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게이트'는 이명박 대통령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 정권에 가장 치명적인 사건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이 대통령과 그 가족이고, 혐의의 내용과 수법 등이 단순한 '꼼수' 차원을 넘어서 구체적인 범죄 의혹들이 계속 강하게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BBK 등과는 달리 일반 국민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동산 관련' 건이다. 그리고, 어떻게 그런 지저분한 짓들이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절로 나게 만든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어서, 백지화한다고 해서 없어지거나 지워질 수도 없는 대형 스캔들이 되어 버렸다.
국민 누구나 아주 쉽게 이해되는 '내곡동 게이트'민주당은 17일, 내곡동 사저 백지화 등에 관계없이 이명박 대통령 아들에 대한 청와대의 불법 국고 지원 의혹,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의 편법 증여 및 부동산 실명법 위반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구체적으로는 김윤옥씨와 아들 시형씨를 부동산 실명제 법위반 혐의로, 임태희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국정감사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17일 내곡동 사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저 백지화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형사범죄인만큼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면서 "국정조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시형씨와 청와대 관계자들을 국고 횡령, 배임,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는 '이곳은 범죄현장입니다'라는 펼침막도 함께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변호사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 사건을 "측근 비리가 아닌 대통령 스스로 비리를 저지른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부동산 실명법 위반, 배임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이 땅의 명의를 아들 명의에서 본인으로 변경하라고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는데, 스스로 부동산 실명법을 위반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면서 "부동산 실명법에 따라 과징금도 기준시가의 30% 내에서 내셔야 되고, 또 명의 신탁자, 명의 수탁자, 즉 대통령과 아드님께 모두 5년 이하 징역, 2억 원 이하의 벌금, 명의수탁자는 조금 더 낮기는 하지만, 또 청와대의 비서실이 이것에 관련됐다는 방조자까지 이 세 사람이 모두 지금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배임죄와 관련해서는 "이 대통령의 이 부지가 문제가 되는 것은 2006년 서울시장을 하실 당시에 이 일대 그린벨트를 스스로 판단해서 해제하셨던 데에 있다. 그래서 이 땅이 앞으로 어떤 개발이익이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알고 계신 상황이고 더구나 나랏돈을 이미 썼다는 것이다. 이것은 엄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형사적인 책임을 대통령 임기가 지나고 나면 지실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온 것 아닌가, 이렇게 판단이 된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들
부동산 실명법 위반, 배임 등의 혐의뿐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씨 명의로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는 데 11억2000만 원이 들어갔는데, 이는 공시지가 12억8000여만 원의 80%에 해당되는 것으로 다운 계약 의혹이 있다. 이는 취득·등록세 탈루로 지방세법 위반이고, 부동산 거래 신고법 위반이다.
그리고 시형씨 재산이 2008년 4월 재산 신고 때 3600여만 원이었으니, 11억2000만 원의 부동산을 구입한 자금 출처를 둘러싸고 상속세 증여세법 위반의 논란이 나오기 마련이다.
게다가 대통령 아들 시형씨는 위에서 밝힌 것처럼 공시 지가보다 싸게 매입한 반면, 대통령실은 공시지가(10억9000여만 원)보다 4배나 비싼 42억8000만 원에 사들였다. 여기에다 청와대가 두 번이나 의뢰한 감정평가 결과까지 나왔는데, 이 평가 결과와 실구매가격 사이에도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니 의혹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에 4억짜리 고급 한식점 건물이 0원으로 처리되는 해괴한 일도 발생했고, 사저가 들어서는 인근에는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땅도 있다.
그런가 하면 내곡동 사저 문제가 논란이 되자 청와대가 역대 대통령 사저와 경호시설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김해 봉하마을 사저의 경호시설 규모를 엉뚱하게 부풀려 발표해서 스스로 낯뜨거운 짓을 했다.
