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는 그리도 피곤하더니만 이른 새벽에 잠이 깼다.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고 싶었지만, 잡다한 생각들이 떠올라 뒤척이다 이불에서 빠져나왔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새벽 4시 30분, 퇴근 후에 봄길 박용길 장로님 장례식장에 갈 생각에 검은 양복을 찾아입는다.
공원에 나가 사진을 담고, 출근을 할 요량으로 카메라까지 챙겨들고 차를 몰았다. 아직도 개장시간이 10여분 남아 관리실에서 근무하는 분과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참으로 많은가 보다. 이른 새벽부터 서울시장이야기를 하다가 언쟁이 붙을 뻔했다.
공원안은 아직도 어둠이 짙다. 왕따나무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해뜨기를 기다린다. 점점 어둠이 사라지고 희미하게 공원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왕따나무 너머 몇 그루의 나무들이 모여있다. 내 눈에는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뛰어가는 호랑이로 보인다. 완벽하다.
호랑이나무에 시선을 빼앗겨 해뜨는 것도 보질 못하고 지나쳤다. 공원을 돌아 나오는 길, 어둠 속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목책과 몽촌토성이 아침햇살에 순광속에 자기의 모습을 드러낸다. 저렇게 나즈막한 토성과 목책으로 어떤 적을 막았을까?
호수에 전시된 작품의 반영, 그를 담는 순간 물고기 한 마리가 튀어오른다. 행운이다. 그 순간에 튀어오르다니! 그는 파문을 남기고 물 아래로 사라져버린다. 잠시 파문도 잠잠해지고, 호수는 유리처럼 잔잔하다. 그냥 그렇게 잠시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