴 병에도 효자 있다). 이것이 국가가 의료제도를 운영하는 고유한 목적이며 대한민국의 국민건강보험제도와 의료급여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몸이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돌봄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되고 의료 서비스를 제한 받게 된다면 문제다. 의료 자원을 일반적인 소비재보다는 공공재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 콜린 프리차드 교수는 "건강과 교육은 시장에 맡기는 것보다는 국가가 책임지는 게 훨씬 낫다"는 말을 인용했다. 스코틀랜드 경제학자이자 시장 이데올로기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말이다. 아담 스미스의 말이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어떤 의미를 던져줄까?


#유러피언 드림#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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