청와대는 내곡동 사저의 경호처 구입부지가 648평(2143㎡)으로 너무 크지 않느냐는 비판이 일자 김해 봉하마을의 경호시설 규모가 541평(1788㎡)이니, 이보다 100평 정도 큰 것이라며 별 것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밝힌 봉하의 541평에는 실제 대통령 사저 옆에 있는 경호시설은 350평(1157㎡)에 지나지 않고, 봉하마을에서 차량으로 10분가량 걸리는 거리에 있는 경호원 거주 아파트 6채의 평수를 합쳐서 541평이라고 부풀렸던 것이다.
수구언론의 거짓, 그리고 나경원 의원의 독한 '봉하' 논평내곡동 사저 추문을 보고 있으니, 내가 KBS에 재임할 때, 봉하 '아방궁'과 관련된 수구언론 보도와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나경원 의원의 혹독한 논평(첫 논평의 제목이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에 성주로 살겠다는 것인가'였고, 그 다음 논평의 제목이 '최소한의 도덕도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려 노력했던 KBS 보도와 프로그램들이 떠오른다.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논란은 2007년 9월 초, <주간조선>의 "봉하마을 '노무현 타운' 6배로 커졌다"는 보도에서 시작됐다. 이 기사가 나오자 9월 9일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인 나경원 의원이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에 성주로 살겠다는 것인가'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후 살 집이 대단한 규모라고 언론이 보도했다.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신축중인 노 대통령 사저와 경호용 건물 외에 형 노건평씨와 노 대통령 주변인사들이 소유한 땅까지 합치면 1만1028평에 이른다고 한다. '노무현 마을' 내지는 '노무현 타운'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에 성주로 살겠다는 것인가?후보 시절부터 서민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 가방 2개만 달랑 들고 대통령궁을 떠난 인도의 칼람 대통령이 떠오른다.우리 국민도 빈손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빈손으로 청와대를 나오는 그런 대통령이 보고 싶을 것이다.그 뒤 <중앙일보>는 2007년 11월 10일 "봉하마을에 '노무현 정원' 만드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봉하마을 주변 숲을 가꾸는 사업을 마치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처럼 비판했다. 그런데 이 사업은 당시 한나라당 소속의 시장이 재임했던 김해시가 추진한 사업이었다.
해가 바뀐 뒤에도 수구언론의 시비는 계속되었다. <동아일보>는 2008년 1월 22일 "봉하마을 관광 사업에 7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보도했고, 다음 날에는 "엽기…'노무현 성지' 조성과 정부 개편 거부 시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실패한 대통령을 위해 세금을 이렇게 쓰는 데 동의할 국민이 노사모 회원 말고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최소한의 도덕도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라 비난했던 나경원 의원이처럼 수구언론이 '노무현 타운'을 집중 타격하자,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나경원 의원은 1월 28일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최소한의 도덕도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요즘 경남 김해 진영 봉하마을이 요란스럽다고 한다. 당초 서민 대통령을 자임했던 노 대통령이 퇴임 후에 소박한 집 한 채로 돌아갔다면 존경받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사저 주변에 특별교부세를 쏟아 부어 수킬로 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문화센터를 짓고 공설운동장 담벼락까지 개보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노대통령 생가 복원에도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사저 뒷산은 웰빙 숲으로, 인근 개천은 생태하천으로 꾸며진다고 한다. 역대 어느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가 살 집 주변을 노대통령처럼 세금을 들여 시끄럽고 떠들썩하게 꾸몄을까 싶다. 세금을 주머니 돈처럼 쓰겠다고 하는 발상이 매우 경이롭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최소한의 도덕과 염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재임기간 내내 온갖 자리를 만들어 국민혈세를 낭비하더니 이제 퇴임 후를 위해서 국민혈세를 물 쓰듯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봉하마을에 낭비된 혈세가 어떤 경위로 투입되었는지 꼼꼼히 따져보겠다. 나경원 의원은 이렇게 두 번에 걸쳐 '노무현 타운'과 관련하여 사실과 다른, 그러면서 동원된 언어는 매우 혹독한 그런 논평을 했다. 최근 이런 논평에 대한 질문을 받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만약 지금 의혹의 대상이 된 내곡동 사저가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였다면 나경원 대변인은 또 어떤 독설을 퍼부었을지 궁금하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 논평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아일보>가 2월 4일에 다시 '노무현 타운' 관련 예산을 495억 원이라고 보도했다. 진영읍내에 있는 공설운동장 개보수 비용 40억 원도 '노무현 타운' 예산에 포함시켰다.
KBS <미디어 포커스>의 '봉하 진실 밝히기'
수구언론들의 이런 행태는 2008년 2월 25일 방영된 KBS의 <미디어 포커스>에서 낱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디어 포커스>는 '혈세 495억, '노무현 타운'의 진실은?'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에서 수구언론의 거짓과 왜곡을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그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나라당 소속의 김해시 시의원은 자신이 추진한 사업까지 노무현 타운 예산으로 집어넣은 언론 보도를 보고 "이렇게 보도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디어 포커스>가 방영된 날은 마침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김해 봉하마을로 돌아간 날이었다.
KBS의 <미디어 포커스> 보도로 봉하마을 '노무현 타운' 논쟁은 가라앉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봉하마을로 돌아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국민들이 봉하에 직접 찾아가 보면서 '아방궁'의 실체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2008년 5월 3일에 방영된 KBS의 <다큐 3일-봉하마을 144시간의 기록>을 통해 봉하의 구석구석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저의 모습 등이 자세하게 전해졌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에다, 많은 국민들이 찾아와 뜨거운 관심과 친근함을 보여주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나갔다.
'다큐 3일- 봉하' 편을 보고 분기탱천봉하마을을 담은 <다큐 3일>이 나간 날은 마침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열린 바로 다음 날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눈에 가시처럼 여겨졌던 KBS와 정연주 사장의 문제는 이제 도저히 그대로 둘 수 없는,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매우 절박한 문제라고 각인시킨 것이 바로 촛불집회와 <다큐 3일>이었다. 당시 봉하마을을 다룬 <다큐 3일>이 나간 뒤, 도대체 이 나라에 지금 대통령이 누구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정권 핵심부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나는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권 인사들은 출범하자마자 "KBS를 저렇게 두고서는 도저히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고 분기탱천했다. 당시 KBS는 뉴스를 통해 이명박 정권 출범 뒤 있었던 첫 정부 인사 때 주요 인사들의 '인사검증'을 했다.
가령 2008년 4월 말, 이동관·곽승준·박미석 청와대 수석 등 부동산 투기 혐의에 대한 의혹들을 KBS 9시 뉴스를 통해 보도하는 등 당시 고위인사 내정자에 대한 검증을 철저하게 했다. 그런데 KBS 탐사보도팀은 참여정부 때도 똑같이 그렇게 인사검증을 했다. 그래서 참여정부 인사들로부터도 KBS가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랬기에 이명박 정권 출범 뒤 KBS 탐사보도팀이 고위공직에 오른 인사들을 '검증'하는 것이 내게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보도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인사들은 KBS의 이런 보도를 견디지 못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김금수 당시 KBS 이사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KBS 때문에, 정연주 때문에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이명박 정권의 고위 인사들을 '검증'하는 KBS 보도나, 봉하마을을 다루는 <다큐 3일>이나, 촛불집회를 현장 중계하면서 주요 뉴스로 보도하는 KBS를 보면서 도저히 이대로 갈 수는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바로 그랬기에 2008년 5월에 검찰은 나에 대한 '배임' 수사를 시작했고, 감사원은 KBS에 대한 특별감사를 결정했으며, KBS 이사구성을 친 정권 쪽으로 바꾸기 위해 온갖 공작을 다 저질렀던 것이다. 2008년 5월은 나의 해임을 향한 분수령 같은 시기였다.